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지역에는 문화예술관련 토론회가 마치 밀린 과제물처럼 넘치고 있다. 예술인 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부분에 대해서 경남도의회 김경숙 의원과 석영철 의원이 주최한 문화예술인 복지지원조례제정을 위한 토론이 있었고, 공동주최한 경남문화정책연구소는 설립 몇 달 만에 무려 4번의 토론회를 주최했다. 그리고 얼마 전 창원시가 문화예술시책개발 세미나를 가졌었고, 이번에는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정책세미나도 있다. 아마 좋은날이 오긴 올 모양이다.

한편에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직업군을 위해 만들어진 복지법이 그 뼈대가 되는 4대 보험 중 산재보험 말고 나머지는 모두 빠진 채 근로자의제조차 풀지 못하고 우리 앞에 던져져있다. 무엇이 예술이며, 예술가는 누구인가, 직업으로 인정하는 예술 활동은 어떤 것인가? 하는 실타래를 이제 우리가 풀어야하는 것이다. 이법의 시행을 위해서 예술계 고용관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치고 예술인 범위도 설정해야하고, 표준계산서개발이나 예술인복지사업 같은 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해서 시행령에 담아야한다.

이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논의되어왔지만 아직 지방정부는 예술인 실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겨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0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나 하면서 예술인 정책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경남지역의 예술인 기초조사는 문화예술단체수나 소속회원숫자 정도를 파악하고 있을 뿐이고, 문화예술 정책이 예술인 기초조사도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제 생산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정책이 바뀌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중심의 정책에서 창작자중심으로 바뀌어야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오는 것이다.

암튼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을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문화부와 고용노동부가 불과 얼마 전에 교육과학기술부의 '부실대학' 발표를 계기로 예술인의 취업에 대한 문제가 환기되면서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다.

   
 

예술 활동의 직업 인정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현황파악이 우선이다. 경남에서는 지난 2005년 경남도민일보가 경남예술인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한 번도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법제정에 앞서, 조례제정에 앞서, 시책개발에 앞서서 경남의 예술인들이 영역별로 얼마나 되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실태조사도 하고 분석도 해서 그 자료를 가지고 비로소 정책이 논의되는 선순환 구조를 요구한다. 그러니까 토론회에 앞서 예술인 실태조사가 먼저라는 이야기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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