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 바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두루마리 휴지 도끼 포크 찹쌀떡 엿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선물을 하는데 철썩 잘 붙으라고 찹쌀떡과 엿을 사준다. 시험 보는 학교 교문에 엿을 녹여 붙이기도 한다. 세월이 지나 도끼나 포크를 사주기도 하는데 잘 찍으라고 사 준단다.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사주기도 한다. 한때 자동차에 SKY 글자가 없어진 적이 있다. SKY 대학에 가고 싶은 맘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에 합격하길 바라는 맘은 똑같을 텐데 옛날 선비들이 시험을 볼 때 합격 기원 선물을 무엇으로 했을까?

■합격 비밀을 푸는 열쇠

출세를 상징하는 동물을 그린 한국화들.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에겐 합격 기원 선물은 그림이다. 한국화 그림에 나오는 새 두 마리와 연꽃의 열매 그림이 어떻게 합격 기원 그림이 될까?

옛 그림에서 합격을 기원하는 뜻을 풀어보면 포크나 도끼처럼 엉뚱하지만 재미있다. 그림을 풀어보면 한 마리의 백로는 한자로 일로(一鷺)이며 연밥은 연과(蓮顆)가 되는데 같은 발음인 일로연과(一路連科)로 풀이한 것이다. 한 번에 소과(1차)와 대과(2차)에 연속해 합격하기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그래서 반드시 백로는 2마리를 그린다.

■조류계 엄친아 갑조(甲鳥) 오리(鴨)

오리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꼭 두 마리를 그린다. 서로 부부 간에 다정하게 그린 것보다는 장원급제를 비는 그림이다. 한자로 오리 압(鴨)자를 파자(破字)하면 으뜸 갑(甲)인 새(鳥)가 된다. 옛날엔 1등 2등 3등을 갑을병정으로 했는데 으뜸 갑(甲)이 바로 장원급제를 말한다. 한 쌍의 오리를 꼭 2마리 그리는 것은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에 급제하길 기원하는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고시에서 1차와 2차를 바로 패스하길 비는 것이다.

■출세 동물

사극에서 지위가 높은 벼슬아치 옷에 보면 학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높은 벼슬 하라고 학을 그린다. 잉어는 관직에 등용되는 등용문이다. 잉어가 용이 되라는 뜻인데 잉어 두 마리를 그리면 작은 잉어는 1차 소과 합격이고 큰 잉어는 2차 대과 합격이다.

바닷가에 옆으로 가는 게도 잘 보면 한자 갑자를 찾을 수 있다. 게는 딱딱한 갑옷(鉀)을 입은 듯 보이는데 여기서도 1등 갑(甲)이 나온다. 그래서 게 두 마리는 소과 대과 동시 장원급제를 하라는 뜻이 된다.

개구리는 움츠렸다가 멀리 뛰기도 하고 알에서 올챙이로 변신을 하기도 한다. 공작 그림에는 최고의 관직과 지위에 오르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있고 꿩 깃털은 예부터 최고의 남자 머리에 꽂는다. 왕비 옷에 꿩 138쌍을 수놓는데 역시 최고의 지위이다.

닭은 닭대가리에 볏이 있는데 머리에 벼슬아치들이 쓰는 관을 쓰고 있는 동물이 바로 닭이다. 닭 그림은 벼슬길에 나아가길 소원하는 그림이다.

머리에 뿔이 난 사슴은 한자가 록(鹿)자인데 월급 녹봉(祿) 한자와 비슷하다. 원숭이는 원숭이 후()자와 제후 후작 후(侯)와 비슷해서 출세와 벼슬을 상징하게 되었다.

수능대박 취업대박 인생 한 방을 기원하며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 들어가고 적절한 자격증과 스펙을 쌓고 취업 시험에 합격을 하는 것이 명예와 부를 쌓는 지름길인 것은 언제쯤 변할 수 있을까? 아님 변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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