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 상남동 복희네 촌국수

물속에는. /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 하늘에는. /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략)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가 문득 떠오른다. 갑자기 스산해진 날씨 때문일까? 길에 아무렇지 않게 널브러져 있는 색이 바랜 낙엽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일까? 엄마가 차려주듯 정겨운 밥상을 맛볼 수 있다 하여 찾아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복희네 촌국수'. '복희네 촌국수'에는 촌국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 메뉴가 촌국수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어국정식과 오리고기가 대표 메뉴라는 것을 알고 이 시가 떠올랐다면 억지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름만큼이나 가게는 예스럽다. 다시 말하면 정겹다. 부담스럽지 않다. 훤히 보이는 주방 안으로 바삐 움직이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과 얼굴에 묻어나는 박복희(60) 사장이 단체 손님들 주문에 손놀림이 바쁘다.

'진짜 맛있는 집을 찾으려면 낮에 주부들 계모임 하는 곳을 찾아라'라는 속설을 아는지.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 10명 남짓한 주부들이 시원한 웃음을 터뜨려가며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고, 미처 치우지 못한 그릇들을 보아하니 두어 팀이 막 자리를 나간 것으로 짐작된다.

장어국 정식을 시키면 장어국과 10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마치 엄마가 갓 차려주는 듯 정겨운 밥상이다. 김치, 열무김치, 감자조림, 어묵볶음, 느타리버섯 조림, 나물들, 파래무침, 고등어조림 등 손이 많이 가는 밑반찬들로 상이 빼곡히 찼다.

엄마가 갓 차려주는 듯 김치, 열무김치, 감자조림, 어묵볶음, 느타리버섯 조림 등 10여 가지 반찬으로 채워진 정겨운 밥상이 차려져 나왔다. /김구연 기자

뚝배기에서 부글부글 끓는 장어국이 나왔다. 고사리·우거지·숙주 등을 넣고 국물을 끓여내고 나서 땡초와 초피를 얹었는데 깊은 국물맛이 인상적이다.

푹 익은 고사리와 우거지의 보들보들한 맛이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장어국과 어우러져 입에 착착 감긴다.

"9남매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식구들 밥 해먹이던 방식 그대로 지금 장사를 하고 있죠. 식구가 많으니까 어떻게든 든든하면서도 영양가 있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다 보니 장어국을 많이 끓였죠. 온통 밭이었던 상남동이 개발되고 먹고살게 없어 이곳에서 국수와 장어국으로 처음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메주도 직접 띄우고, 매실 효소도 직접 담그고, 젓갈도 직접 담급니다. 원래 대식구를 건사했는데 규모만 더 커진 거죠. 쌀도 집에서 먹듯 흑미 등 잡곡 넣고 그렇게 해서 드리죠. 우리 식구들도 여기서 이 반찬 그대로 끼니를 해결해요. 그러니 조미료를 넣겠어요? 음식을 속이겠어요? 매일 아침 밑반찬을 일일이 다 만듭니다. 말 그대로 우리 식구도 같이 먹는 집 밥입니다."

그래서일까? 아무래도 밖에서 밥을 먹으면 한두 시간만 지나면 속이 헛헛해지는데 웬걸.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은 것처럼 반나절 내내 속이 든든하다.

"손님들이 오랜만에 집 밥 같은 밥을 먹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초피만 해도 그래요. 초피는 오래 보관하면 맛이 변하거든요. 저희는 거창에서 직접 따서 가져옵니다. 잘 말리는 것이 핵심인데 남이 한 걸 믿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남편이랑 70∼80kg 되는 초피를 가져와서 일일이 씨를 다 빼고 말려 바로 냉장고에 넣습니다. 그러면 신선한 맛 그대로 1년을 먹을 수 있죠."

그래도 '복희네 촌국수'에 왔으니 촌국수를 먹어봐야 할 것 같아 주문했다. 멸치육수에다 국수를 담고 부추와 김, 땡초로만 맛을 냈는데 제대로 국수 맛이다. 양도 푸짐하다.

/김구연 기자

"요즘은 오리고기가 인기예요. 주원산오리를 쓰고 매실 효소가 듬뿍 들어간 저만의 기법으로 양념을 만들었죠. 남들은 오리 한 마리로 두 판, 세판 만들어 내야 이익이 난다는데 저는 손이 간질거려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주 메뉴가 바뀌었지만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박 사장은 "고마 귀찮아서"라고 하지만, 처음 '복희네 촌국수'로 문을 열 때 박 사장은 자신도 가난해서 끼니 해결이 어려웠던 시절을 보내면서 남들에게 국수 하나 안 퍼지게 하여서 배불리 먹게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단다.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쓸쓸히 가는 가을이 아쉬운 요즘, 엄마의 넉넉하고 따뜻한 손맛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 보는 것은 어떨까?.

메뉴 및 위치

   
 

△정식 6000원 △장어국정식 7000원 △해물된장 5500원 △비빔밥 5500원 △해물칼국수 5500원 △촌국수 4000원 △쟁반 비빔국수 1만 원(소), 1만 2000원(대) △해물 파전 1만 원 △오리 로스 3만 5000원 △오리주물럭 3만 5000원 △훈제오리 4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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