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39구간 박달령~선달산~갈곶산~마구령(12.6㎞)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의 39차 산행은 처음과 끝 모두 추위와의 전쟁이었다. 지난 17일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지만 종주팀은 '2011년 송년 산행'을 위해 경북 봉화군으로 향했다.

이번 구간은 오전 약수에서 출발해 박달령∼선달산∼갈곶산∼마구령∼임곡에 이르는 17.6㎞(대간 12.6㎞·접속 5㎞)이다. 특히 지난 3월 26일 2011년 신묘년 첫 산행 종착점인 오전 약수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한 해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한 자리에서 진행하는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다 대간 종주 누계거리 700.86㎞(대간 619.8㎞·접속 81.06㎞)를 돌파했다.

선달산 정상을 거쳐 늦은목이로 향하는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는 S&T그룹 백두대간 종주대원. /박일호 기자

오전 9시 박광호 등반대장의 구령에 맞춰 국민체조로 몸을 푼 종주팀은 영하 10도의 칼바람을 등에지고 대간 마루금인 박달령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비교적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세차게 불던 바람이 잠시 주춤했다. 속으로 '하늘이 돕는구나' 생각하고 한참을 올랐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박달령 고갯마루 헬기장에 종주팀 전원이 올랐다. 해발 1000m가 넘는 박달령의 세찬 바람은 모자 끝에 흐르는 땀방울을 고드름으로 만들었다. 심호흡과 함께 아이젠, 스패츠 등 장비를 챙긴 종주팀은 구간 최고봉인 선달산(1236m)까지 4.8㎞를 3시간 남짓 걸릴 것으로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눈이 쌓인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적당히 반복하면서 이어졌다. 인간과 다르게 추운 겨울을 나고자 옷을 모두 벗어버린 갈참나무 숲이 계속되는 가운데 봉화군의 상징인 춘양목이 모습을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차디찬 서북풍이 종주팀을 괴롭히는 바람에 잠시 휴식할 틈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능선을 따라 부는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영하 20∼30도로 느껴질 정도로 매서웠다. 갈증을 달래고자 배낭 주머니에 넣어둔 생수가 꽁꽁 얼기 시작했다. 선달산 아래 비교적 바람이 잔잔한 곳에 배낭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남봉순 대원이 준비한 문어 숙회로 추위와 허기를 달랬다. 누군가 문어 숙회를 먹으면서 '산해진미'라고 외쳤다. 이 뜻은 '바다에서 나는 음식은 산에서 먹어야 더 맛있다(山海眞味)'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선달산 정상서 기념촬영.

구간 최고봉인 선달산에 오르자 바람은 더욱 심해졌다. 모두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 샷 한 컷을 찍으면서 'S&T중공업 백두대간 파이팅'을 외쳤다. 종주팀은 늦은목이 부근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서남쪽으로 이어진 내리막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늦은목이까지는 대략 2㎞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추위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져 40분 정도 걸렸다. 햇살이 잘 드는 잣나무 숲에 자리를 편 종주팀은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허기는 해결되었지만 찬 음식이라 온몸에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싸늘했다. 너무 많은 휴식 시간은 자칫 저체온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박광호 등반대장은 이내 종주팀을 이끌고 갈곶산을 향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잠시 움츠러든 몸은 오르막이 계속되는 산행으로 금세 풀렸다.

쌓인 눈 탓에 비탈지역을 대원 들이 힘들게 내려오고 있다.

오후 2시가 지나자 마루금의 바람은 발걸음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졌다. 뒤돌아 볼 여력도 없이 앞선 동료만 쳐다보며 나아갔다. 어찌나 추웠던지 장갑을 낀 손가락 끝이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코끝을 때리는 칼바람에 얼굴이 얼어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일몰 시간(오후 5시 10분) 전에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추위에 10㎞ 이상 걸었는데도 산행 속도가 더 빨라졌다. 갈곶산 정상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부석사로 내려선다.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대간 마루금이 계속된다. 방향에 자신이 없으면 먼저 지나간 산꾼이 달아 놓은 시그널을 따라 나아가면 된다.

암릉길을 지나 1057봉을 거쳐 894봉 헬기장에서 마구령까지는 대략 2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아이젠 등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눈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더 소요된다. 안전산행이 중요한 만큼 될 수 있으면 장비를 세심하게 챙겨 산행에 나서는 것이 안전산행의 필수조건이다. 마구령에 도착한 종주팀은 마지막 일행의 도착을 확인한 후 935번 지방도로를 따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로 방향을 잡았다. 임곡리까지는 3㎞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예정된 시간인 오후 6시에 임곡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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