[피플파워-김주완이 만난 사람]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당선은 그 자체로 한국정치사의 큰 사건이었다. 한나라당의 아성이라는 경남에서 처음으로 진보성향의 야권 무소속 도지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김두관 지사의 올 연말 대선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본인의 생각과 관계없이 대선을 전망하는 여론조사나 분석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에서 민주통합당 입당까지 그의 정치 행보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에 이어 경남 최고의 파워 트위터 유저다. 그의 트위터(@dookwan) 팔로워(구독자)는 4만 6000여 명.

그는 지난 1월 8일 자신의 비서관 출신으로 경남 진해선거구에 총선 출사표를 낸 심용혁 예비후보 출판기념회 소식을 트위터에 올렸다.

“7년 동안 함께 했던 심용혁 동지(내가 원하는 나라, 내가 꿈꾸는 진해) 출판기념회에 다녀옵니다. 더 큰 일꾼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심 후보 말고도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진주 을), 홍순우 전 정무특보(통영·고성), 임근재 전 정책특보(의정부 을), 하귀남 경남도 고문변호사(마산 을) 등 다수의 ‘김두관 사람들’이 총선에 나선다. 이들 외에 경남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상당수도 ‘범 김두관계’로 분류된다. 김 지사의 동생이자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인 두수 씨도 경기도 고양 일산에서 출마한다. 이들이 국회에 진출한다면, 차기가 되든, 차차기가 되든 그의 대선 가도에 든든한 원군이 될 것이다.

“트위터 본격적으로 하겠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박일호 기자

-심용혁 비서관 출판기념회 소식을 트위터에 올렸더군요.

“방금도 하나 올렸는데….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경남FC 신년하례회…. 올해부터 트위터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나는 트위터가 체질에 맞아요. 하기가 편해서…. SNS가 대단하잖아요. 그런데 리트윗 한 사람은 여덟 분밖에 안 되네요. 이외수 씨 하고 친하면 엄청 유리하겠데요. 100만이라고 하데요?”

-예, 100만이 넘죠. 그런데 오늘 올린 ‘경남FC와 뭘 했습니다’ 이런 건 별 재미없고요.

“그렇지 정치 현안을 올려야지.”

-맞습니다. 민감한 정치 현안을 올려야 인기가 높아집니다.

“지금은 아직 연습하는 중이죠. 이제 그런 것도 본격적으로 올리면 영향력이 좀 생기겠죠?(웃음)”

그는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적이 없지만, 꾸준히 잠룡으로 분류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렇고, 최근 <미디어오늘>이 정치부 기자 197명을 상대로 한 ‘18대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문재인, 박근혜, 손학규, 안철수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5위였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올해 18대 대선이 ‘박근혜-김두관’의 양자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서슴지 않는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권력의지가 약하고, 김두관은 권력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정치권 안에서보다 밖에 있을 때 강점이 있고, 대중들 역시 안 교수를 지지하지만 대선에는 안 나왔으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을 빼고 나면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두루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는 김두관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전제를 놓고 보면 지금 야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당장 몇 개월 후에는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지사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선 출마? 가능성 미리 닫아놓을 필요 있나?”

-어쨌든 대선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출마합니다 이러면 뉴스가 되는데, 출마 안 한다 해도 뉴스가 됩니까?(웃음)”

-가능성은 열어두고 계시는 거죠?

“주변에서 그렇게 열어두라 하기도 하고요. 또 정치라는 게 워낙 움직이는 생물이고 역동적이라서 미리 닫아놓을 이유가 있나 하는데, 저도 거기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재야인사가 아니라 현실 정치인이니까. 좀 부담스러운 것은 제가 경남도정을 1년 7개월째 하고 있는데, 어쨌든 도정에 전념하는 것이 도지사로서 잘 하라고 저를 선택해주신 도민들에게 대한 최소한 예의이고 도리라고 생각하고, 저는 도정에 전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 의미 있는 정책 성과가 나올 때 저의 장래도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교과서적로도 그렇지만 제 마음가짐도 도정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하면,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는 국민이 원하고 시대정신에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 보통 정치인들이 다 그런 꿈, 나라를 잘 경영해봐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5년에 한 명밖에 안 나옵니다. 그야말로 국민이 부를 때만 가능하지 그 부분은 개인이 욕심낸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시대와 역사, 국민이 요구해야 할 수 있는 거죠. 나중에 국민이 부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도정에 전념하는 게 도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에 맞아야 하고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면, 지사님이 생각하시는 지금의 시대정신과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은 뭐라고 보시나요?

