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호흡기로 바이러스 침투...구토·기침 등 감기 증상 동반

며칠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바이러스성 장염이 여름보다 겨울철에 더 많이 발생하며 특히 연령별로 9세 이하 어린이가 62% 정도를 차지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겨울철에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고 특히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더 걸리기 쉽다는 것이 언론사 기사마다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내용이 있다.

겨울철 바이러스성 장염은 구토·설사·발열 등의 순수한 장염 증세 이외에도 콧물과 가래·기침 등의 감기 증세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장염이 동반된 감기라는 말로 표현한다.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체내 침투 경로는 두 가지로 구강을 통해서이거나 호흡기를 통해서이다. 장염 예방을 위해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말은 구강을 통한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기를 통한 감염은 손을 씻는 것만으로는 예방을 할 수 없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콧물이나 가래에 섞여 있을 때 이것을 들이마셔서 삼키면 장내에서 다시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콧물을 풀거나 가래를 뱉어서 체외로 배출을 하지만 어린이는 뱉어내지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아서 어린이들의 바이러스성 장염의 발병률이 더 높은 것이다. 특히 영·유아들은 스스로 신변처리를 해낼 수가 없어서 감기와 함께 장염이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손을 잘 씻고 자주 만지는 장난감의 위생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콧물과 가래의 처치를 잘 해주면 장염으로의 진행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설사를 인체의 생리적 방어기전의 측면에서 보자면 독소를 체외로 빨리 내보내고자 하는 반응이다. 그래서 음식물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생리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설사가 아주 심할 때는 차라리 굶는 것이 낫고 설사가 심하지 않으면 가벼운 죽 같은 것이 좋으며 우유나 찬 음식이나 과일은 증세의 개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소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면 종류도 당연히 좋지 않다.

또한, 장염으로 말미암은 잦은 설사는 탈수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한 탈수는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장염에는 수분 공급이 반드시 필요한데 보리차보다는 따뜻한 숭늉이 더 도움된다.

장염이 잘 걸린다고 반드시 장이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장이 약하면 장염이 더 잘 걸리기도 하지만 호흡기가 약한 것이 선행 원인이 되어 장염에 걸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치료하다 보면 호흡기가 좋아지면서 장이 좋아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몸이란 부분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상호 관련성 속에서 존재한다. 몸이 완성된 어른들과 달리 아직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아이들은 한 부분의 약한 것이 전체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장염이라고 해서 단지 장의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옥상철(창원시 마산회원구 아이한의원 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