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 봉곡동 '고향촌- 돼지 조개'

연말이다. 올 한해 괴로웠던 일들을 잊고 싶은, 혹은 올 한해를 반성하며 보내고 싶은 사람도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는 연말 모임이 많아지는 때다. 이럴 때 자주 받거나 하게 되는 질문은 "어디 모임 하기 괜찮은 곳 없어?"가 아닐까? 질문은 짧지만 '괜찮은'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된다. 그럴 때 사람 대부분은 머리가 하얘진다. 마치 한 번도 모임에 가보지 않은 것처럼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 오늘 소개할 곳은 이들을 위해 준비한 맛집이다.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한 번도 시큰둥한 반응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모든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아주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지인의 자신 있는 추천으로 찾아간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고향촌 - 돼지 조개'.

겨울 해는 짧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회사를 나온 오후 6시 30분. 이미 도시에는 어둠이 깔렸다. '고향촌- 돼지 조개' 문을 여니 이미 문전성시다. 테이블마다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잔 부딪치는 소리, 웃음소리로 이미 가게 안에는 앉을 곳이 없다.

겨우 주방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중간 크기의 '조개탕'을 주문했다.

'조개탕'이라고 단정 짓기엔 그 이름이 너무 겸손하다. 살아서 춤을 추는 전복을 기준으로 가리비·홍합·꽃게·키조개·개조개·석화가 지름 3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냄비 안에 빼곡하게 줄을 지어 빈틈이 없다. 각종 해산물 밑에는 오징어와 바지락, 콩나물이 육수를 만들어 내느라 바글바글 끓어댄다.

/김구연 기자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조개탕의 푸짐함에 한번 놀라고 조개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의 싱싱함에 두 번 놀라고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맛에 세 번 놀라게 되는 집'이다.

전복이야 일품 패류로 설명이 필요 없고, 곡식을 까불어 돌이나 쭉정이를 골라내는 도구인 키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키조개는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하고 피를 깨끗하게 하는 정혈작용이 있어 임산부의 산후조리나 피로해소에 좋다. '동해부인'이라 불리는 홍합이며, '바윗돌에 피운 꽃' 석화 즉 굴은 바다의 우유, 강장식품 아니던가. 탱탱하고 신선한 바다 향기를 내뿜는 석화 한 입만 먹어봐도 해산물이 얼마나 싱싱한지 알 수 있을 듯.

/김구연 기자.

각종 조개류의 영양을 머리아프게 따질 것도 없다. 어쨌든 연말, 술에 혹사당하는 간장을 보호하거나 해장하는 데 이만한 재료도 없을 듯하다. 싱싱한 해산물과 콩나물, 청양고추와 만나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육수를 만들어 내니 쫀득쫀득하고 탱탱한 조개류를 먹고 국물 한 번 떠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듯하다. 연말 '건강도 챙기는 술자리 모임' 관련 정보들을 찾다 보면 조개탕이 빠지지 않는데 이유가 여기 있구나 싶다.

싱싱한 해산물의 비법은 사장의 부지런함과 고집이다.

매일 새벽 5시면 어시장을 찾아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고른다는 황부철(43) 사장은 가게 문을 연 지 1년 정도 됐지만 단 한 번도 냉동 해산물을 쓴 적이 없다. 신선한 생물이 없으면 그날 가게를 접는다는 마음으로 매일 장을 본다.

그리고 정오가 되면 장사 준비를 시작한다. 매일 50kg 남짓한 해산물을 해감에서부터 각종 해산물 껍데기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해 주문과 동시에 세팅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치면 저녁나절이 된다. 사실 황 사장은 장사와는 거리가 먼 축구 선수 출신이다. 마산중앙중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마산공고·아주대를 졸업하고 당시 김주성·하석주 등 잘 나가던 스타선수가 즐비한 대우 로얄즈에서 3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축구 선수 생활이 끝나면 뭘 할까 고민하던 그는 한때 지도자의 꿈도 키웠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장사를 하기로 했다.

지난 2000년 창원 팔룡동에 '함양안의갈비찜'이라는 식당을 처음으로 개업하고 2년 뒤 울산으로 가 새롭게 가게를 개점했다. 황 씨의 가게는 2∼3년이 지나고 나서 권리금만 1억 8000만 원을 받을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였고, 그도 그때 처음 '대박 장사'라는 걸 알았단다. 이후 황 씨는 중국으로 건너가 8년 정도 한식 장사를 하다 1년 전 이 곳에 조개와 차돌박이가 만난 '고향촌- 돼지 조개' 문을 열었다.

"해산물 가격은 많이 올랐는데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메뉴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도 몸에도 좋고 맛도 신선한 음식을 기분 좋게 드시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십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이러한 마음을 손님들이 먼저 알아주는 것이더라고요. 손님들이 싱싱한 재료를 먼저 알아봐 주시고 한번 오셨던 분들이 꾸준히 단골이 되는 것을 보면 더 열심히, 제대로 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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