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 계획 식민지적 근대화vs마산포 중심 자발·주체적 개항

'도시 마산'을 통해 동아시아의 근대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근대도시 마산'을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sation), 이른바 '세방화'(세계화+지방화)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학술대회가 지난 18일 경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주최로 경남대 본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근대도시 마산'에 대한 두 가지 발표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허정도 창원대 건축과 초빙교수의 '마산시 형성기의 근대성과 식민성', 또 하나는 유장근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의 '근대도시 마산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발표였습니다. 허 교수는 도시공학적으로 본 마산이라는 근대도시의 건설과 팽창과정을 '식민지적 근대'로 규정했고, 유 교수는 인문학적으로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그 사회의 현재적 연속성을 짚었습니다.

◇"마산은 식민지적 근대화의 현장" = 허 초빙교수는 자신이 2005년에 쓴 책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를 기초로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을 '식민지적 근대화'로 규정했습니다. 마산포 조창을 중심으로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원마산과 개항지였던 신마산을 일본인들이 하나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안의 매립, 도로 및 철도 개설 등의 모든 행위를 '식민지적 근대화'로 인식한 것입니다. 이 사업들이 신도시와 기존도시의 연결, 공공용지 확보, 용도지역의 구분 등 보다 진일보된 근대도시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시행된 임기응변식이었다는 것. 특히, 매립은 사업주체인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필요에 시행된 것이 그 근거입니다.

도시의 미래발전과 근대적 시민생활을 위한 도시계획이 전혀 없는 도시계획은 결국, 철저하게 지배자의 경제침탈 목적만이 반영된 근대화, 즉 '식민지적 근대화'라는 것입니다.

지난 18일 경남대 본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린 '근대도시 마산' 학술대회 모습. /경남대학교

◇"마산은 동아시아적 근대의 첩경" = 중국사학자인 유 교수는 마산의 근대는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정과 비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마산의 근대는 일본으로부터 주어진 근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미 마산이라는 도시에는 마산포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근대의 맹아가 이미 싹트고 있었습니다.

마산은 이미 1760년 도시구조가 형성됐고, 그 속에는 원마산이라는 중심부가 있었습니다. 그 중심부에는 조선 최대의 항구 시설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 폐쇄적인 해양정책이 개방정책으로 전환되면서 마산은 1차 개항과 도시화가 함께 진행됩니다. 이 중에 인구증가와 생태환경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는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동시에 진행된 중대 변화로 동아시아적 근대의 주요 지표입니다.

유 교수는 1899년 개항은 마산포라는 지역적 관점에서는 2차 개항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로써 마산은 일본사회가 이식된 식민도시의 성격을 띠지만, 이전에 형성된 도시의 중심성이 강해 일본사회조차 이 중심부에 흡수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는군요. 게다가 근대 문물이 꼭 일본뿐만 아니라 청국, 러시아, 호주, 미국 등(창신학교, 의신여학, 문창교회 등)에서 들어옵니다.

유 교수는 이어 1960년대 말부터 진행된 도시화·산업화를 제3차 개항이라고 칭합니다. 유 교수는 이때 현대 도시가 안을 수 있는 모든 현상과 모순이 마산에 떨어졌으며, 이것이 '7대 도시' 등으로 신화화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260년에 달하는 마산의 기나긴 근대화 역사에서 보면 이 시기는 극단적인 개발 위주, 비인격적·반인문적으로 이루어진 매우 비정상적인 팽창이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제2단계와 3단계 근대화가 지역사회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돼 공공성이 결여되어 있고, 일방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구마산역 철로변(사진 위)과 북마산역 모습. /마산 YMCA

◇"지금은 식민지적 근대의 계속" = 결국, 두 학자의 발표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현대 마산은 식민지적 근대의 계속이다." 아직도 창원시가 매립을 통한 관 주도의 개발을 지향하고, 마산만 매립을 통한 개발 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시민과 행정가가 마산의 근대 역사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올바르게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죠. 그래서 이번 학술대회에 모인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 역시 바로, '올바른 역사의식의 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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