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거미줄

◇거미줄과 먹이 =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에도 숲 속이나 집안의 후미진 곳에는 어김없이 거미줄이 쳐진다. 거미집은 먹이를 찾기 위한 삶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거미들은 매일 새로운 거미줄을 만드는데, 환경에 따라 약간 다르다. 거미들은 평생 동안 200개 정도의 거미집을 만든다. 거미집이 얼마나 잘 지어졌느냐는 거미줄에 걸려든 먹이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길목의 위치도 중요한 변수가 되지만….

◇거미집 짓기 = 거미는 일단 집을 짓기로 결정하면, 가장 먼저 거미줄을 칠 자리를 탐색하기 위해 위치를 파악한다. 거미는 우선 두 군데의 높은 지점 사이를 줄로 연결하고 그 가운데 지점에서 밑으로 내려오면서 Y자 모양의 구조를 만든다. Y자의 만난 점은 거미줄의 중심이고 두 팔과 줄기는 최초의 '바퀴살'이다. 그 다음 거미는 거미집 중심 지점을 돌면서 중심을 튼튼히 만드는 동시에 바퀴살을 여러 개 더 만든다.

나뭇가지에 쳐져 있는 거미줄 /조성현

거미집의 기본 골격을 만든 거미는 중심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네 바퀴에서 여덟 바퀴 정도 돌면서 추가로 나선형의 줄을 설치한다. 이렇게 되면 일단 나선형 거미줄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공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 거미집 건설의 마지막 단계는 먹이들이 걸려들면 달아나지 못하게 끈끈이 줄을 치는 것. 거미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거미줄을 난간 삼아 끈끈이가 묻어 있는 실로 거미집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촘촘하게 만든다. 이 끈끈이 실은 거미가 대기 중에서 수분을 흡수해 특별히 마련한 제품이다.

◇거미집은 비대칭 = 거미는 묘하게도 폭보다 길이가 긴 비대칭으로 집을 짓는다. 또 중심은 가운데가 아닌 약간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중력 때문에 거미가 위쪽보다는 아래쪽으로 움직이기 쉽기 때문에 거미집의 아래쪽에 먹이가 많이 걸리도록 거미집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1963년 나사(NASA)에서는 우주선에 거미를 실어 보낸 적이 있었다. 지구로 전송된 사진에서 '우주산 거미집'은 '지구산 거미집'보다 확실히 더 대칭적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거미는 거미줄을 치면서 바퀴살의 개수와 간격을 미리 결정하고, 바퀴살 사이의 각도를 고려해 새로운 바퀴살을 더해 나간다. 또 바퀴살을 연결하는 나선형 거미줄과 줄 사이의 간격도 미리 결정한다. 거미들의 시력이 형편 없음에도 줄 사이의 간격이 일정한 것은, 앞의 두 다리로 두 실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이란다.

거미는 자기 체중에 따라 분수에 맞는 집을 짓는단다. 자신의 복부에 얼마만큼의 실이 저장돼 있는가를 미리 알고 그물눈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 둘레에는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 망신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물인 거미도 분수를 아는데….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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