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박원순 서울시장 비판이 화제다. 강 교수는 <인물과 사상> 12월호 '정치가형 시민운동가의 성공인가 : 박원순 현상의 명암'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시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가 시민운동에 끼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었다.

최근 박 시장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는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이 이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협찬인생', '대통령 꿈' 등 글에 나온 자극적 표현을 총동원해 비판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박원순은 자주 순교자의 자세를 취한다"고 묘사하거나, '시민단체의 파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그대로 옮긴 건 평소 강 교수답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강 교수 자신도 '이 글의 (핵심) 문제의식'이라고 말한, 시민운동과 관련된 내용은 분명 곱씹어 볼 부분이 있어 보인다. 지난 10월 초부터 '지역에서 희망찾기-시민운동가 연쇄 인터뷰'를 매주 진행하면서 확인한 시민운동의 현실은 예의 짐작대로였다. 회원 수 정체, 활동인력 부족, 정체성 혼란 등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아름다운재단 활동 등으로 유명한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민운동 전반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시민운동가 개인 또는 (일부) 시민운동 세력은 큰 권력을 얻었고 정국의 중심에 섰다? 뭔가 모순처럼 느껴졌다.

강준만 교수의 글에는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일부 들어 있다. 강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사례를 '정·재계의 막강한 인맥을 활용한, 풀뿌리에서 출발하지 않은 톱다운 모델'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모델은 후계자를 만들 수 없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모델이다. 시민운동을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에겐 좋은 모델일 수는 있어도 전국적이고 일반적이고 항구적인 모델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연 그럴까? 강 교수 주장대로라면 박 시장 당선이 시민운동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별로 없다. 시민운동가 개개인의 '성공'과 "정치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운동의 건전한 발전"(강 교수 글 중)은 정말 양립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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