“교과서적이지만 애국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애국심이라면 보수의 가치라고 이야기하지만, 역시 한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역시 애국심이죠. 그 애국심이란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말하는 거죠. 그리고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면 양극화 해소를 비롯한 보편적 복지와 민생, 그리고 남북 화해와 상생 협력, 공동번영이 시대적 화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사님 외에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문재인, 손학규 등 대선 주자들이 이런 시대정신과 덕목을 갖추고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그런 분들이 다 갖췄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못 갖췄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분은 민생 복지에 강점이 있을 거고, 어떤 분은 미래산업이라든지, 또 어떤 분은 국민 통합을 잘 할 수 있다든지. 그래서 저는 한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다 끌고 가기보다는 집단지성을 통해 나라를 경영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치에 있어서 집단지성은 정당이 되겠죠. 우리나라가 내각책임제는 아니지만, 내각의 장관 자리가 스무 개라면 열 개 정도는 재선, 삼선 중진 국회의원이 맡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초선 의원이라도 정무직 차관을 맡아 정부 일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께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국회를, 정당을 멀리했다고 봅니다. 저는 이게 국정이 원활하게 안 돌아간 요인이라고 진단합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가 정책의 양 바퀴인데, 당정 분리보다는 당정 일치를 통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뽑히는 국회의원들이 연말에 뽑힐 대통령과 국정을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새 대통령께서 당과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내각책임제적 요소를 많이 반영하는 게 훨씬 책임정치에 맞다고 봐요.”

남북변수, 세대변수, 계급 계층변수, 지역변수

김두관 경남도지사./박일호 기자

-<미디어오늘>의 정치부 기자 설문조사에서 대통령 적합도와 당선가능성에서 모두 5위로 꼽혔는데.

“대선 주자의 한 사람으로 봐주는 것은 과분한 평가하고 생각하고요. 아마 그렇게 봐주는 것은 한나라당 아성인 영남에서 지역주의에 도전하여 입성한 자체에 대한 평가도 있는 것 같고요. 민주도정협의회를 통해 아주 낮은 단계지만 시민사회와 야3당을 아울러 공동지방정부를 운영해온 것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선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잖아요. 남북분단에 따른 변수와 요즘 확연하게 드러난 세대 변수가 새로 생겼죠. 또 양극화에 따른 계층 계급 변수가 있고, 여전히 지역 변수가 있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데, 좀 편하게 이야기하자면, 민주진보진영의 대선 후보를 지역변수만 놓고 보면 ‘비호남 후보여야 한다’는 이런 게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부산·경남에서 절반이 넘는 표로 당선됐고, 바닥과 현장에서 커오면서 전투력이 있다는 점 이런 걸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담도 좀 됩니다.”

-도지사라는 자리가 행정가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이기도 한데, 그 비율을 어느 정도로 두고 있습니다.

“대개 5대 5라고 이야기하는데, 좀 더 정치 영역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정의 전략적 방향이라든지, 중앙정부와 관계라든지, 시민사회와 정당과의 관계 이런 걸 보면 광역자치단체장은 정치인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기초단체장은 행정가 요소가 좀 더 많은 것 같고요.”

-말 나온 김에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정치가 소위 지역당을 뛰어넘어 가치 중심의 정책정당이 되어 있으면 당연히 정당공천을 하는 게 맞겠지만, 우리는 지금도 지역당이 존재한다고 봐야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유권자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정책정당이 안착하기 전에는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봅니다. 다만 안전장치는 하나 있어야 합니다. 정당공천체가 없어지면 선거를 하기 위해 정당 대신 사조직을 매우 강화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걸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하겠죠.”

