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시 진해구 감로수 식당

세밑에 이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내일일진대 하루하루가 아쉽기도 하고 기대에 부풀기도 한다. 올 한해를 돌아본다며 괜스레 반성이라는 것도 해보고, 반드시 내년엔 뭔가 달라지리라는 결심에 비장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오는 해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 아닐까?

얇아진 달력만큼이나 허해진 마음에다 칼날 같은 바람 때문에 더욱 스산해지는 요즘, 어떤 음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지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은 바로 '매운탕'이다. 의식을 못 해서 그렇지 한국인 대부분은 매운탕 애호가다. 생선을 넣고 끓인 국이나 찌개는 무엇이든 좋아한다.

매서운 바람을 뒤로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한 자리에서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끓인 매운탕에다 술도 한잔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만으로 몸도 마음도 따뜻해질 것 같다면 세밑에 너무 '감성'만 풍부해진 것일까? 그래서 찾아간 곳은 자연산 바다 생선으로만 끓인 매운탕만을 취급한다는 창원시 진해구 덕산동 '감로수 식당'이다.

흔히 아는 생선매운탕이라면 회를 뜨고 남은 생선 대가리와 뼈에 된장을 풀어 팔팔 끓인 것이나 통우럭 정도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감로수 식당'에 오면 싱싱한 생선들을 가득 넣어서 끓여낸 국물 말고도 먹을 것(?)이 많은 매운탕을 맛볼 수 있다. 자리에 앉았지만 주문을 할 것도 없다.

싱싱한 자연산 생선을 넣은 매운탕이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생선매운탕 전문집'이라고 하더니 메뉴는 딱 한 가지 '생선매운탕'뿐이다. 주인은 손님 숫자를 보고 얼른 매운탕을 준비한다. 덕분에 오래 기다릴 것도 없다.

몇 가지 반찬이 차려지고, 불판 위에 생선매운탕이 놓였다.

이날 매운탕의 주인공은 탱수(삼세기), 도다리, 달갱이(성대), 감성어, 고랑치 다섯 종류다. 잡어를 넣는다고 하지만 하나하나 고유의 맛을 가진 맛난 고기다.

매운탕의 주인공들은 제철에 나는 그때그때 잡힌 잡어다. 계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빼드락지(배도락치)나 꼬시락, 새치 등도 종종 올라오는 생선들이다.

"자연산만을 취급합니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경매하러 인근 용원과 속천·괴정 등으로 나갑니다. 경매가 없는 일요일은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자연산 중에서도 신선한 생선만을 고집합니다. 벌써 11년, 자연산 생선으로 만든 매운탕 하나만을 메뉴로 내놓고 지켜온 원칙입니다. 왜 자연산만 쓰냐고요? 싱싱한 생선을 쓰면 육수부터가 다릅니다. 오로지 생선으로만 육수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재료를 넣으면 오히려 맛이 텁텁해요. 육수의 비결이 싱싱한 생선인데 매일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황정입 사장의 고집이다.

/박일호 기자

좀 소문난 집들이 그러하듯이 매운탕에 들어간 재료들은 생선을 빼고는 오히려 단출하다. 적어도 5가지 이상 들어간 잡어 외에 두툼한 무와 대파, 고춧가루가 전부인 듯하다.

매운탕이라고 해봐야 횟집에서 회를 먹고 나오는 매운탕을 먹어본 게 전부였는데 오롯이 생선매운탕을 만들기 위해 끓여진 그 맛이 기대된다.

이미 한번 끓여 나온 매운탕은 5분을 다 채우기도 전에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아무렇게나 흩뿌려져 있는 고춧가루를 국물 안으로 밀어넣으며 휘 한 바퀴 저어 국물을 떴다.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다. 얼큰하면서도 개운하다.

고춧가루와 조선간장만으로 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을 살리면서 맑은 듯 시원한 맛도 놓치지 않았다. 양념이 고루 밴 잘 익은 무도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생선마다 붙어 있는 보드라우면서도 다양한 질감의 살들을 발라 먹는 즐거움도 빼놓기 어렵다.

단출한 메뉴인데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국물을 밥에 덜어 쓱싹쓱싹 비벼 먹으면 정말 한 그릇으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감칠맛'이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 듯하다. 기본적인 맛이란 본디 짠맛, 신맛, 단맛, 쓴맛의 4가지 맛이다. 하지만, 감칠맛은 이들 4개의 기본 맛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맛이라는데 잘 끓여진 이 집의 국물 맛이 바로 감칠맛이다.

여느 매운탕과 다르니 우리가 흔히 먹는 횟집 매운탕처럼 계속 끓이면 안 된다. 먹다가 국물이 식었다 싶으면 다시 불을 켜서 좀 더 데워서 다시 불을 끄고 하는 식으로 먹어야 한다.

감로수 식당의 매운탕은 시원한 맛이 포인트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끓이면 맛이 탁해진다는 것이 사장의 설명이다. 끝까지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잊지 말기를.

<메뉴 및 위치>

□메뉴 △생선매운탕 1인분 1만 원.

□위치 창원시 진해구 덕산동 21-29번지. (055)551-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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