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대입전형 '열공 중'...학부모 '정보력'도 대입 성패 열쇠

"학부모가 대입 전형을 공부해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겁니다."

경기 안양에 사는 주부 신모(47·여)씨는 최근 수능을 본 아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

신씨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부터 대학 입시 관련 자료와 정보 등을 모으며 주위에 고등학생 자녀들 둔 학부모 10여명과 함께 모임을 결성해 현재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수능만 잘 보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 입시는 입학사정관제 등 무려 3600여가지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형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 모임에서는 참석하는 학부모들은 자신이 맡은 대학의 입학 전형 관련 자료 등을 심층 분석해 직접 설명하는 일종의 '품앗이' 형태로 운영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젊은 학부모들은 정보 공유뿐만아니라 친목 도모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것이 신씨의 설명이다.

특히 입시 전형 변화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데다가 질문과 답변을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것이 이 모임 학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씨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입시전문학원의 강사들 못지 않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며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입시학원보다 학부모간의 편하고 자연스러운 정보 교환을 위해 이런 모임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대입컨설팅학원은 상업적이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복잡한 대학 입시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부모들이 똘똘 뭉쳐 대학 입시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씨처럼 유명 입시학원에서 도움을 받는 것보다 엄마가 직접나서서 자녀의 대학 입학을 관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송파·목동과 경기 성남 분당·안양 평촌 등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온·오프라인 모임을 결성하고 대학 입시 정보를 공유하는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입시 정보 등을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입정책이 자주 바뀌고 전형은 너무 복잡해져 어림잡아도 3600여개가 넘는 대입 전형을 학부모 혼자서 숙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아이에게 딱 맞는 전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대학 입시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끼리 자연스럽게 상부상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보통 자녀가 학과공부에 매진할 동안 각종 대입전형을 자료를 수집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져 성적 뿐 아니라 인턴십이나 비교과활동에 이르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이 위한 모든 부분들을 관리한다.

인천에 사는 학부모 홍모(48·여)씨는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입시컨설팅 학원에만 내 아이의 진학문제를 맡겨둘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비영리사단법인 '국자인(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턴십과 비교과)'이 가장 대표적인 학부모 모임이다.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이 단체는 선배엄마가 후배엄마에게 정보를 남겨주자는 의미에서 개설돼 현재 회원수 6만2000명이 넘는 대규모 카페로 성장했다.

'배워서 남주자'는 모토의 이 카페는 가입만해도 거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선배 학부모들이 수년 간 입시정보에 대한 눈을 키워 선별해낸 알짜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또 지역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고급 정보를 얻게 함으로써 교육정보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등록을 하고 일반회원이 돼 자기소개 글을 카페에 올리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이 가능하다. 이 모임에 참석한 사람에 한해 공교육 교사나 교육청 장학관 특강 등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진다.

국자인 이미애(50·여) 대표는 "누구보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사교육에만 의존하지 않고 엄마가 직접 정보를 선별한다면 아이의 장점과 특성에 가장 맞는 전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한 학원이라고 무턱대고 보내지 말고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무조건 상위권 대학에 보내려고 욕심부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복잡한 입시전형에 대해서는 "사실 국자인 같은 카페는 없어도 될만큼 대입전형이 간단해 질 필요가 있다"며 "정책전문가들은 좋은 취지에서 다양한 입시전형을 만들었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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