-진보적 성향의 야권 도지사지만, 이른바 토호세력이나 보수단체 등에서 도지사님을 ‘포섭’하려는 시도는 없나요?

“그렇게 안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아마 제가 살아온 이력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제 스스로 저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습니다. 대선도 그렇잖아요. 대선 과정에서는 51% 대 49%로 싸우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면 합리적 보수세력을 많이 안아야 남북 문제나 양극화 문제나 국가적 아젠다를 해결할 수 있거든요. 박근혜 대표가 집권해도 마찬가집니다. 중도 개혁세력을 안아야 국정이 가능하겠지요.

다만 낙동강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할 때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낙동강 문제 때문에 당신 지지율 형편없다’고 압박을 좀 많이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저는 참고는 했지만 그럴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경남도민일보나 경남신문 여론조사에서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왔더군요.”

김주완 편집국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박일호 기자

-그랬죠. 낙동강 문제에 대해서도 도지사님 입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더 많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민주진보진영에서도 한동안 찬밥 신세이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행자부 장관 그만둔 뒤 친노 그룹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항상 뒷전에 서 있고, 앞으로 모시는 사람도 없는 그런 모습을 많이 봤는데.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좀 있었는데요. 그건 뭐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고요. 그런데 예를 들어 어느 잔칫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 마당에 덕석(멍석)이 있고, 안방이 있는데, 마당에 앉아 있는 걸 주인이 와서 안방으로 모시면 좋겠지만, 안방에 앉아 있다가 쫓겨나면 얼마나 쪽팔립니까?”(웃음)

한국사회의 적토마는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민주통합당에 입당해야 할 상황변화는 뭔지요?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지난 1년 7개월의 과정에서 무소속 도지사로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정치적인 큰 변혁이 있었다는 생각이고요. 제가 상임대표로 있던 ‘혁신과 통합’의 노력으로 민주통합당이 만들어졌는데, 정작 저는 함께 하지 않는다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해서 평당원으로 함께 하려는 거죠. 그리고 부산·경남에서 이번 총선에 나가는 분들에게 제가 직접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민주통합당에 함께 하기라도 해야죠.”

-제가 다 물어본 건 아니지만, 경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대선 출마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오히려 경남의 핵심 지지자들 중에서는 그걸 반대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아마 경남의 동지들 중에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힘들 거라는 우려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 거고, 더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모처럼 구들장 있는 따신(따뜻한) 방에 앉았는데 또 그 험한 곳으로 나가려고 하느냐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나가서 당선도 되고 국정운영도 잘할 수 있으면 다들 나가라고 할텐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고 고난의 길이니까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핵심 지지그룹이라면 어디를 이야기할 수 있나요? 민부정책연구원도 있고, 자치분권연대도 있고, 사회디자인연구소도 있는 것 같고….

“민주통합당 내에도 좀 있다고 봐야죠.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좀 의병 같습니다. 상황이 생기면 모이고, 평소에는 자기 일터로 돌아가고. 정규군처럼 훈련이 좀 덜 되어 있는 것 같지만 순수성과 열정은 대단한 거죠. 제가 정치적 낭인 생활을 오래했는데 정치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행운이고 고마운 일이죠.”

-핵심 씽크탱크는 뭔가요?

