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야의FM>에서 유지태는 심야영화음악 방송을 하는 수애에게 가족을 인질로 잡고 'Everybody Knows'라는 노래를 첫 곡으로 틀기를 원했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는 "모두 알고 있지 / 가난한 이들은 늘 가난하고 /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걸 (…) / 모두 알고 있지 배가 새고 있다는 걸 / 모두 알고 있지 / 선장이 거짓말 했다는 걸 / 모두 느끼고 있어 참담한 기분을"이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 5세 훈이랑, 가카 때문인지 요즘과 너무나 닮았다.

가카가 법인세를 낮추고 환율을 올려 대기업에 이윤을 늘려주면서 투자가 확대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코헨의 노래처럼 "모두 알고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걸…."

법인세를 낮추고 환율을 올려서 그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내 의문의 근원지인 S그룹의 이윤은 중국에 100만 명 일자리를 만들었고 주식투자 외국인들에게 돈 잔치를 했으며 남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상식에 반하는 일이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배가 새고 있다는 것도 선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하물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던 자본주의 이론의 거점인 다보스포럼이 자본주의 체제위기와 붕괴를 지적하면서, 원인으로 분배의 불공평을 들지 않았는가.

한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가치와 믿음을 우리는 상식이라고 한다. 앤서니 애슐리 쿠퍼의 '공통감각(sensus communis)'이란 1711년경의 판화 작품은 오늘날 '상식(common sense)'의 어원이 된 고대 로마시대에서 나온 개념으로, 사전적 의미는 보통의 교육을 받은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말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반이 '상식'이다.

모두가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제도도 바로 이 '상식'에서 출발했다. 물론 어법 내지 문법적 잣대를 적용한다면 유사한 단어를 사용해도 되고 논리학적 잣대를 적용한다면 '지론', '주장', '의견', '견해', '판단' 으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객관적 합리성을 갖추어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령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해서 '상식'이 될 수는 없다. 사전적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식'이라는 단어는 '일반적 견해'가 아닌 '일반적 견문'이기 때문이다. 상술하자면 '객관적으로 검증된 정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처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건강한 사회는 '상식'의 현명한 판단으로 지킬 수 있다는 것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그것은 절망이란 재료로 희망을 끓여내는 도가니를 빚어내는 것, 저항으로서의 창작행위가 선거인 것이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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