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6) 김해천문대

매서운 바람은 여전히 겨울임을 일깨우지만 계절은 가고 있다. 모진 바람 속에서도 자연은 서서히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칼바람을 피하고자 잔뜩 몸을 움츠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땅을 바라보는 시절을 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하늘을 한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하늘 역시 서서히 겨울 별자리가 봄 별자리에 자리를 내주고 있을 것이다. 오는 18일부터 26일은 한국 천문연구원이 추천하는 별 보기 좋은 기간이다. 달이 작아지고 하늘은 맑게 갤 것으로 예상해서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동쪽 하늘에서는 화성을, 서쪽 하늘에서는 금성과 목성을 확인할 수 있단다.

김해천문대로 오르는 길. 정문에 주차하고 걸어서 600m 정도 올라야 한다.

김해시 내외동에서 동쪽 산을 보면 마치 산이 알을 품은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남 유일의 시민천문대인 김해천문대(김해시 인제로 373번지 254)가 김해 분성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별자리 관측을 위해서는 낮보다 밤이 좋다. 그런 이유로 김해천문대는 오후 2시부터 밤 10까지 문을 연다. 휴일, 오전에 적당히 늑장을 부리고 햇살이 좋은 점심때쯤 집을 나왔다. 구불구불 잘 닦인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별 모양을 형상화한 정문이 보인다. 주차를 하고도 걸어서 600m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천문대로 향하는 길은 지루하지 않다. 지구·목성·금성 행성들을 형상화해 놓은 조각품들과 계절별 별자리 설명이 씌어진 글을 읽으면서 느린 걸음으로 아이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자리한 천문대에 도착한다.

천문대의 형상은 알을 닮았다. 이는 김해지역에 형성되었던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난 것에서 유래했단다. 시설은 크게 전시동·관측동·강의동으로 나뉜다. 전시동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 사계절 별자리, 태양계 각 행성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중력실험장치, 별자리 밟기 등의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나선 길을 따라 올라가면 2층 휴게실과 전망대에 도착한다. 뱅글뱅글 돌아 올라가는 길이 아이에겐 낯설지만 신기한가 보다.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빨리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2층으로 올라 야외로 나가면 김해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할 수도 있다. 탁 트인 정상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2층 야외에 마련된 전망대.

실내 별자리 프로그램은 미리 김해천문대 홈페이지(http://www.astro.gsiseol.or.kr/)에서 신청을 해야 한다. 어른은 3000원, 청소년은 2000원, 어린이는 1500원, 미취학 아동은 1000원인데 예약만 하고 결제는 현장에서 하면 된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올라오는 시간을 참작한다면 예약 시간보다 적어도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야 한다. 그러면 여유 있게 실내에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해설을 들으며 관찰할 수 있다. 실제의 밤하늘처럼 반구형 스크린에 재현해 계절별로 다양한 별자리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지금은 목성과 겨울 별자리에 대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별 보기 좋은 계절. 별과 행성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아이와 오랜 시간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쁨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사계절 별자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볼만한 천문현상

한국천문연구원(http://www.kasi.re.kr)은 올해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천문현상을 일찌감치 예보했다.

올해 주요 천문현상은 오는 5월 21일 이른 아침의 부분일식과 6월 6일 일어나는 금성의 태양면 통과, 7월 15일 오후 달이 목성을 가리는 목성식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3월 = 행성들의 달이다. 15일 저녁 8시에는 지구에서 보았을 때 금성과 목성이 가장 가까워진다. 특히 26일을 전후해서 달과 금성, 목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5월 = 21일 아침에는 달이 해를 가려 해의 일부분만 볼 수 있는 부분일식 현상이 일어난다. 이번 일식은 일부 지역에서 금반지 모양으로 보이는 금환일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눈썹 모양으로 보이는 부분일식이 된다. 이날 가장 많이 가려지는 부분식 최대 시각은 서울기준 오전 7시 32분이며, 최대식분이 80% 이상으로 해의 많은 부분이 가려진다. 부분일식은 6시 23분부터 8시 48분까지 약 2시간 25분 동안 볼 수가 있다.

△6월 = 6일 이번 세기 마지막 금성 태양면 통과현상이 일어난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크기가 가장 비슷한 금성. 하지만, 금성도 태양 앞에선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금성은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내행성이기 때문에 종종 태양 면을 통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현상의 전 과정을 관측할 수 있다.

△7월 = 낮에 보는 달과 목성. 해가 떠 있는 대낮에는 별들을 관측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달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15일 낮 12시 50분경 서쪽 하늘에서는 목성이 달 뒤로 숨었다가 약 한 시간 후에 다시 달 옆으로 나오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달은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으며, 목성은 망원경이 있어야 관측을 할 수 있다.

△12월 = 소행성 두 개가 지구에 접근한다. 9일에는 소행성 베스타(Vesta)가, 20일에는 왜소행성 세레스가 접근한다. 특히 세레스(Ceres)는 1991년에서 2020년 사이 중 올해가 가장 밝기 때문에 찾아보기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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