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도건(30)·황지원(31) 부부

나이는 들고 사람 만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람에게 농담처럼 권하는 한 가지가 여행 동호회 가입이다. 일단 동호회를 통해 사람 만날 기회가 잦아질 것이고, 여행이라는 게 사람 사이 경계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없다. 다만 박도건(30)·황지원(31) 씨가 여행 동호회를 통해 맺어진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2008년에 만난 이 부부는 2년 동안 연애하고 나서 지난해 2월 결혼했다.

"여행 동호회 카페 모임에서 활동했어요. 제가 2년 정도 활동을 하고 있었을 때 아내가 가입했지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도건 씨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동호회 활동을 했다. 하지만, 성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술 한 잔 하는 좋은 형들은 많아졌지만 다른 인연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동호회 활동이 뜸해질 때쯤 지원 씨가 새 회원으로 들어왔다.

"일단 새로 사람이 들어오니까 반가웠지요. 그리고 제가 한 살 적기는 했지만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작이 좋지는 않았어요."

   
 

도건 씨는 처음 만난 지원 씨에게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지원 씨 생각은 달랐다. 처음 보는 남자가 집적거린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첫 만남은 서먹하게 끝났다. 하지만, 오해는 길게 가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만나면서 서로 상대 뜻을 잘못 받아들였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도건 씨는 지원 씨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로 한다.

"무학산에 등산을 가자고 했어요. 저에게 마음이 있으면 같이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응하더라고요. 그날 등산을 하고 내려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어요."

마산 중리가 집인 도건 씨가 창원에 있는 회사까지 가려면 1시간 정도 걸렸다. 거기서 또 지원 씨가 사는 진해까지 1시간 거리였다. 다시 지원 씨 집에서 도건 씨 집까지 가는 데도 1시간이 걸렸다. 도건 씨는 하루 3시간 이동을 연애 기간 내내 감수했다. 이 과정에 걸림돌은 버스 기사였다.

"막차 타는 일이 잦아서 기사 아저씨와 많이 다퉜어요. 차고지가 신마산인데 막차 타는 손님이 저밖에 없는 경우가 잦았거든요. 저만 없으면 신마산으로 바로 들어가면 되는데 저 때문에 중리까지 갔다가 와야 하지요. 그것 때문에 많이 다퉜던 것 같아요."

도건 씨와 지원 씨는 양가 어른에게는 일찍 인사를 했다. 도건 씨 아버지가 병원에 있을 때 지원 씨가 잠깐 도건 씨 집에 놀러 왔는데 예고 없이 아버지가 들어온 것이다. 어색한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인사를 하게 되고 나서 도건 씨도 인사를 서둘렀다.

"장인께서 술을 좋아하셔서 술자리에서 많은 대화를 했어요.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하셨는데 자꾸 부딪히니까 해결되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고 나니 연애는 밖에서보다 오히려 집에서 하는 일이 많았다. 회사 마치고 지원 씨 집에 들렀다가 지원 씨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술 한 잔 하고 그런 식이었다. 사회복지사로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싹싹한 지원 씨는 도건 씨 집에서 봤을 때 복덩어리였다. 사람 좋아하고 성격 밝은 도건 씨를 지원 씨 집 어르신들도 좋게 보기 시작했다.

"결혼 6개월 전에 프러포즈를 했어요. 친구가 진해에 있는 모노레일카 담당자였는데, 그때 모노레일 프러포즈 이벤트가 있었어요. 마침 제가 처음으로 그 이벤트에 참여했지요. 그리고 그날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집에서 프러포즈를 한 번 더 했지요. 하루에 두 번 프러포즈했네요."

올해 1월 부부는 2세를 얻었다. 식구가 한 명 늘면서 갑자기 빠듯해진 살림 때문에 다투기도 하지만 행복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다만, 사람 좋아하는 도건 씨에게는 부족한 듯하고 늘 가정 꾸리기에 분주한 지원 씨에게 넘치는 듯한 외출 시간은 이 부부가 늘 조율해야 할 과제다.

"서로에게 특별하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아기도 있으니 싸우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가장 기본적인 바람이지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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