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현욱(28)·임장미(28) 부부

#1. 회사 선배 아내의 후배라고 한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한 번 만나보라고 하는데…. 마침 일도 일찍 끝났겠다 집앞까지 모시러 가기로 한다. 어차피 오래 기다리기도 싫으니…. 200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어쩐지 느낌이 좋다. 김현욱 (28) 씨는 그렇게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전화를 받은 그녀는 몹시 당황한다. 처음에는 집이 어딘지 가르쳐주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이상한가? 그래도 조심스럽게 설득해 집앞까지 도착했다.

#2. 선배 소개로 만나기로 한 남자가 따로 약속을 정하지도 않고 집앞으로 오겠다고 한다. 전에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당연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임장미(28) 씨라고 다르지 않았다. '무슨 이런 일이…'. 어쨌든 남자가 집앞에 도착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일까? 선배 믿고 한 번 나가본다.

   
 

현욱 씨는 차로 다가오는 장미 씨를 보며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기에 인상이 참 선했어요. 바로 마음에 들었지요."

현욱 씨는 어디로 갈지를 물었다. 장미 씨는 선선하게 롤을 먹고 싶다고 했다. 장미 씨가 빨리 정하지 않았다면 더 어색할 상황이었다.

현욱 씨는 선뜻 아는 캘리포니아롤 가게로 차를 몰았다.

당시 현욱 씨를 보던 장미 씨의 첫인상은 고작(?) '키는 크네'였다고 한다.

식사를 함께 한 현욱 씨와 장미 씨는 커피숍에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헤어졌다. 3교대 근무를 하는 장미 씨가 병원으로 가야 했다. 부담스럽고 어색한 첫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다음날 아침 또 찾아갔어요. 크리스마스인데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고…. 그렇게 데리러 가서 또 데이트하고. 그 뒤에도 미리 약속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시간 되면 전화해서 보자고 하고 그렇게 만나고…."

만날수록 좋은 감정은 쌓였다. 하지만, 현욱 씨는 선뜻 사귀자는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귀는 단계가 된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현욱 씨 착각이었다.

우연히 장미 씨와 장미 씨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힌트를 얻게 됐다. 현명한 장미 씨 친구들은 정식으로 사귈 뜻을 전하라고 현욱 씨에게 귀띔했다. ㅔ건너뛰어서는 안 될 단계를 그렇게 거친다. 첫 만남 이후 한 달 정도 지나서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지만 데이트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현욱 씨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구분이 뚜렷한 편이었지만, 3교대 근무를 하는 장미 씨는 늘 시간에 쫓겼다.

"시간 나면 잠깐 얼굴 보고 병원으로 데려다 주고, 그러다가 시간이 맞으면 당일 코스로 어디 다녀오고 그런 식이었어요."

자투리 시간이라도 쌓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믿음은 깊어졌다. 현욱 씨는 장미 씨에게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다. 하지만, 장미 씨에게는 이른 제안이었다. 뭔가 준비된 것도 없이 무작정 결혼하는 것 같아 부담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처음부터 은근히 부담을 많이 주는 사람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던 시간이 1년 정도 흘렀다. 주위 친구들이 한두 명씩 결혼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장미 씨도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그렇듯 현욱 씨가 있었다. 현욱 씨와 장미 씨는 지난 10월 16일 부부가 된다. 그런데 첫 만남 때부터 여자 집앞에서 기다리던 이 남자, 막상 프러포즈를 건너 뛴다.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어요. 너무 바빠서 서로 시간도 맞지 않았고, 준비할 것도 많고 하다 보니 그냥 지나치게 됐어요. 아직도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나요."

물론 장미 씨는 결혼 전에 꾸준하게 신호를 보냈다. "당연히 기다렸지요. 결혼 1주일 전이 만난 지 1000일 되던 날이었는데 기대 많이 했거든요. 그전에 먼저 결혼한 친구가 있어 프러포즈를 어떻게 받았다는 얘기도 듣고. 그런데 끝까지 소식이 없더라고요."

어쨌든 현욱 씨는 큰 실수 한 거다. 장미 씨는 반드시 프러포즈를 받아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다가온 남자, 막상 프러포즈는 건너뛴 남자. 그래도 장미 씨가 그를 받아들인 이유는 있다. "책임감이 무척 강하고 듬직해요. 잘 챙겨주고 제 얘기를 잘 들어줘요. 저는 무슨 일이든 주저하는 편인데 남편은 항상 시작하기를 권하고 응원하는 사람이에요. 항상 밝은 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해주지요."

현욱 씨는 결혼하고 나서 장미 씨가 더 많이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지금처럼 서로 배려하면 앞으로도 늘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막 함께 걷기 시작한 부부는 연말 회식을 넘기고 내년부터 자녀 계획에 들어간다고 한다. 현욱 씨는 3명, 장미 씨는 2명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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