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합쳐질수록 어두워지고 빛은 합쳐질수록 밝아진다. 색은 표면을 타고 흐르지만 빛은 내부에서 비롯된다. 색은 스스로를 밝힐 수 없지만 빛은 스스로를 밝힌다. 빛은 살아있는 유기체에 양분을 제공하고 균형을 유지시켜준다.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빛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지금 이 빛이 부족한 모양이다. 경제도 그렇고 시국도 그렇다. 가을 중반을 지나면서 봄이 되기까지의 윈터 블루스(Winter Blues)라는 계절성 정서장애처럼, 우리는 그래서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빛이 부족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의 해를 맞아 서로 빛이라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더러는 이해관계에 따라 모이기도 하고 또 더러는 환부를 도려내려고 애를 태우기도 한다. 물론 빛 뒤에는 그림자도 함께 존재한다. 마치 세상을 바꾸기라도 할 것처럼 등장했던 정치인들이 빛이 아닌 그림자에 섞여 존재조차 희미해졌듯이 그림자는 늘 빛 뒤에 숨어있다. 빛은 색상의 값도, 의미도 모두 차연화(差延化)한다. 존재들의 색상 값은 언제나 그대로가 아니다. 이유는 빛이 존재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화가 질서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림에서 모든 색채는 원색에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원색을 원자극이라고도 하는데, 빛에서는 빨강·파랑·초록의 3색을 가리키며, 이 3색을 알맞게 배합하면 백색광을 포함하여 다른 어떤 색의 빛도 나타낼 수 있다. 이 3색을 빛의 3원색, 즉 가산혼합의 3원색이라 한다. 물감에서는 자주(마젠타)·노랑·청록(시안)의 3색을 가리키며, 이 3색을 알맞게 배합하면 검정을 포함하여 다른 어떤 색의 물감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다만 불투명한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이 3색을 물감의 3원색, 즉 감산혼합의 3원색이라 한다. 우리 정치의 혼합이 색들이 섞이고 섞여서 어두워지는 감산혼합이 아니라 부디 빛들이 모여 모여서 밝아지는 가산혼합이 되길 기대한다.

   
 

임진년 새해는 흑룡의 해다. '흑색'은 모든 색의 통합이라는 의미로 어느 색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강직함과 고귀함의 뜻을 지니고 있다. 흑색에는 기본적으로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서 공간을 축소시키고자 할 때 가장 효과적인 색상이지만 매우 무거운 에너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조화롭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경제 불안과 정국의 불안이 흑색을 닮았다. 그렇지만 물리학적으로 색에는 빛이 포함된다. 빛의 무덤인 흑색의 해에 빛의 물리학은 하얀빛을 지향한다.

선거의 해! 색과 빛 사이에서 벌이고 있는 숨바꼭질에서 우리는 밝은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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