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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맑은탕 한뚝배기 하실래예 

[초짜 애식가의 음식 이야기] (2) 복국과 물메기탕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음식을 먹을 때 가끔 속으로 던져보는 질문이 있다. 이 음식은 왜 주로 이렇게(이런 조리법으로) 해먹을까?

'별 게 다 궁금하네' 뭐라 하는 분이 적지 않을 거 같다. '맛있으니까 그렇지' 단박에 정답을 던지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 한 가지 더. 지금 한창 제철을 맞은 물메기를 맑은탕(지리)이나 매운탕이 아닌 구이로 먹어본 기억이 있는지? 또 반대로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인 고등어를 구이·조림이 아닌 맑은탕으로 먹어본 경험이 있는지?

도전정신이 무모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왜? 당연히 그렇게 조리하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생선마다 각기 다른 성분구조를 지니고 있는 까닭에 기인한다.

의외로 맑은탕으로 먹는 생선은 많지 않다. 물메기와 함께 1년 중 최절정의 맛을 내고 있는 복어, 대구 정도가 대표적일까. 아귀나 도미, 광어, 삼세기(탱수)도 쓰이지만 전국적·대중적 지위를 획득한 음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물메기, 복어, 대구는 다른 생선에 비해 기름(지방)이 적은 반면 아미노산 등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생선은 맑은탕으로 끓여낼 경우 별 양념 없이도 시원·담백하면서 깔끔한 국물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구이나 회로는 부적합하다. 고소한 맛이 나려면 고등어·갈치처럼 기름이 많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밑간을 충분히 해주거나 양념을 더하지 않으면 맹탕이 되기 십상이다. 다만 복어의 경우 '불고기'식으로 굽거나 회로도 꽤 먹는데, 다른 생선 구이·회보다 별로 맛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각자 취향이 다르겠으나, 맑은탕계의 최강자는 뭐니뭐니 해도 복국이 아닐까 싶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 선호도, 식당 수 모든 면에서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그에 비해 물메기는 남해 등 바닷가 주변에서만 주로 먹다가 최근 10여년 사이에 갑자기 전국적 관심을 얻게 된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다.

물메기는 지역마다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표준어는 꼼치이지만 남해에서는 물메기, 물미거지, 동해에서는 곰치, 물곰, 서해에서는 물잠뱅이 등으로 불린다. 서울·수도권에서는 주로 물곰탕·곰치국이란 이름으로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신김치나 매운 양념을 많이 넣은 동해·강원도식이 주류를 이루는 때문으로 보인다.

   
 
  남해읍 전통시장 봉정식당의 물메기탕./고동우 기자  

하지만 이런 조리법은 물메기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갓 잡은 생물 물메기를 구하기 어려워 부득불 부재료를 많이 쓰는 점도 있을텐데, 맑은 것을 넘어 심지어 '영롱'하기까지 한 바닷가 주변 물메기탕 맛을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도시민들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선도만 훌륭하면 물메기나 복어나 특별한 부재료가 필요 없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무, 콩나물, 미나리, 마늘, 파 정도면 준비 완료다. 간은 주로 국간장·소금으로 하나 된장을 살짝 쓰기도 한다. 육수 내는 법은 서로 좀 다른데, 물메기탕은 부재료와 물메기(되도록 듬뿍!)만 넣어줘도 충분히 맛이 나지만 복국은 복머리 등으로 육수를 미리 우린 뒤 살을 넣고 후루룩 끓여낸다. 두 탕 모두 살이 다칠 수 있으므로 오래 끓이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맑은탕계의 지존들'이라 해도 냉동 등 선도가 나쁘면 차라리 안 먹는 게 낫다. 깔끔하지 못하고 탁한, 심지어 약간 역한 기운까지 감도는 국물이 우려져 나올 뿐이다.

생선살 역시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냉동 복어는 동태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물메기·복어·대구처럼 단백질이 많은 생선은 '냉동 변성'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상을 띠는 촉촉한 수분은 사라지고, 질기고 건조한 섬유질 덩어리처럼 변하게 된다.

   
 
  마산 오동동 남성식당 복국./고동우 기자  

혹자에 따르면 참복이든 까치복이든 중국산 냉동 복의 시장 점유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참복의 경우, 국내 자연산은 10~20%도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대다수 식당은 그러나 어떤 복을 쓰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냉장·냉동을 구분해 알려주는 식당도 극소수다. 결국 바닷가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맛없는 냉동 복을 먹을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지는 셈이다. 설사 생물이라 해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수조나 냉장시설에 오래 저장한 생선과 갓 잡은 그것을 비교할 수는 없다.

물메기는 남해·서해 등 일부 지역에서 약간 말린 뒤 탕이나 찜으로 해먹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수요가 급격히 늘어 없어서 못 먹는 판인데, 굳이 시간과 공력을 들여 말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말려서 먹을 경우, 흐물흐물한 물메기 특유의 약간 불쾌한 식감이 사라지고 살다운 살을 씹는 맛이 생겨 여러모로 더 좋다는 주장도 있다.

다시 이 글 서두로 돌아가, 앞서 '이 음식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좀 장황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야겠다. 기자는 이런 식의 의문과 해답찾기가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아주 유용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음식점이라는 곳에서 내놓은 음식을 보면, 의외로 어처구니없는 조리법으로 좋은 재료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재료의 맛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떻게 조리했을 때 가장 맛있는지 경험하고 기억하고 이해한다면 그런 어리석은 실수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겨울, 뜨끈한 게 생각나거나 해장이 절실할 때 잔뜩 물이 오른 복국이나 물메기탕 한 그릇 어떨까. 일천한 경험이지만, 지금까지 먹은 최고의 복국·물메기탕은 마산 오동동 남성식당 복국과 남해읍 전통시장 봉정식당의 물메기탕이었다. 이 맛을 저마다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한다면 다른 질 낮은 복국·물메기탕과의 차이를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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