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납니꺼] 창원시 의창구 명서시장…제철 맞은 매생이, 굴 지천에 깔려

자연은 참 조화롭다. 매서운 칼바람에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움츠러드니 땅속의 덩이뿌리들과 바다가 주는 선물들로 겨울 장터는 여전히 살 것도, 구경할 것도 많다. 일부 지역에 눈이 왔다는 뉴스를 뒤로하고 절로 '춥다'는 말이 버릇처럼 나왔던 지난 3일, 점심때쯤 창원시 의창구 명서시장을 찾았다. 1년 중 딱 요맘때, 3개월 동안만 자연 채취가 가능하다는 매생이가 지천으로 널렸다. 윤기가 흐르는 생미역, 톳 등 각종 해조류도 톡톡히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우선 제철을 맞은 매생이에게 눈이 간다. 청정해역에서만 자란다고 하니 살살 씻어서 국을 끓여내면 영양으로나 맛으로나 훌륭한 한 끼가 될 듯하다.

친절하게도 매생이와 찰떡궁합인 굴도 함께 파는 곳에 발걸음을 멈췄다.

"매생이 어떻게 해요?"

어른 두 주먹은 되어 보이는 넉넉한 양이다. "엊그제만 해도 5500원이었는데 500원 내렸다. 5000원이라. 제철이니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내려가네. 굴도 함께 사가이소. 일부러 싱싱한 굴을 가져왔다 아이가. 굴을 참기름 넣고 달달 볶다가 다진 마늘 조금 넣고 물 넣어, 한참 끓이다가 조선간장이랑 소금으로 간해서 매생이 넣고 불 끄모 뜨뜻하니 속도 풀리고 좋다. 매생이는 열에 약하니까 너무 오래 끓이지 마소. 그라모 영양도 챙기는 거 맞나?"

넉넉히 담은 굴도 5000원어치 샀다.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매생이.

"그런데 매생이는 씻는 게 힘들던데요."

"깨끗한 곳에서만 자라는 것이라서 이물질만 제거해 주모 된다. 찬물에 헹구면서 요래조래 살피면서 이물질 솎아내고 가는 체에 밭쳐 찬물에 헹구어가 물기를 빼면서 다른 거 준비하면 된다.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요리할 때 꺼내 두어 녹여 해먹으면 되제."

미끈한 생미역도 나물로 먹으면 좋을 듯하고, 탱글탱글해 잎들이 터질 것 같은 톳도 제철이 틀림없다.

"요맘때네. 보릿고개 시절에는 먹을 게 없으면 곡식 조금에다가 톳을 넣어서 톳 밥 안 해먹었나? 먹을 것이 없어도 그랬겠지만 영양가가 많아 그리 안 했겠나? 이것도 흐르는 물에 지저분한 것들을 털어낸 다음 찬물에 30분 정도 불려서 요리해 먹으면 된다. 불릴 때 식초를 조금 넣으면 비린 맛도 없어지고 좋지."

생미역과 탱글탱글한 톳.

실제 톳은 무기질과 철분이 많아 요즘 같은 계절엔 영양보충으로도 그만이다.

이젠 땅속에서 주는 선물들을 만나보러 발길을 돌렸다. 제철채소와 과일이 부족한 겨울에는 충분한 섬유질 섭취를 위해 뿌리채소를 먹는 것이 필수적이란다.

그래서인지 연근에서 마, 고구마, 감자, 무까지 땅속 채소들도 다양하다. 이들 뿌리채소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열량이 적어 포만감도 준다. 또한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하고 몸에 나쁜 독소 배출을 도와 몸의 순환에 좋은 효과가 있단다. 근육이 수축되고 움직임이 적어지는 겨울철에 이만큼 적합한 음식이 또 있을까?

밑반찬으로 인기있는 연근이 눈에 띈다.

"연근은 깨끗이 씻어 껍질째 요리하면 좋습니더. 살짝 데치고 나서 찬물이나 식초물에 담갔다가 요리하면 특유의 아린 맛도 없앨 수 있고예. 간장 넣고 올리고당이나 꿀이랑 요리하면 부드러워지고 좋지예. 아니면 식용유에 피망 등 채소랑 볶아 먹어도 연근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더."

지금 시장에 나온 고구마는 대부분 묵은 고구마. 햇고구마보다 단맛이 더 강하다는 묵은 고구마는 그냥 쪄서 먹어도 좋지만, 밥에 넣어 먹거나, 튀겨 먹으면 간식으로도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쪄서 말려 먹는 방법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구마를 얇게 썰고 나서 찬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빼고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찐 다음에, 채반에 펼쳐 건조하고 그늘진 곳에서 3시간 정도 말리면 된단다. 그러면 쫀득한 식감이 살아나 튀겨먹는 식감과는 완전히 다른 색다른 고구마를 즐길 수 있다.

"요즘 나는 것이 없어서 시장가도 별다를 것이 없을 텐데…."라는 걱정을 하며 나선 재래시장에는 자연이 기가 막힌 조화 속에 몸은 춥지만 두 손에는 영양을 가득 담아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싱싱한 오징어와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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