김두관 경남도지사./박일호 기자

“지금도 지방자치21이나 두드림산악회 등 많이 만들자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김두관 개인적으로 그런 조직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장수가 말을 잘 타야하거든요. 적토마를 타야죠. 사슴 등에 타서 전쟁에서 이길 순 없잖아요. 천리마 적토마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대선으로 보자면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입니다. 죄송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적토마일 수는 없거든요. 장수도 훌륭해야 하지만 말도 훌륭해야 하죠. 한국사회에선 어쨌든 두 개의 정당 후보 중에 대통령이 되는 건데, 특이한 것은 안철수 현상입니다. 좀 두고 봐야죠. 저는 안철수 교수가 무소속으로 지금 지지율을 가지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안 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정치를 좀 아는 저로서는 그가 국정을 잘 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안철수 씨가 (국정을 잘 하려면) 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당을 만들어서 50~60석을 하거나 최소한 원내 정당으로서 20석 이상을 하고, 그 당의 이름으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어야죠. 예를 들어 상상해본다면 민주통합당 100석, 한나라당 100석, 안철수 정당 50석, 기타 정당과 무소속 60석 이렇게 300석 국회가 구성된다면, 안철수 씨가 50석 가지고 대통령이 되어서 국정을 잘 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통합당이나 한나라당과 연립정부를 해야 할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80석이나 되는 1당의 지지를 받고도 국정을 못하고 흔들리잖아요. 안철수 교수가 훌륭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정치로 단련된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안철수 신당 만들거나 경선 참여해야”

-그러니까 진짜 대선에 나오려면 지금부터 책임있게 정당을 만들거나 민주통합당에….

“우리 쪽에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는데, 문성근 대표가 한 인터뷰인가를 보니까 ‘우리 쪽에 들어와서 대선 경선 하거나 편지라도 들고 와야 한다’고 했더군요. 그건 문성근 씨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죠. 민주통합당에 들어와서 경선하면 되잖아요.”

-1년 7개월 정도 도지사직을 해왔는데, 자랑할 만한 ‘김두관표 정책’이 있다면.

“조금 변명을 하자면 자기가 일을 많이 저지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터뜨릴 수 있는 시기에 도정을 맡는 도지사가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전임 도지사 두 분이 16년 정도 해오면서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거가대교, 마창대교, 남해안 프로젝트 뭐, 마무리할 일이 많다보니 김두관 칼라를 살리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군의 차별성을 잘 살리는 모자이크 프로젝트, 그리고 민주도정협의회를 통해 공동지방정부를 원만하게 운영해온 것도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진주혁신도시에 토지주택공사 일괄이전을 성사시킨 것, 무상급식, 노인 틀니 이런 걸 작은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렴도 문제, 거가대교 문제, 이순신 프로젝트 등 전임 도지사 때의 문제가 지금 불거지고 있는데 대한 억울한 생각은 없나요?

“억울하다는 생각보다는 행정을 승계해서 마무리해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대통령도 마찬가집니다. 전임 지사의 공과를 내가 다 받는 것은 맞습니다. 이건 전임 지사가 한 것이니까 안 받겠다 할 순 없습니다. 물론 전임 지사가 잘해놓으면 더 좋겠죠. 거가대교와 마창대교는 그 당시에 필요에 의해서 했는데, 국가재정사업으로 안 되니까 민자를 유치했고, 민자를 끌어들이려 하니까 인센티브를 안 줄 수 없고, 그러다 보니까 통행량 예측이 잘못됐고, 그렇게 됐는데…. 그렇다고 전직 도지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죠. 냉정하게 예를 들어볼께요. 마창대교는 연간 100억 원을 물어주고 있습니다. 거가대교는 400~500억 원을 물어줄텐데, 제가 정확하겐 모르지만 부산·경남공동경마장의 경우 사실은 부산에 가는 걸 김혁규 지사님이 개입하여 경남과 공동으로 했거든요. 그 덕분에 레저세 수입이 연간 1200억 원입니다. 예를 들어 거가대교 마창대교 손실분에 대해 김혁규 지사님께 구상권을 청구한다 치면, 그러면 경마장 수입 1200억 원은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청렴도 문제도 그렇죠. 예전의 문제가 지금 터지고 있는 일들도 있는데, 그건 뭐 감수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제가 잘한 것도 다음 도지사가 승계하고, 제가 못한 것도 승계해서 마무리해줄 겁니다. 가능하면 다음 지사에게 부담이 안 되게 해야죠.”

