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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정직한 손맛' 최고의 맛집

[초짜 애식가의 음식 이야기] (5) 맛있는 음식점의 조건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2년 01월 13일 금요일

즐겨 가던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이 있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참치회, 꼬치, 어묵탕 등 다양한 일본요리를 술과 함께 맛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음식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해동도 잘 안된 참치가 나오는가 하면, 퉁퉁 불은 볶음우동이 버젓이 서빙됐다.

사정을 알고 보니 사장이자 요리사(일명 오너 셰프)인 주인장이 다른 데 한눈을 팔고 있었다. 장사가 잘됐는지 근처에 2호점을 열었고, 나아가 다른 동네에 족발집 등을 개업했다. 요식업계 '대박 사장' 소리라도 듣고 싶은 건지,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맛은 정직했다. 부인 등에게 맡겨놓은 애초 음식점은 갈수록 평판이 나빠져 하나둘 손님이 떨어져나갔다. 새로 연 가게들 역시 실패작이었던 모양이다. 주인장은 최근 다른 모든 가게를 정리하고, 원래 그 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자만했다"는 반성과 함께.

누구나 갑자기 맛이 없어진 음식점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개 요인은 빤하다. 요리사가 바뀌었거나, 요리사와 사장이 딴 곳에 정신을 두고 있거나, 주방 등 전반적인 운영에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한 해 수만 개의 음식점이 새로 탄생하고 수십만 개의 음식점이 휴·폐업을 한다. '만만한 게 음식장사'라며 너도 나도 뛰어들지만 성공 확률은 극히 낮은 셈이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주방을 장악하지 못하면 100% 실패한다"고 단언한다. 음식점 경영주들 또한 요리사와의 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 토로한다. 맛을 책임지는 사람이 사장에게 불만이 많거나 호시탐탐 그만둘 기회만 엿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굳이 안 먹어봐도 음식 맛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반대로 평가가 좋은 음식점은 주인장이 직접 요리를 하거나, 최소한 음식에 대한 이해가 요리사 못지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요리사가 관장할 수 있는 규모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주방인력 수, 메뉴의 특성과 가짓수, 조리 시간, 식재료 수급 상황 등 여러 변수를 따졌을 때 손님에 최고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규모는 10석인데, 더 많은 수익을 얻겠다고 20석, 30석, 2호점, 3호점 늘려 가면 음식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기자가 겪은 일본식 선술집의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손님이 몰렸을 때 맛이 이전보다 못한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마산 고려횟집 역시 가족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다.  

'맛집' 가운데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작고 아담한 규모의 음식점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산을 대표할 만한 맛집은 물론이고 통영의 시락국집, 의령의 국밥집, 김해의 메기국집, 남해 전통시장의 식당들, 거제의 중국집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남지역 음식점은 거의 이런 형태를 하고 있다. "확장하면 돈은 더 벌 수 있겠지만 감당이 안 되는데요. 손님께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는 규모만 유지하려 합니다." 겨우 10평 남짓, 경기도 고양시에서 유명한 간장게장·산나물 전문점을 운영하는 부부가 직접 한 말이다.

서로서로 믿음이 높은 가족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면 신뢰도는 더욱 증가한다.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에 장난칠 요인'도 감소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물론 가족에 대한 착취를 정당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나 지방의 신도시 등보다 외곽지역, 유서 깊은 곳의 음식점이 더 싸고 맛있는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 유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창업 비용, 즉 권리금·월세·인테리어 부담이 높은 곳에서는 작은 가게로 많은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 맛보다 규모를 더 생각하기 마련인데, 가장 손쉬운 선택이 바로 프랜차이즈 전문점이다.

주방 공간 역시 최대한 줄여야 한다. 당연히 직접 장을 보고 정성들여 조리하는 길보다는 레토르트 식품 등 '완제품' 음식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맛있겠는가? 주방인력, 종업원 고용 규모 또한 커지니 그날그날 재료의 질보다는 하루하루 매출에 더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

끝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맛있는 음식점을 고르는 팁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점심 장사를 위해 새벽부터 가게 불을 밝힌 집, 늦가을이 되면 김장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집, 근처에 신선한 재료가 가득한 시장이 위치한 집, 때때로 "재료가 떨어졌다"며 특정 음식을 안 팔거나 가게 문을 닫는 집, 가게 주변에 된장·간장·고추장 등 '공장산' 양념통이 뒹굴지 않는 집, 그리고 한 자리에서 오래오래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집. 이 중 2~3개 이상이 확실하다면 일단 들어가서 드셔보시라.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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