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지부장 해고, 편집국장 징계 방침...노조 "발행투쟁도 불사"

'부산일보 사태'가 중징계와 사장실 점거, 신문발행 중단과 홈페이지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 발단의 핵심에는 내년 대선 유력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재단의 연관성, 그리고 '약속 불이행'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산일보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정수재단은 익히 알려진 대로 5·16 군사정권이 강제헌납 받은 재산으로 만들어진 '5·16장학회'의 후신이다.

박 의원은 이 재단의 이사장을 맡아오다 대선 전인 지난 2005년 논란이 되자 물러났으나, 후임에 자신의 비서관을 지낸 최필립 씨가 선임되자 부산일보와 언론계, 시민사회에서는 "간접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그 후 신문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수재단과 완전한 분리가 필수라고 보고, 사회환원 및 사장 선임시 사원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투쟁을 벌여왔다.

이에 노사는 지난 2006년 2월 "경영진은 정수재단이 다음에 경영진을 선임할 때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직을 걸고 재단에 적극 건의한다"는 합의에 이르기도 했으며, 또 지난 2월에는 오랜 분쟁 끝에 "노사는 경영진 선임제도 등에 대한 방안을 3월 말까지 마련해 경영진 선임 때 사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수장학회와 협의한다"는 합의서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 측의 태도는 곧 바뀌었다. "재단 측이 경영진 선임제도 논의에 부정적"이라며 합의 이행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다. 발행되지 못한 11월 30일 자 신문에 따르면,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은 이호진 노조위원장과 면담 과정에서 "경영진 인사권은 재단의 고유 권한으로 노조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결국 '대화'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판단,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와 공동기자회견을 여는 등 '장외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행동에 나선 건 노조뿐만 아니었다. 이정호 편집국장을 비롯한 편집국 구성원들은 노조의 주장을 상세히 담은 기사를 지난 18일 자 1·2면에 싣는 '파격'을 감행했다. 이러한 지면 배치에는 이정호 국장의 결단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삽시간에 트위터 등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회사 측은 당시 우려됐던 대로 이호진 지부장과 이정호 국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즉각 돌입했다. 28일 이호진 지부장이 불법행위 주도와 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해고를 당했으며, 이정호 국장 역시 일단 기자들이 29일 징계위원회를 막긴 했으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이 아닌 회사 측 결정에 의한 사상 초유의 신문 발행 중단 사태는, 이 국장이 30일 자 신문에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기사를 또다시 1·2면에 게재하려 하자 발생했다. 회사 측은 이 기사를 싣는 한 신문 발행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인터넷 홈페이지까지도 폐쇄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30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부산일보 노조와 기자들은 이에 대해 "신문의 최종 편집권은 편집국장에게 있으며, 기사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편집국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 측이 무리한 징계를 통해 편집권 독립을 흔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편집국장의 편집권 행사는 정당하지만, 지난 18일 자 기사는 균형보도와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고, 신문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사장의 지시를 거부한 독단적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번 발행 중단 사태는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호진 지부장은 30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회사 측은 노조 주장과 회사 비판을 담은 기사가 게재되어 있는 한 언제까지고 신문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하면서 "이에 노조원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윤전과 배포 시스템을 장악해서라도 '발행 투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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