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문화예술 소통 창고 였던 경남·부산 문화잡지들

지난달 29일 경상남도 문화예술정책 세미나에서 전효관 서울시 하자센터장은 "문화는 단순히 정치, 사회, 경제 영역과 구분되는 '영역'이 아니라 문화는 타 영역을 가로지르는 관점 내지 원리로 자리매김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답답한 지역문화적 구조를 꼽으며 "청년들의 젊은 에너지를 지역에서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실례로 부산·경남 지역문화잡지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경남 최초(?) 청년문화잡지 = 2009년 5월 진주에서는 <스프링타임>(spring time·청춘)이 발행됐습니다. <스프링타임>은 진주 젊은이들이 모여서 만든 월간 잡지입니다. 당시 발행인 겸 편집장은 진영길 씨였고, 편집은 안수진, 광고는 하성원 씨가 맡았죠. 창간호 첫머리에서 진영길 씨는 "상당수 청춘은 '진주에서 할 일이 뭐가 있어!'라고 한숨을 토하며 서울을 동경하니 이는 실로 진주의 청년문화가 흥하느냐, 망하느냐가 달린 위급하고 시급한 때가 아닐 수 없다"며 <스프링타임>을 발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습니다.

실로 그들은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청춘밴드'를 소개했고, 국립 경상대학교 앞에서 프리마켓을 진행했으며, 순례단원들이 각 학교를 소개하는 '캠퍼스 순례단'이 있었으며 대학생 객원기자를 뽑는 등 진주지역 청춘들의 소통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 해 진주를 찾았을 당시 가좌동 엠비씨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카페 등에서 무료로 배포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꿈은 쉽게 현실로 되지 않는 걸까요. 개인광고 혹은 비영리 광고만 가능한 한 줄 광고, 쿠폰 광고, 오프라인 잡지에서 웹진으로 전환 등의 노력을 했지만 자금 압박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스프링타임>은 2010년 말 이후로 볼 수 없었으니까요.

   
 

◇부산·경남 지역미술을 논하다 = 지난 2009년 9월 부산에서 발행된 미술문화잡지 <비아트>(B·ART)는 올해 10월을 마지막으로 불투명한 안녕을 고했습니다. 발행인은 김성연 씨로 대안공간 반디의 핵심멤버입니다.

김성연 씨는 창간호에서 "지금까지 지역미술의 문제에 대한 반성과 담론을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전시 및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던 '대안공간 반디'를 중심으로 주변의 뜻있는 몇몇이 주축이 되어 미술매체를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력, 시간, 자금이 소요되는 일이라 쉽지 않을 일이라는 것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그렇지만 시도하는 것은 하지 않은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고 했습니다.

<비아트>는 4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매월 2일 발행됐습니다. 처음에는 무가지 형태였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시광고와 후원금을 받았고, 1년 정기구독료를 받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대표적 대안미술전시장으로 손꼽혔던 '대안공간 반디'가 문을 닫으면서 <비아트>도 스물 여섯 번째를 끝으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임차 형식으로 입주한 옛 목욕탕 건물이 지난 4월 재개발업자에게 팔렸기 때문이죠. 잠정 휴업이니, 또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창원 문화발전을 위해서 모였다 = 지난해 6월 '경남인의 문화놀이터'를 슬로건으로 무료문화월간지 <월간 스트리트 경남>이 발행됐습니다. 발행인 겸 편집장 이미은 씨는 "경남에는 정치나 시사적 이야기가 아닌 경남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고,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매체가 없었다"며 "경남지역민들이 원하는 세세한 생활정보 및 문화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남지역의 문화적 융합과 지역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발행 이유를 밝혔습니다. 처음에는 무가지였으나 발행 일 주년을 기점으로 유료화를 선언했습니다. 한 달치 문화정보가 빼곡한 문화캘린더와 교보문고 창원점 안에 '스트리트경남 존(zone)', 지면에 담지 못했던 사진과 영상을 담은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구독자들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카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었죠.

올해 10월 새로운 잡지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창원 언노운 매거진>입니다. 타블로이드판으로 무가지형태입니다. 창원 문화발전 커뮤니티인 '언노운(unknow)'은 <경남도민일보>를 통해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6명의 젊은이가 발행하는 <창원 언노운 매거진>의 편집장은 이은지 씨입니다. 이은지 씨는 "창원은 '번지르르'한 외관과 환경을 가졌음에도 '즐길 것'이 부족하다"며 "우리를 포함한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창원의 모든 사람들의 즐길거리, 불거리, 문화적인 무언가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잡지를 보니 20대들의 청춘과 열정이 팍팍 느껴집니다.

전효관 서울시 하자센터장이 경상남도 문화예술정책 세미나에서 했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환상이나 꿈을 꾸지 않으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꿈을 꿔야 하고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문화잡지를 만드는 그들의 꿈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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