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 밀양 퇴로리 이씨 고택길을 따라

때론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애초 여행의 발길이 밀양으로 향한 것은 '밀양치즈스쿨' 체험을 위해서였다. 구름에 가려 햇살이 비치지 않는 날씨에 야외활동을 오래했다간 되레 감기만 얻을까 하는 노파심이었다. 실내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퇴로마을에 들어서는데 입구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없이 잔잔하면서도 넓게 펼쳐진 가산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스산한 날씨 때문일까? 아스라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저수지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수지를 끼고 한 바퀴 돌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든다. 동네 사람들은 '퇴로 못'이라고 부르는 가산저수지는 약 7km 정도의 걷기 좋은 코스가 마련돼 있다.

한적한 돌담길을 걸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오면 밀양치즈스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밀양치즈스쿨 덕분에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찾기는 하지만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여주이씨 종택을 비롯해 고가들이 즐비한 전통고가 마을이다.

종택과 함께 풍경 좋은 별당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흙과 돌로 빚어낸 돌담길이 예쁘다. 서고정사, 천연정, 삼은정 등은 모두 종택과는 거리를 두고 세워진 정자들인데 이 또한 볼거리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크고 웅장한 나무들도 한겨울이지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예스러운 풍경과 눈이 시원해지는 저수지 등을 보고 있자니 애초 목적을 잊어버릴 뻔했다.

유일하게 차들이 북적이는 밀양치즈스쿨 안으로 들어갔다. 송아지가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송아지에게 건초를 건넨다. 목을 쭉 뺀 어린 소들이 긴 혀를 날름거리며 잘도 받아먹는다. 밀양치즈스쿨과 이웃해 전통문화체험관이 있다. 수십 개의 메주가 보기 좋게 매달려 있고, 뻥튀기 기계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잘 정돈된 전통체험관을 휘둘러보고 체험장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자꾸 흙과 돌로 빚어낸 돌담길이 떠오른다. 골목골목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송아지에게 건초를 먹이는 아이.

일단 마을 길을 아이와 함께 걷기로 했다. 몸이 기억하는 시골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송아지에게 풀 줬어요."라며 재잘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흙 돌담길을 사이에 두고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멋스러운 근대 가옥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치즈체험을 하러 왔다 고가 마을에 마음을 뺏겼다.

<아이와 함께하는 체험활동>

◇부북면 퇴로 고가체험

화악산 아래 자리 잡은 전통한옥이 잘 보존된 농촌마을로 고가 11개 동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 한옥민박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퇴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키운 콩으로 메주 만들기, 간장 담그기 체험 등 계절별로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고, 고가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378-30. (055) 355-7022. 010-4784-4697.

◇밀양치즈스쿨(http://www.cheeseschool.net)

임실치즈 만들기 체험,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난 후 자신이 만든 피자와 스파게티와 음료로 점심을 먹는다. 송아지 우유 주기, 썰매 타기, 뻥튀기 체험과 민속놀이를 할 수 있다. 1인 2만5000원.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280-5. (055) 352-3550.
 

 

퇴로리 주변 맛집-뜰마당

-고택서 먹는 뜨끈한 손두부 한그릇

화악산을 뒤로하고 '뜰마당'은 퇴로 마을 어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도 운치가 있다. 옆 개천에 놓인 나무다리를 지나 맷돌 길을 따라가면 '뜰마당'이 나온다.

   
 

사랑채와 안채, 부엌, 별당채로 나누어진 고풍스런 모습은 인근 퇴로마을 고택과도 조화를 이룬다. 오리 불고깃집으로 화악산 등산객들에게 유명하다고 하지만 점심 메뉴로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 산야채전과 손두부, 비빔밥을 시켰다.

평범한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음식들이 입으로 들어갈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정갈한 밑반찬들이 나오고 산야채전이 먼저 놓였다. 쌉싸래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한 산야채들이 전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전과는 다른 맛이다. 별미는 손두부다. 한입 베어먹는 순간 진한 콩 맛이 그대로 전해온다. 고소하다는 말로는 조금 표현이 부족하다. 잘게 썰어 볶아낸 김치와 함께 먹으면 개운함까지 더해진다.

주로 5가지 나물로 비벼먹던 비빔밥. 그런데 '뜰마당'의 비빔밥에는 무려 12종류의 나물과 각종 고명이 올려졌다. 각기 다른 맛의 나물들이 집에서 담근 고추장과 어우러져 맛도 영양도 풍성하다.

눈이 즐거운 곳에서 입도 즐거운 맛을 찾았으니 부러울 것이 무엇 있으랴. △비빔밥 7000원 △손두부 1만 원 △산채전 8000원 △오리고기 4만 원.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336-7. (055) 35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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