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20) 함안군청 농업 9급 손선영 씨

함안군청 홈페이지(www.haman.go.kr)에 들러보면 컴퓨터 화면 왼쪽에 열린군수실, 청사 안내와 함께 주메뉴를 차지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함안군 트위터를 따라가면 팔로잉 1934명, 팔로어 1445명이다. 지난 9월 말 1000명을 돌파했다고 했으니 50여 일 만에 다시 450명에 가까운 팔로어가 늘었다. 하루 접속해서 의견을 남기는 사람이 15명에서 30명에 달하는 것을 보면, 이용하는 빈도를 짐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도 친구가 1100명을 넘으면서 하루 5~10건의 자료가 올라 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고 있다.

"어제는 보리에 싹을 틔워놓은 것을 봤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서리가 내렸는데, 계절이 바로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감정을 도시민들도 모두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안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각광을 받는 데는 새내기 공무원 손선영(30·행정과 근무·농업 9급·사진) 씨의 숨은 노력이 있다. 마산 제일여고와 홍익대 디지털 영상학과를 졸업한 손 씨는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농촌이 좋아 여자로서는 드물게 농업직으로 응시한 당찬 공무원이다. 손 씨가 SNS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도시와 농촌이 너무 멀어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은 젊은 사람이 외면하고, 도시는 젊은 사람 위주로 살아가면서 세대 간 소통이 없어지고 삶이 단절된다는 것을 느꼈단다.

손 씨는 2010년 10월 함안군 함안면에 새내기 농업직 공무원으로 발령받으면서 '함안면'이라는 계정으로 드디어 자신이 바라던 꿈을 시작하게 됐다. 먼저 농촌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모습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시골의 조그만 텃밭이 변해가는 모습, 논두렁을 태우는 모습과 산불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비가 와서 논에 물이 든 모습, 수로를 열고 닫는 등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다. 농촌은 계절마다 큰 변화가 있고, 하루하루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아스팔트만 대하게 되는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동감을 전할 수 있었단다.

손 씨는 주말 시간도 희생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메고 함안을 찾았으며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촬영에 몰입한다. 평일에도 출장을 나갈 때면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다. 이런 손 씨의 열정은 곧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함안군이 직원을 대상으로 SNS 교육을 벌이자 모든 직원이 손 씨를 알게 됐다. 지난 8월 함안군이 조직개편을 하면서 인터넷홍보담당을 신설하자 최고 적임자로 행정과에 발령받는 계기가 됐다.

현재 손 씨는 함안군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관리에 여념이 없다. 군북면 월촌과 칠북면의 정보화마을을 알리는 것도 손 씨의 몫이다. 시시각각 정보화마을의 새 소식을 올리면서 함안 농산물을 홍보하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선영 씨가 함안정보화교육 자격증반 접수의 쉬운 설명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 /페이스북 함안군청 페이지

손 씨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외에도 12월 개통 예정으로 함안군 블로그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사이트에서 접속할 수 있는 블로그는 1000만 원 사업비로 지난 10월부터 개통을 준비 중이다. 손 씨만의 독특한 시각이 살아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블로그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자료가 필수적인 만큼 내년에는 블로그 기자단을 모집해 운영할 방침이다. 10명 정도 인원으로 농촌 현장을 탐방하거나 인터뷰, 체험활동 등의 콘텐츠를 월 3건 이상 올리면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손 씨가 혼자서 다룰 수 없는 다양한 소식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1일 만난 손 씨는 새내기 공무원다운 수줍은 모습을 보였지만 대화에서 느껴지는 열정은 여느 간부 공무원 못지않은 지역사랑으로 전해왔다. 논두렁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게 행복하다는 손 씨. 새로운 것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공무원 사회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손 씨는 SNS를 통해 함안을 많이 알려서 전 국민이 함안군을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각각의 장점을 살리는 운영으로 그날을 앞당기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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