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우포늪 겨울철새들도 편히 쉬게 해야

우포늪 대대제방 아래 갈대숲과 둔치는 우포늪을 찾는 겨울철새들에게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먹이를 찾게 해주는 포근한 안식처다. 또한 가족 탐방객들이 겨울 철새와 눈맞춤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12월 1일,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소목마을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일제히 배를 띄웠다. 놀란 새들은 온통 하늘 위에서 앉을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우포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는 모두 11명이다. 공교롭게도 겨울철새들이 우포늪에 안착하는 시기와 붕어가 가장 맛을 내기 시작하는 시기가 일치한다.

오래 전부터 창녕군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조정을 요청했지만, 결국 해결책을 만들지 못한다. 창원 주남저수지서도 오랫동안 어민과 환경단체간에 갈등이 있었지만 창원시가 해결한 바 있다. 올해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손발 걷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포늪 철새들. /경남도민일보DB

평소 하루 두 차례 늪 모니터링을 하지만 어부들이 배를 띄우면 물새들이 하루 종일 방황한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새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변화 과정을 기록해 둔다. 낮에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고 돌아간 뒤에 새들의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어둠이 내린 대대제방에 다시 섰다. 늘 이 자리에 서면 갈대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가 밤의 정적을 깬다. 오늘밤은 밤바람에 섞인 갈대소리만 들리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없다. 말 그대로 '침묵의 소리'만이 귓가에 맴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것이다.

답답하여 평소 쉬고 잠자는 곳 가까이로 접근했지만 3000여 마리의 큰기러기도, 큰고니도, 노랑부리저어새까지 단 한 마리의 숨결도 느낄 수 없었다. 참 기이한 현상이다. 그래서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어부들의 움직임과 새들의 행동을 깊이 관찰하여 새들과 어부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행정이 다시 한 번 조정할 것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새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하루였다.

다음날 새벽부터 다시 모니터링에 나섰다. 역시 새들은 우포늪의 대대제방 아래에는 안착하지 않고 있다. 밤새 목포늪에서 임시로 머물면서 이른 아침부터 농경지와 본래 안착지 근처를 배회해 보지만 여전히 이른 아침부터 배를 띄운 우포와 사지포에는 앉을 수 없다. 아침시간 고기를 잡고 들어온 어부 한 분과 대화를 나누고, 창녕군에도 전화를 걸었다. 겨울철 생태탐방객들은 주로 겨울철새들을 탐조하고, 촬영하기를 좋아한다.

한편 이곳의 어부들도 짧게는 30년부터 길게는 3대에 걸쳐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왔다. 습지보호지역이 되면서 예전부터 생업으로 어로를 해왔던 어부들은 여전히 우포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 이들에게는 여전히 고기잡이가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생계를 위한 고기잡이를 우포늪 겨울철새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로 만들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분명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바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함이 우포늪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유일 것이다.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관점에서 이해당사자간의 진지한 토론을 통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비록 말 못하는 겨울철새지만 그들도 평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사람들이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인식(우포늪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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