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오기는 할 수 없이 위(魏)나라로 건너갔다.

오기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위왕은 재상 이극을 불러 물었다.

“오기란 도대체 어떤 인물이오?”

“시기심이 많고 잔인하며, 불효막심한 자이고 탐욕스러우며 기생방을 제 집 드나들 듯하는 호색한입니다. 그러나 그의 용병술만은 귀신같습니다.”

“좋소. 그렇다면 그의 용병술만 사겠소.”

장군이 된 오기는 전투마다 승리를 거듭해 나갔다.

오기의 부하를 다루는 솜씨는 특이했다. 장군이면서도 계급이 가장 낮은 병졸과 함께 입고 먹었다.

잘 때에는 요를 깔지 않았으며, 외출 때에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다.

특히 출전 때에는 자신의 양식을 몸소 몸에 지님으로써 병졸들의 노고를 덜어 주었다.

어느날 병사들의 막사 앞을 지나다가 이상한 신음소리를 들었다.

“이게 무슨 요괴스런 소리인가?”

뒤따르던 부관이 대답했다.

“뒷목에 난 종기 때문에 고통을 못이겨 우는 소리입니다.”

“들어가 보자.”

오기는 병사의 환부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느닷없이 입을 대어 그 고름을 빨기 시작했다. 피고름이 한 되 가까이나 나왔다.

“어떤가? 많이 시원한가?”

“이제는 살 것 같습니다!”

병사는 감격해 마지않았다.

병사의 모친이 고향에서 그 소식을 듣더니 갑자기 대성통곡했다.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당신 참 이상하군 그래. 일개 병졸인 당신 아들한테 황송하게도 장군께서 몸소 그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사랑’을 주었다는데, 고마워하지는 않고 오히려 그토록 슬프게 우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내 아들은 죽소!”

“죽다니요?”

“저 애 아비한테도 전날 오장군이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소. 그로 인해 감격해서 제 몸도 돌보지 않고 적지로 뛰어들어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사했소. 생각해 보시오. 내 아들도 필시 제 아비처럼 용감하게 싸우다가 장렬한 전사를 할 게 뻔하지 않소. 그래서 슬피 울었던 거요!”

오기를 우대했던 왕이 죽었다.

그러자 오기를 미워하던 왕족들과 대신들이 반도처럼 날뛰며 오기를 죽이기 위해 달려왔다.

때마침 오기는 왕궁 안에 있다가 반도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었으므로 반군 진압을 위해 손쓸 방법이 없었다.

“살아날 길은 없는가! 그렇다면 좋다. 나 혼자 죽지는 않겠다.!”

오기는 재빨리 왕의 시신 뒤로 가서 숨었다. 눈이 뒤집힌 반도들은 앞뒤 재어보지도 않고 오기에게 화살을 쏘아대었다. 오기는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새로 등극한 왕은 왕의 시신을 훼손한 자들에게 극형을 내렸다. 70여 가문이 멸족되었다.

(출전 : <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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