-만일 올해 대선 후보에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는데, 안 나오신다면 다음 대선까지 기간이 많이 남잖아요. 그러면 도지사에 한 번 더 나오실 생각은 있습니까?

“그 때 가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죠. 2014년 지방선거가 2010년보다 유리하다고도 불리하다고도 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도지사는 정책이나 일로써 승부를 걸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구는 어디 모임에 자주 와라고 하지만, 그런 모임에 자주 간다고 해서 다음 선거에 유리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일을 잘하면 그냥 재선됩니다. 도민들 수준도 높아졌고.”

원탁 토론은 ‘김두관 표 소통방식’

-얼마 전 500인 원탁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새로운 소통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걸 ‘김두관표 소통’으로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 있나요?

“네 그렇게 해보려 합니다. 원탁이라는 게 격의가 없잖아요. 도지사든 시민이든, 직장인이든, 사장이든 동등한 자격이거든요. 또 이게 토론문화를 첨단화시킨 거잖아요. 현장토론과 IT기술을 접목시킨 건데, 부담 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고, 자기 이야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라서 500인 토론도 1년에 한두 번 할 수 있겠지만, 100명, 50명씩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우리 간부회의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원탁토론에서 의외로 교육문제가 많이 나왔는데, 자녀교육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도지사님의 교육철학은?

“그날도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학벌주의 타파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좀 나이브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해라 이런 이야기는 안 하는 편입니다. 제 처도 그런 편이고요. 아들은 경남대 다니다가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려고 영국에 보내달라는군요. 딸은 중국에서 대학 나와서 은행에 취직해 있습니다.”

-아들은 보내줘야 겠네요?

“제가 이제 월급을 받으니 보내줘야죠. 제 소득이 없으면 못 보내겠지만.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든다고 그러네요.”

-최근 연합고사 부활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데, 고영진 경남교육감과는 서로 협력이 잘 되는지요?

“친환경 무상급식 관련해서는 협력이 잘 됐죠. 평생교육분야는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겁니다. 일반 초중교 교육과정은 교육감이 전담하는 일인데, 연합고사 관련해서는 중재를 해달라는 말도 있었는데 오히려 도의회에서 하시겠다고 해서 그랬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바쁜 와중에도 시와 소설, 미술, 음악 등 감성이 필요한 일은 얼마나 하시는지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학습의 시간을 갖습니다. 누가 대선 수업하느냐고 하는데, 대선 수업은커녕 도정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하죠. 복지나 환경, 역사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많지 않아서 쉽지 않아요. 영화는 거의 못 봤고요. 도청 들어온 뒤 아내와 함께 <부당거래>라는 영화 한 편 봤고, 서울에서도 한 편 봤는데…. 다른 건 거의 못하고요.”

-군수도 하셨고, 장관도 하셨지만, 선거에서 많이 떨어지기도 하셨고, 야인으로 계신 적도 많아 부인과 가족의 고생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도지사가 되신 후, 부인에게 좀 잘해주시는 게 있나요?

“월급 갖다주는 게 잘해주는 거지요, 뭐.(웃음) 작년에 아내가 아파서 많이 애틋해졌죠. 수술 잘 마쳐서 회복이 잘 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죠. 집사람은 기체조와 요가를 하고 있고, 저는 러닝머신하고 있고, 스트레칭을 요즘 배워서 하고 있습니다. 외식은 거의 못하고요.”

김두관 경남도지사./박일호 기자

경남도청 2층 한가운데에 자리한 도지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1시간 20분쯤이 걸렸다. 인터뷰 도중에도 급한 결제가 두어 번 있었고, 마친 후에도 결제를 기다리는 간부들이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에 대한 권력의지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었고, 그럼에도 무리를 하면서까지 대선 행보를 해나갈 것 같진 않다는 것이었다. “국민이 부를 때 가능하지, 욕심을 낸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말처럼 언제가 될지 모르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김 지사 자신의 말대로 ‘가능성을 미리 닫아둘 필요는 없지만, 일과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곧 경남도민의 행복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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