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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면발 사이 혀끝 간질이는 버섯향 '솔솔~'

[경남 맛집] 창원 용호동 '청산도 버섯 매운탕'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몸은 움츠러드는데 입은 더 안달이다. 뜨뜻한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면 속까지 데워지는 그런 음식이 생각난다. 한기가 으슬으슬 느껴지니 몸에도 좋은 음식이었음 좋겠다. 사시사철 수확이 가능한 버섯은 겨울철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채소류다. 한겨울 건강 유지에 필수인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버섯은 고맙게도 겨울에도 그 맛과 향이 봄가을과 다르지 않다. 고춧가루와 조화를 이뤄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버섯매운탕이 요즘 같은 날씨에 제격일 듯하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청산도 버섯 매운탕'.

가게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 집주인은 수집광이 분명하다. 유리로 덮어놓은 식탁 안에는 옛날 동전과 지폐들, 계산대 뒤에는 60∼70년대 국민학교 교과서와 영화 포스터,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옛날 소주병들. 벽면을 둘러싸고 위·아래에는 옛 LP 판과 오래된 기타, 뒤주 위에는 영사기와 축음기·선풍기, 신발장 옆에는 타자기와 항아리, 농사기구들이 즐비하다.

   
 
  /김구연 기자  

VJ(비디오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하는 박희성(50) 사장은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전국을 다니면서 골동품들을 모았죠. 15∼20년 전에는 어르신들에게 소주 한 병, 담배 한 갑 사드리고 하면서 귀한 물건들을 얻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줍거나 폐가에서 가져온 물건들입니다. 또 제 취향을 아는 지인들에게 하나씩 받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토속적인 분위기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해서 이렇게 식당을 차리게 됐습니다."

영사기와 릴 플레이 등 보기 드문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 역시 사장의 이력이 남다르다.

메뉴가 버섯매운탕이 된 것도 예전에 그가 거제도에서 맛봤던 맛을 잊지 못해서다.

"촬영차 갔던 거제에서 맛본 버섯매운탕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수십 차례 가서 먹어보고 배우기도 했죠. 골동품과 버섯매운탕의 조화가 꽤 괜찮죠?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대표 메뉴는 버섯매운탕. 고기나 해물 없이 버섯만으로 맛있는 칼국수와 매운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멸치와 다시마, 실파뿌리로 육수를 낸 국물에 각종 버섯과 숙주, 배춧잎 등 채소와 만두를 테이블에서 직접 칼칼하게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맵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칼칼해 개운함을 보태는 양념 비법을 물었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청양고추와 마늘 등으로 양념을 만들어 2∼3일 정도 숙성시킨다. 이들 양념이 익어가면서 내는 맛이 사뭇 깊다.

보드라운 촉감의 버섯을 겨자소스에 찍어 먹고 칼국수를 감칠맛 나는 국물을 한술 떠 같이 입에 넣으면 절로 넘어간다. 버섯은 어떤 음식과 조화를 이뤄도 자신만의 고유의 향과 탱탱한 질감을 잊지 않는다.

열량이 낮아 살이 찌지 않고 항암, 해독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버섯은 채소 중에서도 웰빙 식품이니 몸이 허해지기 쉬운 요즘에 딱 어울린다.

"처음에는 버섯매운탕을 주로 했는데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지고, 십수 년 오신 단골들을 위해 새로운 매운탕을 몇 가지 더 추가했어요. 해산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새우가 들어간 매운탕을, 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쇠고기버섯전골을 권해드립니다. 또 낮에 오는 여성분들을 위해 연잎 밥을 추가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버섯매운탕의 또 다른 별미는 칼국수와 버섯 등 각종 채소를 건져 먹고 만들어지는 볶음밥이다.

버섯과 각종 채소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제대로 맛이 우러난 약간의 국물에 콩나물과 신김치, 미나리와 김 가루를 뿌려 비벼진 볶음밥은 솥에 누른 밥까지 싹싹 긁어먹게 하는 밥도둑이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도 이 집의 자랑이다. "미혼 때 단골이셨던 분들이 어느 날 아기를 데리고 몇 년만에 오시기도 해요. 아기 때문에 외출할 기회가 없다가 옛날 맛이 그리워 오셨다면서요. 그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청산도 버섯 매운탕'은 비단 추억의 물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예전 모습 그대로, 그 맛 그대로 누군가에게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듯하다.

메뉴 및 가격, 위치

   
 

□메뉴 : △버섯매운탕(1인분·매운탕+사리+볶음밥) 6000원. △버섯매운탕(2인분)+떡갈비(1판) 1만 7000원. △버섯매운탕+칼국수+연잎밥 1만 원. △산낙지버섯전골 4만 원(대) 3만 5000원(소). △쇠고기버섯전골 3만 5000원(대) 3만 원(소). △왕새우버섯전골 3만 5000원(대) 3만 원(소).

□위치 :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73-23번지 202호 (055) 287-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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