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21) 창녕군 박정숙 주무관

창녕군의 여성아동 업무를 담당하는 박정숙(46·사진) 주무관은 열혈공무원, 철의 여인으로 통한다. 박 씨의 일과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 앞산을 오르기도 하고, 인근 선원에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등 체력을 다진 뒤 즉석요리를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차린다. 온 가족이 식사하는 시간이 아침뿐이라 보통 가정에서는 저녁에 먹는 전골, 샤부샤부, 잡채 등이 아침상에 오르기도 한다. 평소 바쁜 일정 탓에 가족들에게 제대로 못해주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맛있다 생각되는 음식은 기억해 두었다가 아침상에 차린단다. 박 씨 나름의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박 씨는 직장에 출근하면 일 몰입 상태로 변한다. 박 씨는 1990년 보건직공무원으로 창녕군 사회과에서 위생업무를 시작해 14년간 위생업소 인·허가, 지도단속, 행정처분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심야영업이 있던 시기에는 새벽까지 유흥업소 주변을 단속하는 등 업무 특성상 다소 경직된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2007년 6급 계장으로 승진하면서 자원봉사업무를 맡게 됐는데, 남들은 어렵고 힘든 업무라고 하지만 박 씨는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었단다.

   
 

박 씨가 그간 추진해온 일들을 열거해보자. 먼저 옛 군수 관사를 자원봉사센터로 고쳐 자원봉사자를 7500여 명 모집했고, 수화봉사단·상담봉사단· 풍선아트봉사단 등 전문봉사단과 자원봉사자 동아리를 구성했으며, 자원봉사자에 대한 기초교육·전문교육도 체계적으로 실시했다. 자원봉사센터 야외무대에서 자원봉사자 연주로 군민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한 것도, 아나바다 운동 목적으로 꼬마 또래나눔장터를 개장한 것도, 자원봉사자와 군민이 함께 담그는 사랑의 김장나누기도 다 박 씨의 업적이다.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사랑의 집짓기를 통해 저소득가정에 사랑의 집 1호점을 지어주고, 이동목욕 차량·이동세탁차량을 기증받아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람사르총회 때에는 우포늪을 찾는 외국인 탐방객과 관광객을 위해 통역봉사단과 분야별 자원봉사단을 운영했다. 농번기에는 타 시·군 봉사단과 연계한 농촌일손돕기로 자원봉사와 일손 지원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공을 인정받아 '전국 우수 자원봉사센터'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희망 근로 프로젝트사업과 행정인턴제, 공공근로사업, 중소기업인턴제, 구직자 취업 연계 등의 업무 추진도 박 씨가 도맡았다. 특히 1년차 희망 근로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 TF팀을 만들어 36개 사업장에 520여 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를 희망하는 희망 근로·공공근로 탈락자와 1:1 상담을 통해 관내 기업체와 공공기관에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구직 방면에도 힘쓴 결과 창녕군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 씨는 직원들에게 민원인이 군청을 찾아오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늘 말한다. "민원인이 행정기관을 방문할 땐 오죽 답답하면 찾아오겠느냐, 찾아오는 분들이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상세히 물어보고, 설령 우리 부서와 관련이 없는 경우라도 해당부서로 안내해 드리자"는 말을 자주 한단다.

박 씨는 일을 시작했다 하면 끝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는 성격이라 바쁠 때는 점심을 종종 거르기도 해 담당직원들이 무척 힘들기도 하단다. 그러나 박 씨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 소홀히 한 업무가 군민들에게는 피해가 갈 수도 있다.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자부해라. 그리고 늘 주변에 관심을 두고 관련 지식을 쌓아라. 우리가 아는 만큼 군민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늘 선머슴처럼 행동하지만 일 처리만큼은 꼼꼼한 박정숙 주무관. 별명이 남자 같은 여자인 그녀에게도 남모를 고통이 있다. 교통사고로 후유증을 오래 앓았으며, 갑상선암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18년간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친정어머니마저 3년째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 마음 한구석이 늘 무겁다. 그러나 오늘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낸다. 한결같이 성실하게 근무한 덕분에 군수상, 도지사상, 장관상을 받았고,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돼 국무총리표창, 사회봉사부문 대한적십자총재 상을 받기도 했다. 모범공무원으로 받은 상금 일부와 교육 시 받은 시상금 등은 창녕군 인재육성장학재단에 맡겼다.

늘 책을 가까이하며 공부하는 사람 그리고 건강한 엄마, 건강한 공무원으로 남고 싶은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