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통신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길래 컴퓨터에 모뎀을 달고 전화선을 연결하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정말로 모뎀을 컴퓨터에 대롱대롱 매달고 전화선으로 모뎀을 묶었더라.

며칠전 아시는 분(누군지 밝히고 싶어 미치겠지만, 그 분의 명예(?) 때문에 참는다)이 e-메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난 “통장과 도장, 그리고 비밀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금만 더 우겼다면 정말로 그분께서는 ‘통장·도장·비밀번호’를 내게 줬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친구가 1.44M짜리 디스켓을 한 장 들고 왔다. 그리고는 “써노야! 이 안에 재미난 게임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다”라는 것이다.

‘도대체 디스켓 한 장에 얼마나 들어가겠어·’라는 생각으로 컴퓨터 안에 디스켓을 넣고, ‘윈도 탐색기’를 실행시켰다. 순간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 했다. ‘starcraft 바로가기·tetris 바로가기·벽돌깨기 바로가기·자동차경기 바로가기….’

컴맹의 극치를 달리던 아는 동생이 연락이 왔다. “형! 나 컴퓨터 샀다. 모뎀도 있어”라고. “그래? 축하해. 그럼 앞으로 e-메일 자주보내. 알았지?” “응! 근데, 주소는 예전 집주소 그대로 보내면 되지?” 정말… 정말…. 못말리는 컴맹들이다.

사실 이런 나도 ‘컴퓨터과학과’라는 학과를 들어가기 전엔 컴맹이었다. 학교 및 모 통신업체의 게임대회에서 몇 번씩 일등을 하곤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친구집에서 ‘테트리스’라는 오락을 할 때 “무조건 빨리, 높이 쌓아야 돼”라는 친구의 꾐에 빠져 정말 그렇게 했고, 게임이 빨리 끝나는 것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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