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다람쥐

◇위장의 귀재 다람쥐

추위가 점점 기승을 부린다. 숲은 추위로 황량해지고,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한 다람쥐의 생존이 숲 속에서 시작된다. 낙엽 사이에 앉아 있는 다람쥐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개 다람쥐가 먹이를 찾기 위해 낙엽을 헤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검회색 계열의 색이 밤에 활동하는 집쥐의 위장색인 것처럼, 명도 대비가 뚜렷한 몸 빛깔은 낮에 활동하는 다람쥐의 위장색인 것이다.

◇다람쥐와 도토리

다람쥐는 포유류 전체 종 가운데 약 40%를 점하는 쥐 무리에 속한다. 쥐의 일종임에도 집쥐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몸 빛깔과 생김새 때문이다. 또 집쥐가 꼬리, 발, 귀의 피부가 드러나 있어 혐오감을 주는 데 반해, 다람쥐는 그 부분이 모두 털로 덮였을 뿐만 아니라 긴 꼬리는 탐스럽기까지 하다.

도토리를 먹고 있는 다람쥐. /황호림

다람쥐의 길고 탐스러운 꼬리는 나무 위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방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람쥐의 꼬리 피부는 꼬리뼈에서 쉽게 벗겨진다. 족제비가 다람쥐의 꼬리를 물었다면 다람쥐는 족제비의 입에 물린 꼬리의 가죽과 피부를 홀라당 벗어버리고 도망칠 수 있다. 연륜이랄까……. 나이가 많은 다람쥐일수록 꼬리가 짧은 것도 이 때문이다.

먹이를 찾은 다람쥐는 보통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입 안에 있는 볼주머니에 채운다. 도토리의 경우 좌우 볼주머니에 3개씩 모두 6개를 채워 운반할 수 있다. 안전한 곳을 찾은 다람쥐는 그곳에서 먹이를 먹거나, 지면에 구멍을 파고 먹이를 묻는다. 가끔은 자기가 파묻은 도토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다람쥐 덕분에, 참나무류가 침엽수림을 극복하고 숲을 점령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잠과 짝짓기

도토리가 갈색으로 변할 때쯤 다람쥐는 겨울잠을 준비한다. 곰이나 오소리와 달리 몸에 지방을 축적하지 못하는 대신 먹이를 저장한다. 한 마리당 먹이 저장량은 신갈나무 도토리 300~330개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을 낮추고 맥박과 호흡수를 떨어뜨려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활동기에는 37~38℃이던 체온을 겨울잠 자는 시기에는 2.8~8℃ 낮추고, 호흡수는 3분당 2~4회로 떨어진다. 다람쥐의 겨울잠은 개구리나 뱀의 겨울잠과 다르다. 평균 10일에 1회 정도는 체온을 상승시켜 먹이와 물을 먹고, 굴 내부 화장실에 배설한다.

겨울잠에서 눈을 뜨는 시기는 봄눈이 녹을 때쯤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늦게 겨울잠에 들어가고 일찍 깨어나는데, 이는 수컷의 짝짓기 전략이다. 수컷은 암컷이 겨울잠을 자는 집을 확인한 뒤 겨울잠에 들며, 깰 때도 암컷보다 일찍 깨어 곧 발정할 암컷을 기다린다. 암컷은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며칠내에 발정하는데, 이때 암컷을 둘러싼 수컷들의 힘겨루기가 격렬하다.

   
 

한가로이 숲속을 헤매는 듯 보이는 다람쥐도 번식을 위한 사랑행위에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한 걸 보니 임진년 새해에도 생물의 다살이가 고달파 보인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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