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희망찾기-시민운동가] (13) 박종순 사천시민참여연대 대표

사천시민참여연대(이하 사천연대)는 지금껏 이 지면에 소개한 시민단체와 적잖이 성격이 다른 단체다. 지난 2003년부터 사천연대를 이끌어온 박종순(76) 대표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다.

사천연대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사천지역, 사천시민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과도하게 정치논리가 개입해 사안이 변질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수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남강 물 부산 공급계획과 남강댐 수위 상승 문제와 관련, 사천연대는 진보 성향 단체와 공동대응을 하지 않았다. '반대'라는 입장은 큰 틀에서 같으나, 이들 단체가 '4대강 사업 반대'의 관점에서 사안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사천시민참여연대를 이끌어 온 박종순 대표.

"나도 4대강 사업 찬성 입장은 아니다. 다만 그건 우리 역량, 이해를 넘어서는 영역 밖의 문제라고 봤다. 사천과 경남의 몇몇 시민단체가 그런 엄청난 정부 정책을 막을 수는 없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냐. 감당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할 수도 없는 것을 제기하며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단체와 함께할 수는 없었다.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일부 안고 가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사천환경운동연합, 농민회 등 진보 쪽 단체들은 상부댐과 비상방수로 건설 등을 수반하는 남강 물 부산 공급계획 일체가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박종순 대표가 국토해양부 쪽과 '의견 접근'을 이루었다며 공급계획 찬성 입장으로 기울자, 기자회견까지 열어 박 대표를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사천시민에 이익이 되는 현실적인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댐 방류량을 줄이고 사천지역의 물 부족을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그래도 물이 남는다면 좀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판단했다. 다른 지역과 의견차 때문에 결국 유야무야되기 했지만. 남강댐 문제와 관련해 7번이나 서울로 가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했다.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되더라. 서울에서 하든 사천에서 하든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천연대가 지향하는 시민운동 노선이 '실리주의'라고 해서, 보통 이런 성격의 단체와 운영방식, 활동방향 등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사천연대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전혀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회비와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박 대표는 "우리 회원은 자영업자, 기업체 사장, 농민 등 다양하다. 300명 정도 되는데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사람은 20~30명이다. 한번에 100여만 원씩 큰 돈을 내는 회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행정·환경·지역경제·법률상담 등 '종합형 시민운동'에 가까울 정도로 다루는 영역이 매우 넓고 활동 역시 비교적 활발하다는 것이다. 비록 상근자는 박종순 대표 외 1명에 불과하나, 사천연대는 대표-집행위원회 산하에 4국-14분과의 나름 촘촘한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생업 때문에 상근은 하지 못하지만 정기적으로 다 모여서 회의도 하고, 각자 맡은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사천지역 각종 현안에 대한 시각을 담은 4면짜리 주간신문 <시민시대>도 발행한다. 평소에 2500부, 필요하면 5000부까지 배포한다. 지난 11일 발행된 신문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진주·사천·산청 행정구역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를 상세히 실었다.

"실상을 아는 시민은 전부 반대 입장이라고 본다. 마산·창원·진해도 분란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사천도 지난 1995년 사천-삼천포 통합 후 일부 지역에서 인구 감소, 경제 위축 현상 등이 일어나 갈등이 지속 중이다. 그런데 또 다시 문화와 정서가 전혀 다른 지역을 한데 묶는다는 것은 사천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진주가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3개 시군 중간지점인 자기 지역에 행정타운을 두기 위함이다. 이 경우 사천시 지역경제는 전멸하다시피 할 것이다. 진주 측이 사천시민들의 경제력을 탈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고령인 박종순 대표는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 이 나이에 시민운동을 해서 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오직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최근 사천에 공장이 많이 들어서면서 공해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친환경 산업구조로 가야 한다. 이것이 수상관광도시 복원 등 수상경제 활성화와 맞물리면 사천도 생활환경이 아주 양호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진주고등학교와 경상대학교를 졸업한 박 대표는 '여느 시민운동가'와는 좀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며 농민운동을 했고 삼천포농협 단위조합장, 한국포도회 감사 등을 지냈다. 한때 정치 쪽에도 뛰어들어 지난 1980년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인단에 당선된 바 있으며,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 대표는 그 외에도 기자, 대학 강사 생활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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