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강해진(28)·김기성(33) 부부

140자 단문 메시지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과 더불어 SNS(Social Network Service) 대표 매체인 트위터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더욱 그 기능과 역할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어쩌고저쩌고 해도 이 부부에게 트위터는 그저 사랑을 전달하는 파랑새 이상은 아니겠다. 트위터를 통해 만나고 사랑을 키우고 결혼까지 골인한 강해진(28) 씨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위터 이용자들 모임이 있어요. 창원에서는 '창원당'이 제일 크고요. 비슷한 당이 많이 있지요. 그 모임을 통해 처음 만났어요."

   
 

2010년 가을 트위터 이용자 모임 창원당에서 '번개', 즉 '즉석 만남'을 기획했다. 트위터를 통해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얼굴 한 번 보자고 마련한 자리에는 10여 명이 참석했다. 강해진 씨는 그때 처음 번개에 참여했고 그 자리에서 김기성(33) 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당연히 서로 잘 모르지요. 번개 덕에 얼굴도 알게 되고 아이디와 연락처도 교환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일단 안면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트위터에서도 서로 친근하게 교류할 수 있었지요."

김기성 씨도, 강해진 씨도 그저 10여 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굳이 연을 찾는다면 기성 씨와 해진 씨는 창원당 말고도 다른 당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번개 기회가 잦은 '창원주당', 직장인 중심인 '창원직딩당' 동지(?)였던 것이다.

모임에서 인연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추려내는 과정이다. 처음 10명이 만나면 그 가운데 호감 가는 사람 몇 명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렇게 또 만나다 보면 거기서 또 나은 사람이 눈에 띄게 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몇 차례 이어진 번개에서 해진 씨는 점점 기성 씨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모임 특성상 한 명에게 관심을 두기 어렵잖아요. 그래도 그 와중에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잘해주는 사람도 보이고, 교류가 있다 보니 트위터 상에서 더 친근해지고…. 그렇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연락을 먼저 한 쪽은 기성 씨였다. 하지만, 해진 씨는 연락을 받기 전에 이미 충분한 호감을 드러낸 것 같다고 했다.

   
 

"제가 귀여운 얼굴, 선하게 보이는 얼굴이 이상형이에요. 남편이 그런 조건에 맞는 사람이었지요. 트위터를 통해서 사생활이나 그 사람이 하는 생각을 자주 접하게 되고, 가끔 올리는 사진도 보고, 그러면서 좋은 감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남편도 이미 눈치 챘던 것 같고요."

모임으로 이뤄지던 만남은 결국 기성 씨와 해진 씨로 추려졌다. 서로 호감이 있었던 만큼 때로는 즐기고 때로는 의지하면서 믿음은 쌓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애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만나면서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막상 연애하자는 말은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도대체 우리 관계가 뭐냐고 따졌지요. 그러니까 '그러면 둘이 사귈까'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어요."

부부는 지난 7일 결혼했다. 결혼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27살 해진 씨에게는 이르고 32살 기성 씨에게는 조금 급한 시기라고나 할까. 결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쪽은 기성 씨 집이었다.

"시댁에서 결혼 압박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아들이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바로 데리고 오라고 한 것이지요. 추석 때 인사드리러 갔는데, 시부모님께서 보자마자 상견례 약속을 잡자고 하셨어요."

2교대 근무 때문에 사생활이 거의 없는 아들, 데리고 온 처자가 마음에 든 이상 더는 미룰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해진 씨 부모님이었다. 갑자기 맞게 된 상견례 자리, 그래도 사람이 괜찮았기에 다음해 설 전에 거사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모든 게 정리된 이상 남은 것은 해진 씨를 맞이하는 기성 씨가 차려야 할 격식, 즉 프러포즈였다. 그런데 해진 씨는 프러포즈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한다.

"아버지께서 상견례 마치고 저에게 한 말이 '프러포즈를 제대로 받아라'였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프러포즈를 안 하잖아요."

해진 씨로서는 충분한 신호를 보냈다. 강조도 하고, 압박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해진 씨가 먼저 프러포즈를 하기도 했다. 트위터 지인 도움을 받아 라이브 카페에서 남편에게 마음을 전하는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도 기성 씨는 프러포즈를 미루고 또 미뤘다. 결국, 해진 씨는 결혼을 앞둔 어느 날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기성 씨는 결혼 3일 전 차 안에서 꽃과 반지를 전하며 속성(?) 프러포즈를 마쳤다. 그리고 그것으로 해진 씨도 마음을 풀었다.

"남편은 항상 웃는 얼굴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매우 착해요. 작은 것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지요. 누구보다 성실하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든든한 사람이에요. 제가 아이 같은 성격이 있는데 정말 든든한 남편이지요."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든든한 사람. 해진 씨는 앞으로도 기성 씨가 한결같기를 바라고,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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