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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이것이 오너 경영이다

[피플파워] 무학 최재호 회장과 좋은데이

글·사진/이서후·박일호 기자 thefinalee@gmail.com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김주완 편집국장하고 식사하셨다면서요? 인사치레로 건넨 질문이었다. 후회했다. 사회복지센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회복지협회로, 복지 정책으로, 복지 시스템으로, 그리고는 곧바로 진보, 보수, 안철수 현상 등 정치현안으로 이어지더니 3·15의거, 부마항쟁, 자전거 도로, 해양 신도시 등 지역현안까지 아울렀다. 첫 질문에서 내처 30분, 준비해간 질문은 아예 꺼내지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다. 
 
(주) 무학 최재호 회장은 입담이 좋다. 30분간 쉬지 않고 떠들어 댄 최 회장의 결론은 우리 사회에 종합 기능이 부족하고, 그래서 중복이 많고 형식적이며 낭비가 심하다는 거다. 이를 통해 그의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실제적인 사람이다. 일에서 겉치레를 용납하지 않는다. 심사숙고해서 확신이 서면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간다. 명쾌한 독재자다! 16.9도 순한 소주 '좋은데이'가 대박이 터뜨린 이유, 바로 이런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좋은데이 대박 전조, 23도 화이트 소주 = 위기가 곧 기회다! 쉬운 말이지만, 쉽지 않은 말이다. 여기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야기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 두 가지 대통령령에 서명합니다. 이 중 하나에 지방주 50% 판매의무제도 폐지 항목이 들어 있었어요. 그 다음 날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해요. 지역 소주 회사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가서 따지니까 내가 서명한 것이 아니고 노태우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거를 오늘 바로 뒤집을 수 있겠느냐고 하더군요. 무학에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가 온 겁니다!"
 
그동안 주류도매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지방주를 50% 사주었기에 지역 소주 회사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그럭저럭 먹고 살 만했다. 이 제도가 폐지되자 지역 소주 회사들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지난 1994년 12월 국회 재무위는 자도 소주 의무구입제가 포함된 주세법개정안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이후 2년 동안 국회에서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과는 메이저 회사들의 승리였다. 지난 1996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자도 소주 의무구입제를 위헌으로 결론지었다. 당시 기사를 보자.
 
   
 
 
"자도주 50% 규정이 위헌으로 결론나면서 진로 등 대형사와 지방소주 제조업체 간의 소주전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이 규정은 26일부터 효력을 잃었다. 이에 따라 소주업계의 메이저인 진로나 두산경월이 아무런 법적제재 없이 지방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 1996년 12월 27일 자 지방 소주사 텃밭 지키기 비상)
 
수도권 시장에 만족하지 못한 소주 대기업의 남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방 소주 회사들이 다 결딴났어요. 무학도 기업이 어디로 갈 것이냐 갈림길에 섰습니다. 당시 경남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그때부터 있을 때 팔자며 서로 회사 팔기 경쟁도 벌어졌지요."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최 회장은 마이클 포터가 이야기했던 경영 우위 3요소를 도입해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포터는 경영전략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더 모니터 그룹의 창시자이자 학자다. 그는 원가 우위, 공급과잉 시장에서 차별화, 집중화 3대 요소를 기업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라 했다.
 
"내용물 쌀 100%로 했어요. 첨가물도 다 바꿨습니다. 상표도 앞뒤는 물론 목까지 세 군데다 붙이고 도수도 25도에서 23도로 낮췄어요. 개발할 때는 매일 아침마다 소주를 마셨습니다. 아침에 만든 거 가져오고, 점심때 새로 만든 거 가져오고, 우리 생산부 연구직원들이 죽어나는 거죠."
 
그렇게 해서 1995년 1월 "100% 쌀로 만든 화이트소주"가 나왔다. 그런데 주변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적대적이었다. 지금 제품도 잘 안 팔리는데 되지도 않는 신제품이라니, 회사 다 말아먹는다는 거였다. 주류도매상과 영업사원들까지 나서 최 회장을 회사에서 쫓아내라 난리였다. 이를 망조라 생각했는지, 당시 과장이상 임원 중에 한두 명을 빼고는 모두 회사를 떠났다.
 
