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 사림동 사림도원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고, '밥이 보약'이라는 속담도 있다. 한국사람에게 밥은 끼니 이상의 의미다. '밥은 곧 건강'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만큼 우리나라의 주식인 밥은 중요하다.

갑자기 밥 예찬론을 늘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차지고, 쫀득쫀득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다가 보기에 예쁘기까지 한 밥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는 집'이라고 소문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사림도원'.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사림도원'은 가게 이름에 맞게 고풍스런 분위기와 편안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진한 밤갈색 미닫이문의 문풍지는 세월을 말해주듯 곳곳에 구멍이 나있는데 가게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 통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병산과 노란 빛깔을 드러낸 은행나무는 눈을 시원하게 한다.

'사림도원'의 대표 메뉴이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대바구니 정식'을 시켰다.

미역나물, 깻잎나물, 고춧잎 나물, 무나물, 고구마순 무침 등 7가지 나물이 한상 가득 펼쳐져 나왔다.

15첩 반상이 차려진다. 한 번쯤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물요리가 은근히 손이 많이 가고, 여기에 제대로 손맛을 지니지 않고서는 영 맛깔스러움을 내기 어려운 음식이라는 것을.

그런데 펼쳐지는 반찬을 보니 나물만 7가지다. 이날 나온 나물은 미역나물, 깻잎나물, 고춧잎 나물, 무나물, 고구마순 무침, 톳나물, 속 배추 나물이다. 우선 재료 하나하나가 싱싱하다. 탱글탱글한 미역나물은 입안을 즐겁게 하고 초피가루가 들어간 고구마순 무침과 속 배추 나물은 식욕을 돋운다. 무나물은 부드럽고 독특한 질감의 톳 나물은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경상도 남자분들은 초피가루를 좋아하셔서 꼭 나물 한두 가지에는 초피가루를 넣습니다. 제철에 맞는 재료로 그날그날 나물을 무칩니다. 다 손맛입니다."

나물반찬이 하기 번거로워서 그렇지 건강을 챙기는데 이만한 보약이 어디 있으랴. 은근히 포만감을 느끼게 하면서 몸이 정갈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물을 보면 한데 모아 비벼먹는데 익숙했는데 이곳에서는 정성은 물론 나물 고유의 맛이 살아 있어 '각개 전투'다. 덕분에 젓가락만 바빠진다.

반짝반짝 빛을 내는 양동이 속에 시래깃국이 담겨 나왔다. 제법 조화를 이뤄 절로 숟가락이 가게 한다. 청양고추와 맑은 된장, 부드러운 시래기가 제대로 어울려 얼큰하면서도 개운하다. 두부와 함께 나온 겉절이와 굴 깍두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길 반찬이 없다.

푹 익은 무 속으로 제대로 양념이 밴 고등어조림도 자극적이지 않고 맛나다.

일부러 맛내지 않아도 맛이 절로 나는 음식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주방장의 손맛이 그대로 전해온다.

그리고 오늘 식단의 주인공, 대바구니에 담긴 밥이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하얀 보자기 속에 알록달록 은근한 색의 흑미와 현미, 찰밥과 조밥이 소담스레 담겨 있다. 이들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며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게 한다. 쫀득쫀득한 것이 '사림도원'의 밥이 별미이긴 별미다. 현미와 좁쌀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서 식이섬유요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다고 하니 오늘 몸이 제대로 호강한다.

대바구니 밥.

주걱으로 일단 색색의 밥을 따로 담았다.

'현미밥이 이렇게 맛났나?', '조밥의 색감이 이렇게 고왔나.' 평소 알고는 있되 깨닫지 못한 다양한 잡곡밥들의 새로움을 눈으로 입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네 가지의 밥을 따로 다 합니다. 밥을 맛나게 하는 건 우리만의 기술이죠. 예전에는 40∼50대 분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고 참살이 바람이 불어서인지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십니다. 7년 전 가게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밥을 담은 대바구니 정식을 내놓았는데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입니다."

애써 화려하게 담아내지도 않았고, 눈길이 가는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소박하지만 부족함을 찾을 수 없는 정성 가득한 건강한 시골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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