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0) 교과서와 우포늪

작년 말 서울 말씨를 쓰는 젊은 남녀 한 쌍이 우포늪생태관을 방문하였다. 교통이 발달한 요즘이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이곳 우포까지 오는데 4시간은 걸린다. 서울에서 먼 이곳 우포늪을 찾은 것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동행한 여자분은 "중학생들에게 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 3학년 책에 우포늪이 나와 평소 꼭 한 번 오고 싶었다"고 한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제공하는 영상물을 보게 안내한 뒤 글쓴이의 '생태춤'을 곁들인 해설을 해주니 좋아하였다. 이후 두 사람은 우포늪 생태해설사들로부터 우포늪 현장 해설에 참여한 뒤 만족한다면서 밝은 모습으로 서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생태와 환경 보전의 중요성 때문인지 우포늪이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연말 모임에서 만난 여자 후배 한 명은 '애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유치원 교재에 우포늪과 다른 갯벌이 나온다'고 하였다.

창녕군 우포늪 생태학습관을 찾은 탐방객들이 생태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교과서에 나오는 우포늪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니,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책의 읽기에 우포늪을 배경으로 지은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닭>이,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책의 읽기에 우포늪을 보전하게 된 과정이 '원시 자연 우포늪을 지키기까지'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중학교 3학년 1학기의 국어책(비상교육 출판)에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다룬 '우포늪-거기엔,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 소개되고 있었다.

우포늪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전 6차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과학책 앞뒤 표지 그리고 수생식물에 대한 단원인 68~82쪽이 우포 관련 내용으로, 특히 72쪽에는 여자선생님이 왼손으로 우포늪을 가리키는 장면이 나왔다.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과학이 아닌 국어 과목에서 다양한 주제로 우포늪이 소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글쓴이의 이런 우포늪 교과서 수록 조사가 제한적이라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우포늪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을 위해 짧게나마 부연 설명을 해드리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 국어책에 우포늪이 우리나라 최대 자연 습지라고 하는데, 습지의 정의와 중요성을 먼저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물 깊이가 6m 이하인 젖은 땅을 습지라 한다는 정의와, 습지는 다양한 생물이 사는 생태보고이며, 홍수 피해를 줄여주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물고기 등을 잡으며 살 수 있는 터전도 되는 귀중한 존재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우포늪의 형성과 주민들이 우포늪을 '소벌'이라 불러온 이유와 축구장 210배가 되는 수면 면적 등 자세한 내용은 '우포늪 사이버생태공원'을 활용하면 된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책의 32쪽에는 우포늪의 대표 수생식물인 아름다운 보라색 가시연꽃 사진이 있다. 가시연은 잎의 지름이 최대 2m까지 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며, 세계적으로 한 종밖에 없는 희귀식물이기도 하다. 일반 연이 뿌리로 번식하는 데 비해, 한해살이인 가시연은 씨로 번식을 한다. 씨의 크기는 콩과 비슷하거나 콩보다 조금 크다. 3~4월에 싹이 나고 대개 7월 말~10월 초 꽃이 핀다. 싹이 나서 줄기가 올라와 크는 5~6월에 비가 많이 내려 물에 잠겨 버리면 꽃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2008년과 2010년에는 다행히 우포늪에 엄청나게 큰 가시연 잎들과 보라색 꽃이 많이 피어 탐방객들을 기쁘게 하였다. 그러나 작년에는 아쉽게도 비가 자주 오고 홍수도 나서 그 아름다운 꽃과 큰 잎들을 보지 못했다.

사진에서 녹색의 잎만 있는 마름은 주민들이 '말밤'이라 불러온 우포늪의 또 다른 대표적 수생식물로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1970~80년대만 해도 우포늪 인근에서는 매우 익숙한 먹거리였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숫자가 감소하였고, 웰빙 음식의 하나이자 귀중한 교육 자료가 되고 있다. 중국 등에서는 지금도 먹거리로 사용된다는데, 일본 교과서에는 이전에 무사인 '사무라이'들이 무기로 사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포늪 인근에서 마름은 목걸이 등의 예술적인 장식품으로 재활용되고 있으며, 우포늪을 찾는 기러기 등의 새들에게도 먹이가 되는 중요한 수생식물이다. 일본의 습지들을 찾는 기러기들도 마름 열매를 당연히 먹는다.

우포늪 사이버생태공원 누리집 화면 캡처.

1930년대에 큰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둑은 대대제방으로 큰 대(大)와 터 대(垈)를 쓴다. 이 제방으로 습지는 논으로 되었고 대대제방 밑의 들판은 약 165만㎡나 된다. 다음으로 1990년대 쓰레기 매립장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에 우만이라는 마을이 있어 우만제방이라 불리는 곳에 시도되다가 중단되었다. 이 중단은 우포늪을 보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바로 인근 나무벌인 목포의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은 우만 마을 주민이 장작으로 쓰려고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뒤 전국적으로 연탄이 보급되어 쓸모가 없어져(?) 그대로 두게 되었다고 한다. 땔감으로 심은 나무들이 오늘날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전국의 사진가들과 텔레비전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탐방객들이 칭송하는 아름다운 자연 모습이 되었다. 람사르총회 부분에 언급된 람사르는 이란의 도시 이름으로 영어로는 'Ramsar'인데, 국어 표기법에 따라 람사르라 한 것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과서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으나, 환경부는 우포늪 중의 하나로 가장 작은 곳인 쪽지벌 인근 마을에 '국가습지센터'를 조성 중이며 올해 초에 문을 열 예정이다.

아쉽게도 학생과 선생님을 비롯한 탐방객들이 우포늪 안에 못 들어가기에,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에서는 인근 주매리에 '우포늪수생식물단지'를 올해 안에 만들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보고 만지거나 배를 타는 등 여러 체험이 가능한데 연꽃 모양으로 디자인된 아름다운 생태관에서 다양한 수생식물들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표적 동요인 '산토끼' 노래가 만들어진 인근 이방초등학교 위 고장산에 '동요 산토끼 공원'이 준비 중이다.

우포늪이 더욱더 잘 보전되고 준비 중인 생태 시설들이 계획대로 잘 완공되어, 학생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큰 웃음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갖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다.

/노용호(우포늪생태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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