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 창원 서부스포츠센터 빙상장

동장군의 기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작정하고 옷을 입고 나가도 매서운 바람에 순간 숨이 멈춰지는 혹독한 겨울이다. 그렇다고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터. 실내에서 놀만 한 곳을 찾아 떠난 곳은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서부스포츠센터 빙상장.

창원에도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국제 규격의 빙상장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은 익히 들었지만 한겨울에 빙상장을 찾게 될 줄이야.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으면 '이한치한'도 있지 않겠는가. 겨울 스포츠의 불모지였던 경남에서 스케이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설렘으로 빙상장으로 출발했다.

2009년 6월에 개관한 창원 서부스포츠센터는 비교적 주차시설도 잘 돼 있고 시설도 깔끔하다. 빙상장은 지하 2층이다. 30m×61m 규모로 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니 웬만큼 사람이 몰려도 여유롭게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서부스포츠센터 빙상장을 찾은 가족, 친구 단위의 시민들이 은백색 빙판 위에서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스케이트를 타려면 우선 무인매표소에서 표를 끊어야 한다. 스케이트가 없다면 대여비를 포함해 표를 구매하면 된다. 표 뒷면에 발 크기를 적어 대여소에 주었다. 발 크기 180mm부터 스케이트가 있으니 적어도 5세는 되어야 스케이트를 지칠 수 있을 것 같다.

헬멧은 무료다. 색깔별로 대·중·소로 나뉘어 있어 쉽게 자신의 머리에 맞는 안전모를 찾을 수 있다.

꼭 따로 챙겨와야 할 것은 장갑이다. 빙상장 내부도 꽤 추운데다 타다가 넘어지기라도 했을 때 차가운 얼음 바닥으로부터 손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무릎보호대를 챙겨가는 센스도 있으면 좋겠다. 만약 아이들만 타게 하고 어른들은 구경만 할 생각이라면 무릎 담요 하나쯤 들고 오는 것이 좋겠다.

   
 

실내에서의 훈훈함을 채 느끼기 전에 빙상장에 들어서니 서늘한 기운이 다시 몸을 감싼다. 날씨가 워낙 춥다 보니 온도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곳곳에 붙어 있는 스케이트 신는 법을 참고하여 갈아 신었다. 스케이트 날 하나에 기대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서는 곧잘 서진다. 자신감이 생긴다.

스케이트장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미끄러워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어지자 무릎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도 경직된다. 오히려 아이들은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 쉽게 배우는 것 같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V자를 그리며 한발을 떼야 하는데 쉽사리 발이 떼지지 않는다.

추위 때문에 움츠렸던 몸은 적은 운동량에도 이내 땀이 난다. 조금씩 숨소리가 커지고 허리와 다리에는 힘이 더 들어간다. 벽에 기댔던 몸을 홀로 세우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아이 돌보랴 본인 몸 추스르랴 바쁘지만 빨갛게 상기된 얼굴엔 웃음꽃들이 피어 있다. 안전요원들이 곳곳에 있으니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놀이시간이 3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빙정 시간을 참작하면 1시간 30분 정도 놀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빙정시간 동안 쉬거나 주전부리를 사 먹을 수 있다.

스케이트는 노화의 특징이 나타나는 넓적다리부, 허리 부위의 근력을 강화시키는데다 성장기 어린이의 균형감각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단다. 이 겨울, 열심히 뛰어놀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이들에게 계절도 제대로 즐기고 몸도 즐거운 놀잇거리다.

 인근 먹을거리

스케이트장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몸을 데워보는 것은 어떨까? 창원 서부스포츠센터 맞은 편으로 국숫집이 여럿 보인다. 그 중 고풍스런 느낌의 작은 마을(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888-3, 055-265-3004)에 들어갔다. 아늑하다. 간단히 점심 한 끼 하기엔 부담감이 없어 보인다. 운동 후에 먹는 한 끼란 뭔들 맛이 없으랴마는 적당히 한기가 느껴지는 몸을 데우려고 들깨수제비와 촌국수를 시켰다.

   
 
  작은마을 들깨수제비.  

들깨수제비는 콩나물이 들어가 들큰함 속에 시원함을 채웠다. 달걀이 담뿍 들어간 수제비는 쫀득하고 넉넉한 국물은 몸을 데우는데 부족함이 없다. 부추와 풍성한 양념이 잔뜩 올려진 국수는 그때그때 삶아내 면발이 쫄깃하다. 들깨수제비와 촌국수는 적당히 익은 깍두기와 궁합이 제대로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직접 뽑아낸 연한 원두커피까지 맛볼 수 있다. 들깨수제비&원두커피 6000원. 촌국수&원두커피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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