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인구 108만 메가시티 창원에 전용 상영관 전무

창원에 사는 문 모 씨. 그는 재즈광이다. 음악으로서 재즈뿐만이 아니라 재즈라는 문화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문 씨는 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950년대 쿠바 재즈 음악가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 그 속에서 꽃핀 뜨거운 사랑을 그린 스페인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가 국내 개봉했기 때문이다. 문 씨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창원 상업 영화관 개봉 여부를 살펴봤지만, <치코와 리타>는 그 어느 상영관에도 내걸리지 않았다. 영화가 '제3세계 애니메이션'이라 관객 확보를 담보할 수 없어 창원 내 상업영화관들이 상영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부산에 있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둔 상업영화관에 가서야 문화적 갈증을 풀 수 있었다.

영화 <치코와 리타> 포스터.

이처럼 인구 108만 메가시티 창원시에 독립·예술영화관이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경남 수부도시로 인구도 많고, 시장성도 충분하며, 도내 영화·영상관련 인력이 대거 모인 도시라고 하기엔 이를 즐길만한 기반이 전혀 없는 것이다.

창원시내에만 8개 상업 영화관이 있지만, 단 한 곳도 독립·예술 전용관은 없다. 메가박스 창원이 경남독립영화제 기간에 한시적으로 상영관을 내주며 간신히 체면치레 정도 하고 있다.

마산종합운동장에는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이 있지만,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으로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마저도 운동장 건물이 노후한 데다 지난 2010년 장마 때 내린 폭우로 희귀 영화 자료들이 대량으로 물에 잠긴 적이 있다. 이때 이승기 관장이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지만, 여러 사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창원에는 경남영상위원회도 있다. 그러나 경남영상위원회는 국내외 대형영화사들 로케이션 유치와 지원을 주 업무로 삼고 있어 현재까지는 지역 영화·영상 인프라 구축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사정은 이렇지만 이제 창원에 독립·예술 영화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도 독립·예술영화관의 필요성은 알음알음 제기돼 왔다.

지난 2010년 경남영상위원회가 주최한 '영상·문화 정책 포럼'에서 유창국 경남영상위원회 부위원장은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과 영상박물관, 아카데미를 한 데 모은 영상관련 시설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조성에 대한 틀을 잡을 수 있다. 단순히 독립·예술 영화관으로 조성하기보다 '복합 영상·영화 문화센터'로 조성하는 것이다.

창원시는 지난해 유창국 부위원장(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에게 영화자료관 소장 자료 문화적 가치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영화자료관 소장 자료 문화적 가치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가 발간됐다. 여기서 유창국 교수는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 가치분석평가 결과에 "영화자료관 소장 자료의 문화적 가치가 아주 높으며 특히, 한국영상자료원에는 없는 자료 즉 포스터·전단지·입장권 등을 소장하고 있고 추억의 영화감상, 50년대 포스터 전시, 대형배너포스터 관람 등으로 창원시민들이 존재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에 덧붙여 "지역문화 활성화와 문화관광벨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차별화, 특성화임을 고려할 때,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을 확충하고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제대로 된 문화관광장소를 만들어 문화마케팅을 하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창원시 움직임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말 발표된 문화예술시책 세미나에서 공연예술분야 시책에 '독립영화 전용관 확보'가 포함된 것.

시책개발 TF팀은 시책 방향에 대해 "기존 시설을 임차 또는 사들여 활용하는 방안과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했다. 만약, 창원시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마산문화원 자료 연구 용역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창원시 문화예술과는 올해 사업 예산에 7월 이벤트성 콘서트에 3억 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지역예술인을 배제해 유명 가수들만 섭외해 벌인 전시성 행사로 비판받은 콘서트를 올해 또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시적 홍보 효과에 거액을 들이는 것보다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외지 사람이 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확보가 더 바람직하다는 보편적 상식에 다가간다면 좀 더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을까?

"접근성 좋은 창원, 독립·예술 영화관 승산 있어"

-도내 유일 전용관 거제 아트시네마 정상길 대표

   
 

경남에서는 유일하게 거제시에 '독립·예술영화 전용 영화관'이 있다.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 위치한 '거제 아트 시네마'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상길(사진) 대표는 부산의 유명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인 '국도예술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 28일 거제 아트 시네마를 찾아 정상길 대표와 독립·예술영화관 운영현황과 창원 독립·예술영화관 설립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는 오래전부터 경남 수부도시인데다 인구가 많아 시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창원에 독립·예술영화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영화자료관 이승기 관장과 정기적으로 만나 창원 시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들어설 만한 장소를 물색하기도 했다.

창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필요성에 대해 정 대표는 "보고싶은 독립·예술영화를 보고자 창원이나 진주 등지에서 이곳 거제 아트 시네마를 찾는 관객이 많다"면서 "창원은 서부 진주, 동부 김해, 남부 고성, 통영 등과 1시간 내로 연결되는 위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이들 대도시에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정 규모와 시설을 갖춘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이 가진 자료들은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인 만큼 이 자료관과 독립·예술 영화관을 한데 아우른다면 복합 문화 시설로서 전용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어떤 공간이든 영화관으로 등록하면,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실태 등을 파악해 시설과 설비 투자 지원을 해 주기도 한다"면서 "최고 4000만 원이 지원되는 만큼 영화관 운영에 대한 어느 정도 마인드만 갖춰졌다면 지원을 받아 운용의 묘를 잘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접근성 좋은 창원, 독립·예술 영화관 승산 있어"

도내 유일 전용관 거제 아트시네마 정상길 대표

 

경남에서는 유일하게 거제시에 '독립·예술영화 전용 영화관'이 있다.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 위치한 '거제 아트 시네마'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상길(사진) 대표는 부산의 유명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인 '국도예술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 28일 거제 아트 시네마를 찾아 정상길 대표와 독립·예술영화관 운영현황과 창원 독립·예술영화관 설립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는 오래전부터 경남 수부도시인데다 인구가 많아 시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창원에 독립·예술영화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영화자료관 이승기 관장과 정기적으로 만나 창원 시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들어설 만한 장소를 물색하기도 했다.

창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필요성에 대해 정 대표는 "보고싶은 독립·예술영화를 보고자 창원이나 진주 등지에서 이곳 거제 아트 시네마를 찾는 관객이 많다"면서 "창원은 서부 진주, 동부 김해, 남부 고성, 통영 등과 1시간 내로 연결되는 위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이들 대도시에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정 규모와 시설을 갖춘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이 가진 자료들은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인 만큼 이 자료관과 독립·예술 영화관을 한데 아우른다면 복합 문화 시설로서 전용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어떤 공간이든 영화관으로 등록하면,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실태 등을 파악해 시설과 설비 투자 지원을 해 주기도 한다"면서 "최고 4000만 원이 지원되는 만큼 영화관 운영에 대한 어느 정도 마인드만 갖춰졌다면 지원을 받아 운용의 묘를 잘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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