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막막', 학생들은 '불안'


올해 중3들은 내신성적만으로 고교 입학이 결정되는 첫 세대. 이에 따라 제기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중3들의 고교 지원 성향이 지난해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경남의 고교 신입생 전형은 일반계의 경우 평준화 적용 지역과 평준화 비적용 지역으로 나뉜다. 적용 지역은 창원(1학군)과 마산(2학군).진주(3학군)이며 입학 정원은 각각 5845.4550.3780명에 이른다.
이밖에 김해.진해.의령 등 나머지 17개 시.군과 적용 지역 가운데 읍.면 지역의 고교는 비적용 지역으로 나누어진다(마산제일고 제외).
적용 지역 일반계는 경남 교육감이 주체가 돼 학생 지원을 받아 총원 기준으로 합격생을 뽑은 다음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한다.
반면 비적용 지역 일반계와 실업계 고교는 학교별로 지원을 받아 학교장이 선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가운데 전체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이른바 적용 지역 일반계 고교에 비적용 지역 중3 학생들이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비적용 지역 학생들이 적용 지역에 많이 몰리면 해당 지역 학생들의 탈락이 많아져 부득이하게 다른 지역 일반계 고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선발고사를 치른 지난해와 달리 내신성적만으로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원 성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지난해는 학력을 평가하는 선발고사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력이 뛰어난 도시지역 학생들이 유리했지만, 올해는 학교별 석차에 따른 내신성적만으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남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적용 지역에 진학한 비적용 지역 중학생의 숫자는 진주가 8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창원.마산이 각각 200명과 400명 수준을 보였는데 올해는 농.어촌 지역 학생들의 지원이 지난해보다 10% 남짓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비적용 지역 학생 가운데 3분의 2가 합격했다고 보면 올해는 200~250명 정도가 더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창원.마산.진주 등 적용 지역 학교 관계자들은 지원 학생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줄어들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당황해하고 있다.
창원 ㅇ중학교 3학년부장 교사는 “지난해 창원 지역 학교들도 일반계 진학률이 76%에서 62%까지 큰 차이가 있었는데 올해는 도.농간은 물론 학교간 학력 격차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 지원이 늘 것”이라며 “지난해 같으면 합격했겠지만 올해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학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주 모중학교 3학년 부장 교사도 “지난해는 합격률이 65% 안팎이었으나 올해는 안정권이 50%로 점쳐지고 있다”며 “하지만 적용지역은 미달이 돼도 추가 선발이 없기 때문에 60%까지는 원서를 써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마산의 모 중학교와 모 여중 3학년 담임 교사도 “(비적용 지역 학생들의 지원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으나 아무래도 조금 늘어나리라고 본다”며 “마산 출신 학생들이 지난해보다 불리해질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적용 지역 학교 교사들은 적용 지역 지원자들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내다봤다.
창녕의 한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농.어촌 지역은 대부분 중학교 졸업생보다 고교 신입생 숫자가 더 많다”며 “교육청을 비롯한 지역 사회에서 지역 학교 살리기를 위해 같은 지역 진학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함안과 양산의 중학교 3학년 교사들도 “내신만으로 뽑아 농.어촌 출신 학생이 유리하다 해도 통학.자취 등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에 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게다가 농어촌 고교 출신 학생의 대학 특례 입학제도와 농.어촌 고교가 대입내신에 유리한 점 등 때문에 비적용 지역 진학을 원하는 학생도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용 지역의 경우 학교에 따라 담당교사의 진학지도를 따르지 않거나 학교간.도농간 학력 격차를 인정하지 않는 고입 전형 방법에 대해 불만을 갖는 학부모들이 꽤 많은데다 달리 손쓸 수 있는 방법도 없어 교육정책에 대한 항의 사태가 전혀 없으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남 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고입 정책은 학생들을 일찍부터 성적 경쟁으로 몰아넣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며 “내신성적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데 불만이 없지 않겠지만 국.영.수 중심의 기존 학력만으로 학생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는 만큼 학부모.학생 모두의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실업계 고교와 비적용 지역 인문계 고교의 대량 미달 사태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고교 입시에서는 58개 실업계 고교 가운데 44개교, 89개 비적용 지역 일반계 고교 가운데 49개교가 미달 사태를 빚었다.
내달 치러질 2002학년도 도내 고교 진학 지원자는 중3 학생 숫자 4만 342명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교 신입생 정원은 일반계 3만 1407명과 실업계 1만275명 등 모두 4만1682명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1000여 명 많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