"힘들게 제품 내놨는데 다 싫다 하니 참, 그때 한 달 사이에 몸무게가 4~5kg 정도 줄었어요. 그런데 내가 성깔이 더럽잖아? 인생은 한 번 가는 거야! 그러면서 끝까지 간 거죠. 그때 어느 정도였느냐면 일본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버지가 내가 밉다고 책상을 없애 버렸더라고! 내가 성질이 얼마나 났겠어! 그래서 죽기 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런 반응은 당연해요. 진로가 하는 것을 따라 해도 살까 말까 한데 무학이 뭐라고, 술 맛도 밍밍하고 해서, 원가도 더 들어, 지가 무슨 소주를 안다고 말이야."
 
하지만, 최 회장은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화이트 소주를 출시하기 전 경남 모 지역에 시험 삼아 신제품을 공급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고 한다. 그는 소비자를 믿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때 경남 점유율이 54% 정도였는데, 그게 일 년이 지나니까 90%로 올라간 거야! 1년 6개월 지나니까 97%로 올라갔어. 이 정도면 더 올라갈 데가 없어! 오히려 그때가 요즘보다 판매가 더 잘 됐던 때라니까요. 절대적이었어요! 사람들이 그때 다 놀라버렸어요. 니 화이트소주 무봤나? 맛 죽인다더라! 이렇게 소문이 난 거야. 그때는 돈이 없어 광고도 못 냈어요. 그래서 성공을 하니까 처음에 일 년간 나를 비웃던 사람들이, 무학 성장률이 40%, 50%, 60% 올라가니까 막 뒤집어 지는 거야." 
 
그렇게 1995년, 1996년, 1997년 돈을 제법 벌어들인 무학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때 다시 위기가 왔다. 아이엠에프였다. 무학은 삼영제지공업, 무학산청샘물, 서안 등 부도 계열사에 과도한 지급보증으로 1998년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힘들게 자리를 잡았는데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그놈의 건설에다가 재미를 들여서 돈을 다 쓰셨어요. 그게 직격탄이 되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죠. 회사가 쫄딱 망했어요!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때 그래도 화이트 소주는 잘 팔렸습니다. 화이트 소주 팔아서 2~3년 안에 회사가 다시 자리를 잡은 거지."
 
무학은 지난 2000년 8월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했다. 
 
◇좋은데이, 방송광고하려고 16.9도! = 하지만, 위기는 계속됐다. 2000년대 들어 지역 소주의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진로와 롯데라는 두 공룡의 공세가 거셌다. 지역 소주 회사들이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대로 방어만 하다가 끝날 것인가. 최 회장은 다시 공격을 선택했다. 부산을 장악하고 서울에 진출하겠다는 야무진 꿈이었다. 
 
그의 선택은 블루오션이었다. 지난 2006년 진로를 포함한 소주 회사들은 도수를 20도로 낮춘 제품을 우르르 출시했다. 그런데 이해 11월 무학은 뜬금없이 16.9도짜리 소주를 들고 나왔다.
 
"부산을 넘지 않으면 서울을 못 간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부산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 하고 다양한 논의를 했죠. 논의하면서 18도냐 19도로 할 것이냐 그랬거든. 제가 생각한 것은 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가장 적절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냐는 거였어요. 법이 허용한다는 게 뭐냐면, 방송 광고에요. 우리가 부산 시장을 뚫으려면 신문 광고만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 방송이 아니면 안 된다. 방송을 하려면 도수가 17도 이하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16.9도다! 그런데 도수가 낮으니까 소주에서 수돗물 맛이 났어요. 그러면 물을 생수로 하자, 그래서 지리산 천연암반수로 만든 좋은데이, 그렇게 광고가 나갔어요."
 
   
 
당시 20년 만에 TV에 소주 광고가 등장했다. 그런데 막상 부산에서 무학의 기업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무학이 대선주조를 인수하려 했던 앙금이 남았던 거다. 그래서 좋은데이 상표에서 무학이라는 이름을 뺐다. 광고에서도 무학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1년은 좋은데이를 오직 부산에만 공급했다. 부산 소주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었다.
 
