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바퀴 구르는 것처럼 빠르다 해서 바퀴벌레

"악! 신랑 이거 좀 잡아줘!" 일요일 이른 아침 아내가 호들갑이다.

나가보니 아내가 소파 아래에 바퀴벌레가 있다며 꼭 잡으라고 한다. 나 또한 아내만큼 바퀴벌레를 싫어했지만 어렵게 휴지로 감싸 잡았다. 휴지 속에서 꿈틀대는 바퀴벌레의 느낌은 매우 불쾌했다.

유난히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아내는 해충방제업체를 부르자고 조른다. TV 광고처럼 한두 마리가 보이면 집안 벽 속에, 구석구석에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집에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처음으로 바퀴벌레가 발견된 그날, 우리는 이사 이후 가장 열심히 대청소를 하였다. 싱크대, 세탁기, 냉장고는 물론 베란다 보일러실까지 깨끗하게 청소했다. 다행히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는 없었다. 베란다 하수 배관에서 들어왔다고 결론 내렸다.

산이나 들의 건조한 곳에 주로 사는 산바퀴. /여상덕

바퀴벌레는 약 3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출현했다. 전 세계에 3700여 종, 한국에는 1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가장 흔한 바퀴벌레는 바퀴라고도 불리는 독일바퀴이다. 이외에도 집바퀴, 이질바퀴, 먹바퀴도 자주 발견된다. 우리 집에서 발견된 바퀴는 4cm 정도로 갈색 빛이 도는 가장 큰 이질바퀴였다.

바퀴벌레의 가장 큰 무기는 다리다. 1초에 25㎝를 달리는 속도를 사람의 크기로 환산하면 시속 150㎞에 이른다. 바퀴가 굴러가는 것처럼 빠르기에 바퀴벌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바퀴벌레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은 번식 속도가 어떤 곤충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1마리가 1년에 4만 마리로 증식될 수 있다고 한다.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1년에 300~400개의 알을 낳는 바퀴벌레는 다른 곤충들의 산란 수와 비교하면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다. 그리고 4만 마리의 바퀴벌레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먹이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4만 마리 중 제대로 성장하는 바퀴벌레는 적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나비나 잠자리보다 흔히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바퀴벌레가 불쾌하다면 어떻게 바퀴벌레를 없앨 수 있을까?

어느 연구에서는 바퀴벌레는 물만 먹고도 90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식용유를 좋아하는 바퀴벌레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좋은 먹이가 있는 한 끊임없이 모여든다. 반대로 건조한 환경에는 무척 약하다.

   
 

바퀴벌레 예방의 제일은 부지런함이다. 싱크대, 냉장고 틈새 정도만 깨끗하다면 충분하다. 결국 바퀴벌레보다 부지런해지는 것이 바퀴벌레를 자연으로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부지런한 것이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박대현(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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