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최진(32)·김선영(31) 부부

신부 김선영(31·사진 오른쪽) 씨는 인터뷰에 앞서 문자 메시지로 사이트 주소를 하나 가르쳐줬다. '저희 인터넷 청첩장입니다'라는 글귀 앞에 붙은 주소는 'e.itscard.co.kr/rrrr22'. 주소가 조금 복잡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누르기만 하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된다. 소박하고 예쁘장한 온라인 청첩장이 바로 떴다. 나중에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청첩장에 대해 먼저 물었다.

"요즘 스마트폰 많이 쓰잖아요.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주소 보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한 번 만들어봤어요. 청첩장 보낼 때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알게 됐는데, 비용도 훨씬 절약할 수 있고 괜찮더라고요."

결혼을 앞뒀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아이템일 듯하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선영·최진(32) 부부는 7개월 전 어린이날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다.

"집이 시내와 좀 멀어서 데리러 와달라고 했어요. 선뜻 응하더라고요. 그리고 샤부샤부 먹으러 갔었지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을까. 김선영 씨와 최진 씨는 만나기 전 카카오톡을 통해 간단한 탐색전을 벌였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보다 나았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최진 씨는 "사실 카톡 사진을 봤을 때는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실물이 훨씬 나았다"며 "오히려 기대를 하지 않고 나갔던 게 결과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영 씨도 "카톡 사진은 그저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나서 보니 외모나 스타일, 태도 등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색한 남녀를 자연스럽게 이어준 것은 음악이었다. 최진 씨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인디밴드 노래였고, 이는 선영 씨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음악 이야기로 상대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다음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둘은 필연 같은 우연의 일치를 한 가지 발견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영 씨가 언뜻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최진 씨에게 물었고 그 답이 펄벅이 쓴 <대지>였다. 최진 씨가 그때 기억을 더듬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중학교 때 <대지>는 책을 읽을수록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었거든요. 갑자기 물어보니까 그 책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런데 <대지>야말로 김선영 씨 전공(?)이었다. 국문학을 전공한 선영 씨는 <대지>를 100번 넘게 읽었다고 했다.

"그냥 대충 얘기했나 싶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물어봤는데 잘 알더라고요. 두 번째 만났을 때인데 그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인문학적 감수성이 맞아떨어졌다고나 할까. 그런 부분이 아주 좋았어요."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7개월 정도, 이들이 만나지 않은 날은 30일도 안 된다고 했다. 선영 씨 집과 최진 씨 회사가 멀지 않아 불편한 점도 없었다. 데이트를 하면서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을 상상하곤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선영 씨가 좋았던 것은 평소 자신이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을 최진 씨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말할 때였다. 집에 TV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랬고, 거실 한쪽 벽은 책꽂이로 꾸미고 싶다는 말도 그랬다.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같았다. 둘은 그해 여름 함께 학원에 다니면서 기타도 배운다. 소박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시간이 좋았다. 애써 결혼을 미룰 필요는 없었다.

최진 씨는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방법이었지만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여 준비했다. 편지, 와인, 촛불, 풍선, 그리고 노래…. 그리고 주변 사람들 얼굴을 폴라로이드 사진에 담아 덕담을 적게 했다. 많은 사람이 둘의 결혼과 행복을 빌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영 씨는 그런 마음을 넉넉하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남들 이야기 많이 하는 뻔한 프러포즈 같더라고요. 정형화된 것 같은…. 그 자리에서 제가 울기라도 하면 정말 뻔한 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막상 프러포즈를 받으니까 그런 생각도 다 사라지더라고요."

최진 씨가 보는 선영 씨는 늘 배려가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항상 잘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베푸는 게 많은 만큼 사랑받는 사람일 것이다.

선영 씨에게 최진 씨는 한마디 말을 하더라도 듣는 사람을 생각해서 더 잘 표현하려는 섬세한 사람이다. 밖에서는 그런 장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 활동적이지만 선영 씨 앞에서만은 늘 그렇다. 둘은 결혼하고 나서 늘 서로 더 잘하고, 그에 앞서 내가 더 잘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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