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송성주(36)·이혜경(34) 부부

"선을 자주 봤어요. 나이가 되니까 소개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날도 엄마가 전화번호 하나 툭 던져주더라고요. 별 기대 없이 차나 한 잔 하겠구나 생각했지요."

2010년 8월 어느 날 이혜경(34) 씨는 전화번호만 받아든 채 집을 나섰다. 그래도 전에는 상대가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알고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랑 연락처뿐이었다. 이름도 흘려들었고 회사만 창원 신촌 어디라는 정도만 알았다.

혜경 씨가 보기에 처음 만난 송성주(36) 씨는 인상이 선했다. 하지만, 선한 인상과 더불어 마른 체구가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큰 혜경 씨는 상대가 어느 정도 덩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어쨌든 취향은 아니었던 셈이다.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어요. 한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냥 우스갯소리만 한 시간 정도 했지요. 서로 일이나 가족 등 선보면 으레 주고받는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담이 없기는 했지만요."취향으로 따지자면 혜경 씨도 성주 씨 기대와는 어긋났다. 일단 큰 키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165㎝를 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성주 씨는 '정말 키가 크구나'라고 생각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일단 선을 봤으니 다음 단계는 '애프터' 신청이었다. 다음날 저녁 성주 씨는 혜경 씨에게 문자로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일단 1단계는 통과였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결혼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한 만남이다. 어색한 순간은 넘겼고, 혜경 씨는 언제부터 마음을 열었을까.

"두 번째 만났을 때요. 영화를 보기로 했었는데 영화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근처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지요. 말이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라온 환경이 비슷했다. 고향이 같았고, 다닌 학교도 가까웠다. 두 살 차이니 공유하는 추억도 비슷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또 하나같이 유쾌한 얘기들이 이어졌다. 마침 성주 씨는 말을 재밌게 하는 요령도 아는 사람이었다. 2시간 남짓 남자와 수다, 혜경 씨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성주 씨는 스포츠를 좋아했다. 그냥 보는 정도가 아니라 주말이면 늘 야구나 축구를 즐길 정도였다. 그래서 주말엔 주로 운동장에서 함께 보냈다. 야구나 축구나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남편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다. 혜경 씨와 성주 씨는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2단계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연애하면서 특별한 데이트나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지난해 초겨울 마산 오동동에 찜을 먹으러 갔는데 그날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어요. 둘이 같이 우산을 쓰고 갔지만 식당에 도착하니 몽땅 젖어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서로 보고 희희덕거리고 그랬어요.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이 생각나요."

선을 봤고, 가까워졌고,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이제 한 단계만 남은 셈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느닷없이 닥쳤다. 자세한 이야기는 혜경 씨와 성주 씨만 알고 싶은 비밀이라고 한다. 대충 상황만 설명하자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딱지를 끊겼고, 성주 씨는 혜경 씨에게 막무가내로 서로 책임져야 한다고 우겼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억지스럽고 짓궂은 프러포즈였던 셈이다. 어쨌든 성주 씨와 혜경 씨는 그해 12월 양가 어르신께 인사드렸다. 그리고 2011년 4월 9일 결혼식을 했다.

"그 이후로 정식 프러포즈를 받지 못했네요. 왜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섭섭하지요. 계속 하겠다는 말만 하면서 미루다가 결국 넘기더라고요."

연애 기간이 짧아서일까. 혜경 씨는 결혼하고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성주 씨는 여전히 자상하고 재밌으며 좋은 사람이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까칠하다'는 말도 듣지만 집에서는 그런 모습도 없다.

혜경 씨와 성주 씨는 3월 말쯤 소중한 새 가족을 맞는다. 건강한 아이도 낳아야 하고, 못했던 데이트, 받지 못한 프러포즈도 해결해야 하고…. 이 부부, 지금까지 한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게 훨씬 많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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