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수술을 받은 지 8개월쯤 지난 어느날, 동아리 후배 여학생이 오랜만에 만난 나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 용우 선배님 아니세요· 어떻게 나이가 덜 들어 보이네요. 아니 머리카락이 많이 났네요·”

“하하, 나라고 머리카락이 계속 빠지기만 하라는 법이 있나. 새로 날 때도 있어야지.” 최근에 이런 인사를 자주 듣던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그 무렵 내겐 시간만 나면 이리저리 거울속의 머리를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굵은 머리카락들이 대머리였던 자리에 계속 자라는데 자세히 들여다봐도 수술한 흔적이 안 보이는게 신기하다. ‘좋다. 수술 한번 더 받자. 그러면 그 지겹던 대머리란 소리 안 들을 수도 있겠다.’ 이런 결심을 하고 병원에 다시 찾아갔다.

“김용우씨의 경우는 원래 탈모가 심한 상태라 한번 수술로도 많이 좋아졌으나 대머리를 완전히 가리지는 못합니다. 한번 더 수술을 해서 이전에 만든 헤어라인을 조금더 낮추어 주고 머리카락을 더 촘촘히 심어주면 더욱 자연스런 모습이 됩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속으로 수술 받을 결심을 했지만 넌지시 다시 물어 보았다. “최근에 대머리에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다는데 수술도 한번 받았으니 그런 약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요·”

“혈압강하제인 ‘마이녹실’제제를 머리에 바르거나 남성호르몬에 관여하는 ‘프로페시아’란 약을 먹으면 탈모가 어느 정도 중지되거나 일부의 잔 머리카락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일시적이라 약을 중단하면 빠지지 않고 버티던 머리카락들이 한꺼번에 다 빠져 버리지요. 평생 약을 먹거나 발라야 하므로 대단한 결심을 하고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머리가 되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머리뿌리가 남성호르몬의 대사산물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모낭이 위축되어 탈모가 진행됩니다. ‘프로페시아’는 남성호르몬 대사산물을 억제시켜 대머리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는데 장기간 복용시 극히 일부에서는 성욕감퇴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임신부가 이런 약을 잘못 취급하여 태아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확실히는 몰라도 아직 총각인 내게 남성호르몬 억제니, 성욕감퇴니 하는 얘기를 하니까 약 먹을 생각은 아예 없어졌다. 한번 수술 받은 사람이 두 번 못 받으랴· 더구나 영원히 대머리에서 해방된다는데….

두 번째 수술을 받기로 한 날은 대학 4학년 여름방학이다. 내 나이 한창인 26세 때였다. 한번 받아본 수술이라 그런지 긴장감은 덜했다. 수술팀도 낯이 익었다. ‘내년 초쯤이면 이번에 심은 머리카락도 많이 자랄 테고 그러면 취직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수술도중에 깜빡 잠이 들었다.

도움말=김호준피부과의원 김호준원장(055)242-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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