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18) 의령군청 예산계장 김영곤 씨

비록 몸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만, 생각은 세계를 일주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공무원이 있다.

현재 의령군 예산계장으로 33년째 공무원 생활에 접어든 김영곤(55) 씨.

그는 의령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 출신 공무원으로, 머물러 있던 환경을 스스로 딛고 일어나고자 '자신의 계발을 등한시하고 살면 영원한 촌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주경야독에 빠져들었단다.

52세 나이에 행정학 박사가 된 김영곤 씨.
/조현열 기자 

7년 만에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이어 창원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심리적 갈등 분석'이란 논문으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9년에는 52세 나이에 의령군 하위직 공무원 역사상 최초로 국립경상대학교에서 '지방공무원의 가치관과 선호정책유형의 상관성'이라는 논문으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했다.

1979년 의령군 용덕면 사무소에서 지방행정서기보로 공직에 처음 출발한 그는 재직 중에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1982년 복직과 함께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 부서를 거친 베테랑 공무원이다.

그런 가운데 그가 겪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80년대 초 용덕면에서 새마을 업무를 담당하면서 18개 전 마을을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빗자루를 싣고 다니면서 마을회관을 청소하고, 매월 2차례 조기 청소일에는 새벽에 달려나가 동트기 전에 마을 골목길을 청소하고, 새마을 지도자 교육생 차출이 어려울 때는 지도자가 일하는 논에 직접 들어가 말없이 일을 해주어 이에 감동한 지도자가 스스로 교육에 참석도록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런 성실함에 감동한 새마을 지도자 회장이 사위로 삼고자 공개적으로 선물 공세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또 1991년 당시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군의회가 탄생했지만, 책걸상도 없는 군청 회의실 한켠에서 의회 준비 요원으로 발령받아 업무 지침은 물론, 개원에 대해 문의할 상대조차 없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달랑 교육 교재 한 권과 인근 서점에서 구입한 국회 의사 진행 책자 한 권에 의지해 밤잠을 설치며 업무를 파고들었던 일이 지금도 가슴 뛴단다.

이런 그는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1996년 문학 불모지나 다름없는 의령에서 문학 활동을 시작, 문학에 뜻있는 몇몇 지인들과 더불어 사재를 털어가며 시를 짓고 또 의령문학지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늘 책을 곁에 두고 터득했던 학문처럼 문학 또한 스스로 습작을 거듭한 결과 2000년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후 제2대 의령문학회장을 거쳐 2001년 한국문인협회의 인준을 받아 그동안 동인회 성격의 문학회를 의령문인협회로 승격시켜 초대 의령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문학을 선도했다.

2005년 첫 시집 <골목길>을 시작으로 지금도 꾸준히 시를 발표하고 있으며, 스스로 문학과 행정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심동체이므로 '시 플러스 행정'이라는 감성행정의 등식이 성립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시인의 타고난 감성 덕에 그는 행정현장에서 직접 사용되는 각종 축사와 격려사, 행사 진행 시나리오는 물론, 약자인 군민들을 위한 탄원서, 편지글, 칼럼, 조사, 연설문, 스토리텔링, 심지어 주례사 등 안 써본 글이 없다.

특히 평소 장군으로만 인식되던 의병장 곽재우의 한시를 재조명해 의령문학지에 특집으로 다루어 '시인 곽재우'라는 칭호를 탄생시키고, 오늘날 전국 최고의 천강문학상이 태동되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으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김 박사, 김 시인, 김 계장, 선생님 등 다양한 호칭을 불러주지만, 정작 자신은 그 어떤 이름보다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언제나 당당하게 말한단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라고, 그리고 직장과 사회활동을 동시에 활발하게 양립시키는 지름길은 오로지 남보다 잠을 적게 자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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