좋은데이를 출시할 때도 주류업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좋은데이가 나오자마자 소주 회사들이 바로 벤치마킹을 하러 몰려왔어요. 무학에서 한 제품마다 다 성공했잖아요. 가을국화, 매실마을. 무학은 제품 내놓으면 다 성공하는 특수한 회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벤치마킹하러 왔는데 와서 보고는 다들 좋은데이는 안 될 거라 그랬어요. 되겠다 싶으면 다 따라 했겠지." 
 
그래도 부정적인 반응에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좋은데이는 부산에서 1년간 호평을 받았다. 최 회장 말로는 당시 부산사람들이 좋은데이 마시다가 경남에 왔는데 없으니까 우리 부산에는 좋은데이란 좋은 소주가 있는데 좀 가져다 놓으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내고 나서 걱정이 많았죠. 그러나 이걸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어요. 이제는 대기업하고 싸워야 하는데 여기서 이겨내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이었지요. 저는 2세 경영자로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자기 아버지가 힘들게 회사 만들었더니 아들이 다 말아 먹었다는 말이에요. 이런 절박감이 우리를 성공하게 하였습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17도 미만 순한 소주 시장 좋은데의 점유율은 90%에 가깝다.
 
◇부산 찍고 서울로, 세계로 = 최 회장의 야무진 꿈은 이제 시작이다. 서울 진출을 이미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이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돈으로 따지면 진로와 롯데를 이기겠어요? 결국은 쪽수로 이겨야 하는데, 지금 영남권 인구에다 서울에 사는 영남 출신들만 먹어주면 되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서울에 진출해서 부산·경남 소비자를 통일시킨다 해도 쉽게 뚫을 수 있는 시장은 10%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부산 시장 장악은 지금도 필요합니다. 여기에 영남권을 다 모으지 않고는 서울을 못 갑니다. 확실하게 서울에서 싸워서 이기려면 부산, 경남, 울산에다 대구, 경북까지 묶어서 영남권을 통일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서울 인구의 3분의 1수준이 되거든요."
 
   
 
서울 진출에 성공하려면 유통망, 인력, 자금, 생산기지 등이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한다. 최 회장은 현재 생산설비는 충분히 수도권에 진출할 수준이 된다고 했다. 재건축 중인 중리공장에서 전국 시장 물량 25% 감당할 수 있단다. 유통망도 어느 정도 돼 있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다. 
 
"부산에 진출할 때처럼 서울 진출도 맨땅에 헤딩하기거든요. 돈도 많이 들어갈 거고요. 2015년이 되면 무학의 세전 이익이 1000억이 됩니다. 이 돈으로 서울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2015년이 우리한테 마지막 기회가 될 텐데, 그런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서울지역 업체들이 밀고 내려오면 여기서 맞고 있을 수 있나요. 서울 가서 패야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것도 결국 서울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무학은 요즘 주식 시장에서 심심찮게 추천 종목으로 거론된다. 그만큼 잠재력을 인정받는다는 거다. 
 
"소주 회사 중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무학뿐입니다. 우리가 상장 기업 중에서 굉장히 저평가를 받는 기업 중 하나에요. 무학 주식을 주로 지역사람이 갖고 있어서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수도권에만 진출하면 무조건 주가가 두 배로 뛸 겁니다! 주류업계에서 신화를 이루는 기업 중 하나가 될 거에요." 
 
최 회장의 구상은 서울 진출에서 더 나아간다. 로컬기업에서 내셔널기업으로, 최근 그가 강조한 말이다.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을 프렌드십으로 연결해 거대한 주류 판매망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일본은 정종이 좋다면 그럼 소주는 그쪽에서 우리 거를 팔아라, 정종은 우리가 팔아줄게. 맥주는 또 네덜란드가 잘한다고 하면 맥주는 우리가 팔아줄게, 너희는 우리가 프렌드십을 맺은 정종하고 소주를 팔라 하는 식이에요. 가능하면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가족 회사,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고, 빚이 없고, 시장 점유율이 적어도 그 나라에서 3위 이상 되는 건실한 회사를 대상으로 할 겁니다. 그런 좋은 회사들하고 프렌드십을 맺으려면 앞으로 한 5년은 오너를 만나보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동으로 판매회사를 만들어 놓으면 진로 롯데하고도 싸울 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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