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아침거미는 복거미, 저녁거미는 근심거미

새해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거미를 만났다. 귀엽다. 5mm 정도 되려나? 겨울에 보기 어려운 거미가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확대해서 자세히 보니 다리의 검은 줄무늬가 귀엽다. 거미줄을 손가락에 걸었더니 거미가 매달려 따라온다. 아래위로 툭툭 흔들어 줄을 더 내리게 하고 다시 줄을 잡아 올렸다.

어릴 적부터 해 온 거미놀이다. 이렇게 하면 거미는 줄을 계속 내리고, 볼록했던 배는 홀쭉해진다. 배 속에서 실이 빠져 그럴 것이다. 더는 실이 나오지 않으니 거미는 툭 하고 줄을 끊고 아래로 떨어졌다. 빠르게 변기 틈새로 도망쳤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아침 거미는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속설에 "아침 거미는 복 거미, 저녁 거미는 근심 거미"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아침에는 자주 만나지만, 저녁에는 거미와 마주하는 일이 잘 없었다. 어린 시절 거미와 자주 마주했던 곳은 구식 화장실이었다. 어두운 화장실에서 만나는 거미는 재미있는 놀잇거리였다.

새해 아침 화장실에서 만난 '말꼬마거미'. 다리 줄무늬가 귀엽다. /박대현

새해 아침부터 만난 거미. 아침 거미가 하루 복 거미이면 새해 첫날 만난 거미는 일 년 복 거미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이름은 무엇일까? 마침 거미 도감이 없어 인터넷에 '집 거미'를 검색해 비슷한 사진을 무작정 찾아보았다. 한참을 검색해 보니 비슷한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말꼬마거미'였다. 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거미다.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 참 많은 거미가 살고 있다. 전 세계의 거미는 약 3만 종이 있고, 한국에는 약 600종이 있다. 그 중 한국 고유종이 130여 종이라고 한다.

거미와 곤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리의 개수다. 곤충의 다리는 6개, 거미는 8개다. 수업 시간에 거미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학생이 모든 거미가 거미줄을 친다고 생각한다.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늑대거미처럼 거미줄을 치지 않고 곤충을 잡아먹는 거미도 꽤 있다.

거미가 먹이를 먹을 때는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못 움직이게 실로 돌돌 말아 몸에 소화액을 주입한 뒤, 그 체액을 빨아먹는다.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매미충, 파리, 모기 같은 각종 해충을 먹는다. 살아 있는 농약이라 부를 수 있겠다. 물론 낡은 거미줄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거미줄의 특징으로 "아침 거미는 복 거미, 밤 거미는 근심 거미"라는 속설을 생기게 하지 않았을까? 먹이 활동을 하는 생산적인 움직임을 통해 그 결과로 인간에게 이롭게 하는 거미는 복 거미(아침 거미), 어둑어둑한 흉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거미는 근심 거미(밤 거미)로 말이다.

/박대현(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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