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편집국장 판단 결정적…재단 측 징계 우려

<부산일보>가 자사 내부의 '민감한 현안'을 신문 1면 주요 기사로 실어 화제다.

<부산일보>는 지난 18일 자 신문에서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향해 정수재단 사회 환원을 촉구한 사실을 1면과 2면에 걸쳐 비중 있게 보도했다.

부산일보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조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말로만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했다.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관을 이사장에 앉혀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부산일보 보도 내용./부산일보

정수재단은 5·16장학회의 후신으로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 박 의원이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뒤 박 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최필립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일보>는 기사에서 이러한 내용과 이호진 부산일보 지부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전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지부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사 측의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렸다.

이어 2면에는 '총선·대선 앞두고 "언론 공정성 확립 필요"'라는 제목의 사태 배경과 전망 기사를 게재했다.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한 선거 보도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1면 주요 기사 배치는 이정호 편집국장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호진 지부장은 "정수재단 문제와 관련해 편집국장과 협의는 했지만 1면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트위터 등에서 우리 회사 문제가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최근 노조지부장 징계에 반대하는 서한을 사내게시판에 올려 사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일보> 안팎에서는 징계, 인사 조치 등 정수재단 측이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회사 측은 신문에 노조의 입장만을 주요하게 전한 만큼, 재단 측의 반론도 똑같은 비중으로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정호 편집국장은 20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내 입장은 신문에 실린 게 전부다. 자세한 이야기는 노조 쪽에 물어봤으면 좋겠다"며 더 자세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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