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기준을 높이며, 교육 전반에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대책안들이 발표되자마자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정부의 발표를 통해 학교폭력을 단기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정부에서 어느 정도 인식했다는 점과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제기되었던 선생님들의 교권 강화와 인성교육의 양 날개를 통한 대책에 대해 '고민의 흔적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실천항목인 복수담임제, 일진 경보제 등 정부에서 제시한 세부항목들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 중 인성교육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학생들의 스포츠 활동 강화다. 구체적으로 2학기부터 모든 중학생은 '학교스포츠클럽'을 주당 1~2시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1개 이상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체육·예술활동을 늘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술과 체육 교육이 학교현장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입시에 맞춰 수업시간이 배치되다 보니 빚어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한 학기에 이수해야 하는 과목 수를 초등 고학년은 7개, 중고생은 8개로 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초교육은 모든 학생이 반드시 이수토록 하고 나머지 교과는 학생의 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다. 개정교육과정은 또 음악, 미술, 체육과목 등은 1개 학년에 전 학년 과정을 집중하여 배치하고 수업시간을 20%에 한하여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가능하도록 집중이수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일선 학교에서 음악, 미술을 비롯한 예술교육과 체육 교육 소외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일선 학교에서는 집중이수제라는 명목으로 예체능 교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서 끝내는 경우가 일반화되어 있으며 입시부담이 적은 1학년에 모든 수업을 끝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배움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형 인성교육을 하겠다"며 국어, 도덕, 사회, 예체능 과목 중 인성 부분을 연계한다는 방침도 현행 집중이수제가 고수되고 있는 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겠지만, 이번에도 많은 전문가가 학교폭력 대책의 핵심은 정책의 완성도가 아니고 '실천'에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순히 체육 활동과 예술활동을 늘린다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정책이 되기를 바란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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