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40구간 도래기재∼구룡산∼고직령∼곰넘이재(10.54㎞)

임진년 흑룡의 해 첫 산행에 나선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의 각오는 여느 때와 달랐다. 종주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품은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산을 올랐다.

종주팀의 40차 산행은 지난 28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와 우구치리를 잇는 도래기재에서 출발해 구룡산과 고직령을 거쳐 곰넘이재로 이어지는 구간(대간 10.54㎞ 접속 3㎞ 포함 13.54㎞)에서 진행됐다.

눈 쌓인 대간길을 따라 걷고 있는 종주대원(가운데).

3시간 남짓 새벽길을 내달린 버스는 종주팀을 도래기재 인근 식당으로 안내했다. 인심 후한 주인을 닮은 푸짐한 해장국으로 아침 속을 달랜 종주팀은 도래기재 고갯마루에서 가벼운 체조와 함께 'S&T중공업 백두대간 파이팅'을 목청껏 외치고 구룡산 안내 표지판을 따라 동쪽 나무 계단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며칠간 계속된 동장군의 위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포근한 날씨였다. 처음과 끝 모두 추위와의 전쟁을 치른 지난 12월 17일 39차 산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었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을 정도로 맑았으며 귓불을 때리던 삭풍(차디찬 북풍)도 모습을 감추었다.

완만한 오르막 때문인지 출발이 예정보다 다소 늦었지만 첫 번째 임도와 두 번째 임도에 이르는 시간이 계획보다 다소 빠르게 진행됐다. 첫 번째 임도까지 1.6㎞를 30분 만에 오른 종주팀은 이곳 춘양면의 명물인 춘양목(일명 적송·금강 소나무)의 자태를 감상하면서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눈 덮인 산은 어디가 등산로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으나 앞서 간 대간꾼이 매달아 놓은 시그널로 현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헬기장 두 곳을 지나 도래기재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두 번째 임도와 만났다. 팔각정 주변에 삼삼오오 모인 종주팀은 김덕신 대원이 준비한 과메기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 박광호 등반대장(사진 오른쪽 앞)이 선두에서 눈을 쳐내면서 길을 다져나가는 러셀(russell)로 종주팀을 이끌고 있다. 이날 구룡산에서 곰넘이재로 이어지는 방화선 구산 등산로에는 어른 허리 높이까지 쌓인 눈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박일호 기자

여기서 구간 최고봉인 구룡산(1345m)까지는 1시간 남짓 급경사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아이젠과 스패츠 등 방한장비를 점검해야 한다.

두 번째 임도를 가로질러 경사면에 설치된 계단을 따라 가파른 능선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그만큼 숨소리도 커졌다. 추위를 막고자 여러 겹 입었던 등산복을 벗었다. 발아래 등산로는 눈이 덮여 겨울이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따스한 햇살 덕분에 마치 어느 봄날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포근했기 때문이다. 이때 누군가 '하늘이 도운 날씨다'고 말했다.

미끄러운 급경사길을 30분가량 오르자 구간 최고봉인 구룡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민백산과 삼동산, 북동쪽으로 태백산과 함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종주팀은 임진년 새해 첫 산행을 맞아 정성껏 마련한 제물을 차려놓고 시산제를 지냈다.

종주팀 전원은 정갈한 마음으로 박재석 팀장의 기원문 낭독에 몸을 낮췄다. 박 팀장은 "지난 3년 10개월 동안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온 백두대간 1750리 길의 땀과 정을 어여삐 여기어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천지신명께 고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육군의 핵심무기인 K2 전차 파워팩 양산체제 전환을 기원했다.

점심을 먹은 종주팀은 구간 종점인 곰넘이재를 향해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향한 급경사길로 내려섰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왼쪽은 모두 군사통제구역이기 때문에 등산로를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쌓인 눈이 종주팀의 걸음을 더디게 했다. 무릎까지 빠지다가 어느 곳은 허리까지 빠지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 40~50분가량 내려서자 완만한 고갯길에 고직령(1234m)이라고 적힌 팻말이 종주팀을 반겼다. 이제 30분 남짓이면 이번 구간 대간 종점인 곰넘이재가 나온다. 종주팀은 동쪽 방화선을 따라 작은 봉우리를 서너 개 오르내린 후 곰넘이재에 도착했다. 후미 일행까지 확인한 종주팀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참새골로 알려진 애당리로 향했다.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점심을 먹느라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당초 예상시간인 오후 4시께 종주팀 전원이 산행을 마쳤다. 겨울 속 봄날을 만끽한 이번 산행은 대간 종주의 새로운 추억으로 남았다.

구룡산 정상 시산제에서 박재석 팀장이 기원문을 읽는 모습(맨 위).
구룡산 정상에서 찍은 단체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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