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49)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나무 Best 10

한 그루 1천만 원이 넘는 그 비싼 아름드리 소나무를 시장·군수님은 잘 보이는 교차로 공터에 왜 심으려고 할까? 교장 선생님은 왜 소나무를 학교에 가장 심고 싶어 할까? 사람들이 소나무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찾아보면서 언뜻 드는 생각이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나무를 가장 좋아할까?

2010년 산림청과 갤럽이 조사한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역시 소나무다. 국민 67.7%나 소나무가 제일 좋단다. 은행나무가 5.6%로 2등이고 느티나무가 2.8%로 3등이다. 2등 3등과도 비교가 안된다. 왜 이리 소나무에 대한 쏠림이 심할까? 최근 20년간 갤럽이 조사한 나무 조사에서도 국민 둘 중 한 명은 소나무가 제일 좋단다.

◇둘 중 하나는 소나무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소나무. /뉴시스

소나무가 20년 동안 1등이고 은행나무가 2등이다. 3등 아래는 단풍나무 느티나무 감나무 벚나무 향나무 동백나무 대나무가 혼전이다. 나라꽃 무궁화와 매화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Top 10에 들지 못해 아쉽다.

◇문학과 노래에 나오는 나무 BEST 10

갤럽의 조사 결과에서 국민 과반수가 소나무를 좋아한다는 엄청난 결과에 놀라 다른 자료를 더 찾아본다. 전영우 교수의 <숲과 문화>라는 책을 보면 한시, 현대시, 시조, 민요와 판소리까지 분석한 자료가 있다. 노래와 시를 찾아보면 한국 사람 뼛속까지 분석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와 노래를 분석하면 역시 소나무가 최고 인기 '짱'이다. 소나무는 현대시, 시조, 민요에서 3관왕인데 버드나무는 한시, 판소리, 대중가요, 가곡에서 4관왕이다. 소나무를 능가하는 버드나무의 인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머리에 키운 소나무, 가슴에 품은 버드나무

지조와 절개의 소나무가 남자와 선비의 나무라면 질기고도 부드러운 버들은 여자와 민초의 나무다. 우물가 아낙의 수다와 뒷담화를 보듬어 주는 나무가 버들이다. 지금의 공항이나 터미널처럼 사랑과 이별이 있는 나무가 나루터 버드나무였다. 나루터와 우물가에 있는 모든 마음이 녹아 있는 나무가 바로 버드나무였던 것이다. 소나무가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나무라면 버드나무는 가슴 속에 든 나무일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가 버드나무인 것을 보면 버드나무의 힘이 증명된다.

◇잃어버린 복숭아꽃 살구꽃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고향의 봄' 노래 고향인 창원에 벚꽃축제는 있어도 복숭아꽃 살구꽃은 사람들 맘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시와 시조 민요 판소리에 자주 나오던 살구꽃 복숭아꽃은 현대시로 오면서 목련과 미루나무 아카시 나무에게 자리를 내주고 만다. 옛 한시와 시조 민요 판소리에는 은행나무가 잘 나오지 않는데 현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 2위에 은행나무가 20년째 고정 출연하는 것도 재미있다.

◇향나무와 플라타너스의 몰락

동백나무, 뽕나무, 향나무를 보면 좋아하는 나무도 유행을 타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남 전체 학교 교화 1위는 장미이고 2위는 동백꽃이다. 거제, 통영, 고성, 사천, 남해는 교화 1위가 동백이다. 동백이 생활에서 꼭 필요한 생필품이던 시대가 지나면서 동백의 인기는 시들어 간다. 학교 화단과 관공서 화단의 필수품이던 향나무는 이젠 돈 주고 심어라고 해도 심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히말라야시더의 추억은 학교마다 숙청 대상 1순위를 다투고 있다.

◇장미꽃과 소나무

해방 전에는 이름도 없던 장미꽃이 지금은 20년 이상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꽃 1위가 되었다. 해방 이후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 문화와 종교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오래오래 사시라고 종이로 고이 접어 만들어 드린 복숭아꽃은 해방 이후 우리 땅에서 자라지도 않던 카네이션으로 바뀌었다. 꽃상여 타고 극락왕생하시던 조상님들은 하얀 국화꽃 향기에 천당으로 가고 있다. 아직은 국민 둘 중 하나가 좋아하는 소나무도 소나무 재선충과 지구 온난화 같은 자연 현상 말고도 문화와 종교 그리고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에 따라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워질 수 있을까? 한국 사람의 머리와 가슴 속 꽃은 이미 모두 바뀌었다.

/정대수(함안 중앙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