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웃음·감동 버무린 실험무대 풍성…동료·가족·연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연말 도내 극단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연극 이야기가 풍성하다. 각 극단들이 준비한 작품 대부분이 가슴 훈훈하고 눈을 촉촉하게 만드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서민과 중년 부부의 애환을 담은 작품들도 있어 한 해 동안 우리네 고달팠던 삶과 상실된 가족애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직장 동료나 가족, 연인들에게 한 편의 연극이 찐한 감동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도내 극단들이 대거 연말 공연에 박차를 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최성봉 경남연극협회 마산지부장은 "예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도내 극단들이 연말 공연을 많이 한다"며 의아해 했다. 현재 <경남도민일보>가 집계한 연말 공연만 해도 창원 2편, 마산 2편, 진주·김해·거제 1편씩이다. 이는 올 한 해 사회적·경제적 분위기가 많은 변화를 보이고, 이로 말미암아 그동안 각 극단들이 준비한 각종 연극적 실험을 펼칠 좋은 시점이 올 연말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화송년회 바람을 잇는다 =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지난 2007년부터 벌이는 '문화송년회 캠페인' 효과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단체들과 결연을 맺은 기업들이 많은 동참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연극계도 마찬가지. 지난해 신화철강 임직원 60여 명은 매칭 펀드로 결연된 창원 극단 미소의 연말 공연 <낙원의 길목에서>를 관람했다. 진주 극단 현장도 문화송년회를 테마로 홍보 방향을 세웠었다. 이런 바람이 올해에도 여전할 전망이다. 창원 극단 '미소'는 올해 역시 연말 공연 <가시고기>를 준비하면서 신화철강 임직원들을 초청, 문화송년회를 지원한다. 더불어 김해 극단 이루마 역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문화송년회 특별기획공연으로 마련해 홍보에 나선다.

극단의 별 다른 홍보없이 기업체가 먼저 나서 연극 공연으로 문화송년회를 주도한 경우도 있다. (주)경남도민일보사 임직원 40여 명이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가 마련한 낭독 공연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오는 16일 단체 관람하기로 한 것. 경남도민일보사 문화송년회는 지역언론의 역할인 '지역사회 기여' 차원에서 '창동-오동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며, 그 속에 지역 극단 연극 관람이 포함됐다.

◇도내 최초 브런치 공연 시도 = 극단 '마산'은 도내 극단 최초로 올 연말 공연을 '브런치 타임'에 여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지난 3월 자유후불제 공연에 이은 또 한번의 관객 개발 실험이다. 이번 브런치 공연은 최성봉 지부장이 지난 10월 마산중앙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창동 소풍'을 보고 얻은 영감을 토대로 기획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가 40대 중년 부부의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인 만큼, 주로 낮 시간대에 모임을 갖는 중년 주부들을 소극장으로 끌어모은다는 생각이다. 공연 시간을 오후 2시로 함으로써 주부들이 점심께 모여 간단히 식사와 티 타임을 즐긴 후, 2시에 공연을 보고 귀가 혹은 저녁장을 보게끔 하는 것이다. 연극을 보며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극장 내에서 간단한 다과와 차를 내어놓을 예정이다.

최성봉 지부장은 "이번 작품이 중년 부부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구성된 만큼, 지역 사회 내에 입소문을 타면 각종 모임에서 단체 관람 문의가 들어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고 말했다.

거제 극단 예도 <거제도>의 한 장면. /극단 예도

◇지역 콘텐츠로 '빨대 효과' 막는다 = 연말 공연에 임하는 거제 극단 예도의 마음가짐은 자못 비장하다. '거제도 대표작품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9년 경남연극제 대상, 전국연극제 금상·연출상·연기상을 수상한 극단 대표 연극 <거제도>를 <블루 아일랜드>로 재구성하는 것.

'거제도 대표작품 만들기'라는 구호 아래에는 최근 거제지역 문화예술계의 우려가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해 말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에 대한 관광수요는 폭발적 증가 추세에 있지만, 정작 거제 지역의 문화예술은 '빨대효과'로 말미암아 상업화된 우수한 문화공연에 말미암아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현실인식에서다.

따라서 거제만의 이야기를 담은 레퍼토리 작품 제작을 통해 지역 관객의 외부 유출을 막고, 역으로 외부 관객 유치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극단 예도는 <점프>, <브레이크 아웃> 등 무술 퍼포먼스를 연출해 세계적인 이름을 알린 '백원길 연출가'와 협업, 새로운 창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글로벌 퍼포먼스를 <블루 아일랜드>에 도입해 기존 <거제도>의 스토리 플롯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몸의 움직임과 연기 동선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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