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강지연 한국폴리텍Ⅶ대학 학장

창원시 성산구에 소재한 한국폴리텍Ⅶ대학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취업률 전국 1위, 입시 경쟁률과 인문계고 지원자 급상승 등 그 성과는 놀랍기만 하다. 대표적인 종합기술교육대학으로서 위상을 한껏 높이는 이 대학 변화의 중심엔 강지연 학장이 있었다.

지난 2009년 3월 경상남도 도의원 출신의 강지연(67) 씨가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학장으로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학교 안팎의 반응은 대체로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여성 학장은 처음일 뿐만 아니라, 그전에는 전직 고위 관료나 군 인사가 임명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 지역 출신 모든 게 처음이었다.

그것은 그러나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강지연 학장은 “처음 왔을 때 우리 대학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며 “인맥과 정치적 감각, 경영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학장직을 제대로 수행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학장./김구연 기자

“군 장성 출신이 워낙 많이 와서 ‘별들의 고향’이란 말까지 있었어요. 외부 기관이나 주민들에게조차 노출이 거의 없는 대학이었습니다. 밖에서 우리 대학을 이야기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고 단순히 직업훈련을 하는 기관으로만 인식되어 있었습니다.”

이름을 바꾸긴 했으나 ‘기능대학’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쉽게 달라질 리 없었다. 1980년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창원기능대학이 전신인 한국폴리텍Ⅶ대학은 컴퓨터응용기계과, 금형디자인과, 자동차과, 산업설비자동화과 등 9개 학과와 산업학사학위과정, 기능사·기능장과정 등 총 3개 과정을 운영 중인 고용노동부 산하 교육기관이다.

여성 학장, 정치인 출신 학장 모든 게 처음

강지연 학장은 6년여에 걸친 도의원 경험과 경영학 박사(경남대)로서 전문성을 살려 학교를 무섭게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힘을 쏟은 것은 바로 ‘홍보’였다. “‘현장 맞춤형 인재양성’이라는 우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홍보가 부족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순히 홍보실을 만들고 광고를 강화한 수준이 아니었다. 강 학장은 도의회 활동 과정에서 쌓은 인간관계를 한껏 활용하며 발로 뛰어다녔다. 언론사 기자들과 수시로 만나고, 교수들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안면이 있는 지역사회 공무원, 도의원·시의원과도 소통을 늘렸음은 물론이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대학의 이미지를 바꾸고 높여줄 것이 분명했다.

강지연 학장./김구연 기자

“홍보에 신경 쓴 또 한가지 주요 이유는 교수들의 사기진작이었습니다. 군사정부 시절 세워진 대학이라서 그런지, 경직된 문화가 지배하고 있었어요. 교수들로부터 마음의 여유, 표정의 여유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교수들이 만족을 못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힘을 내 공부할 수 있겠어요. 학교 브랜드를 강화하면 자연히 많은 게 달라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변화는 구체적 수치로 나타났다. 4년제·2년제 대학 통틀어 전국 1위를 차지한 취업률 89.2%(2011년 8월 기준)는 2008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뛴 것이었고, 입시 경쟁률 또한 평균 7대 1로 배 이상 올랐다. 인문계고 학생들의 지원도 급증했다. 지난 9월 수시 1차 모집 결과, 1287명이 지원해 사상 처음으로 전문계고 학생보다 1.3배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강지연 학장./김구연 기자

현장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률·입시경쟁률 급상승

물론 이런 성과는 ‘홍보’로만 가능한 게 아니었다. 강지연 학장은 “우리 대학은 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감을 좁히고자 과감히 실용 중심, 실사구시형 학문을 꾸준히 추구해 왔다”며 “이론보다 실습 비중을 늘리고 산업체에 특화된 현장 맞춤형 교육시스템을 운영했다. 학과 조정, 커리큘럼 편성, 장비 배치 등 교육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기업 요구에 맞추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현장맞춤형 교육시스템이란 쉽게 말해 산업현장의 시스템을 대학에 그대로 옮겨, 학생들이 취업했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기술을 능숙하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두산중공업, 현대위아, STX조선해양, 삼성전자 등 대기업뿐 아니라 우수한 중소기업에 많이 취업하고 있는 한국폴리텍Ⅶ대학 출신 학생들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기술적 능력, 조직 적응력, 충성도 모두 다른 학교 출신보다 월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직률이 낮고 근무기간이 더 길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미리 산업현장에 ‘적응’하고 간 탓이 아니겠어요. 익숙하니 더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거죠. 과거 무시당했던 기술인에 대한 인식은 이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나 학부모나 학문에 대한 맹신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쪽으로 달라진 거예요. 우리 대학은 기업체 현장의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기술 최고 자격인 기술가, 기능장, 박사 등이 교수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그 어느 곳보다 우리 대학이 잘 맞출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술·기업·취업만 강조하다 보면 역시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문적 소양, 인간관계의 기술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강 학장 역시 이 부분을 적잖이 걱정한다. 일과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가족·친구·상사·동료와의 관계 또한 사회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특강 등을 통해 인성교육에 나서는 한편 휴식과 여가 공간을 만들어 학교 분위기를 바꾸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미흡한 것이 많다.

“윤리적인 측면, 인문적 소양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법인 전체 차원에서 이를 보완하고자 교양 교과 확보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인문적 소양까지 갖춘 최고의 기술자를 양성하도록 힘쓸 것입니다.”

내년 3월 임기 끝나…학장 연임? 정치권 재진출?

강지연 학장./김구연 기자

그러나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폴리텍Ⅶ대학에서 계속 일할 교수들이나 후임 학장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내년 3월이면, 강지연 학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강 학장은 이에 대해 “연임할 수 있긴 하나, 연임에 전혀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정치에 입문한 과정도 그랬지만, 세상 일이 원하는 대로, 집착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 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오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치 쪽은 어떨까? 사실 강 학장은 지난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도의원을 사퇴하고 나서 한나라당 공천(마산갑)을 신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마침 내년 4월 또다시 총선이 치러진다.

“정치권 재진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연해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꼭 드리고 싶네요. 당시 저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은 경남에서 단 한 번도 여성 후보를 공천한 적이 없어요. 물론 국회의원도 없었죠. 비례대표 의원은 여성할당이 잘 지켜지는데 지역은 그렇지 못합니다. 경쟁력 있는 여성에게는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안 출신인 강지연 학장은 조금 뒤늦은 30대 중반에 대학에 들어가 석사·박사 과정까지 마친 뒤 여성 최초 경남도의회 운영위원장·예결특위위원장·부의장 등에 오르는 등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학장 임기가 끝나고 총선이 다가오는 지금, 그의 인생 ‘마지막 도전’이 시작될지 안 될지 주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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